
교통사고가 나서 뼈에 금이 가고, 삼복더위에 전력질주로 내내 달리지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신인 배우. '스물' 속 은혜와 배우 정주연(26)가 일치하는 부분이다. 2010년 영화 '마음이2' 단역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주연의 삶은 은혜를 통해 오롯이 녹아 있었다. 그렇지만 은혜와 정주연의 나이 차이만큼 연륜과 인생을 바라보는 눈은 달랐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점도 정주연만이 가진 특징이었다.
'스물'은 스무 살 청춘들의 꿈과 도전, 시행착오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가벼운 유머와 웃음이 작품에 가득 차 있지만 은혜가 등장할 때엔 진지해진다. 정주연이 연기한 은혜는 막 스무 살이 된 신인 배우다. 극중 카사노바 치호(김우빈 분)가 첫 눈에 반해 처음으로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다른 인물들이 풋풋한 스무 살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은혜는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꿈과 성공을 위한 무모할 정도로 열정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정주연은 은혜를 연기하기 위해 총 5번의 오디션을 봤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옷차림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포트폴리오까지 만들면서 정성을 보인 끝에 은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주연은 영화를 보기 전 "너무 떨려서 긴장됐다"면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쭉 흥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음이2'와 '차이나 블루'에 참여하긴 했지만 상업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제 연기를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스물' 시사회 전날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후시 녹음 때에도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못해 어떻게 나왔을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재밌게 보다가도 제가 나오는 부분이 나오면 긴장하고 경직됐던 것 같아요."
다른 발랄한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 스무 살의 당돌함을 보이면서도 또래에선 엿볼 수 없는 공허함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은혜는 분명 쉬운 역할은 아니었다. 여기에 연출자인 이병헌 감독은 "표정을 짓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감정이 전달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어려운 요구까지 했다. 정연주는 이병헌 감독이 추천한 '화양연화'의 장만옥을 보고, 또 보면서 은혜를 완성해 갔다.
표현엔 어려움은 있었지만 정주연이 은혜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인배우라는 공통점 덕분이다. 대학교 입학 직후 지금의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뒤 단역부터 연기를 시작한 정주연의 개인적인 역사도 은혜와 맞닿아 있다.
"2010년에 처음 데뷔를 했는데요. 그때가 스물 한 살이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전 신인이에요. 은혜가 신인배우라서 느끼는 고충들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죠. 어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성공을 해야겠다는 은혜의 강력한 의지도, 20대 초반의 저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남자를 보는 눈도 은혜와 일치했다. 정주연은 "유머러스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상형을 소개하며 "세 명의 남자 중에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것도 치호"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촬영장에서 "김우빈이 많은 배려를 해줬다"며 "잘 이끌어 줬다"고 동갑내기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정주연은 은혜의 무모한 선택과는 거리를 뒀다. 정주연은 "은혜처럼 스스로 접대에 나서거나 스폰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은혜의 모습이 안 좋은 쪽으로 치우쳐진 것은 사실이에요. 감독님은 은혜를 통해 연예계의 안 좋은 부분을 다루고 싶으셨나 봐요. 접대나 스폰서 부분은 피부로 와 닿진 않았어요.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소문에도 무딘 편이라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둔감해요. 은혜는 성공을 위해 스스로 이런 것들을 하는데, 배우란 꿈을 위해 나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 같아요."
사랑과 성공 중 성공을 택한 은혜와 달리 "사랑을 하고 싶다"는 부분도 정주연과 은혜의 차이점이었다. 일 때문에 누군가와 이별한 경험도 정주연에겐 아직까진 없었다.
"제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일 때문에 마찰이 있었던 적도 없어요. 20대 초반엔 은혜처럼 일 욕심도 많았지만, 갈수록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요. 같은 상황이 저에게 발생한다면 저는 사랑을 택할 거예요."
은혜처럼 무리하게 한 번에 뜰 생각도 없었다.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가면서 배우 정주연이란 이름을 세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데뷔 직후 MBC '폭풍의 연인' 주연을 맡았는데, 이후 큰 관심은 받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 MBC '오로라 공주'를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알아봐주시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다니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어요.(웃음) 지향점을 향해 차근차근 달려가고 싶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쫓아가다가 놓치는 게 많잖아요. 좋은 결과를 위해 항상 준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