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1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 직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팀을 수적인 열세에 놓이게 한 김진야(FC서울)의 퇴장 장면에 대한 설명이었다.
김진야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상대의 발목을 겨냥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평가전이었지만 실전 무대처럼 VAR이 도입돼 운영됐고, 김진야의 깊숙한 태클이 고스란히 잡혔다. VAR을 통해 파울 장면을 확인한 주심도 고민하지 않고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레드카드에 결국 한국은 남은 50여 분을 10대11의 수적 열세 속에 싸웠다. 그나마 가나의 전력이 크게 떨어진 탓에 한국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2골을 더 넣어 3-1로 이겼지만, 당초 평가전을 준비하던 김 감독의 구상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도 "원래 이날 경기는 선수들을 체력적으로 힘들게 만든 뒤 경기를 해서 선수들이 얼마나 이겨내느냐를 보려 했다"며 "그런데 선수들 스스로 더 힘든 과정을 만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대표팀은 경기 전날까지 체력훈련을 한 뒤 이날 경기를 치렀는데, 경기 중 김진야의 퇴장으로 인해 수적 열세까지 몰리는 바람에 체력적인 부담감은 더욱 극한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던 건 이날 경기가 올림픽이 아닌 평가전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올림픽 무대에서 이같은 퇴장 장면이 나왔다면, 수적 열세가 고스란히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없이 중요한 경험이자,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김학범 감독은 "많이 준비한 시나리오가 (퇴장으로 인해)엉킨 건 사실이지만, 대신 1명이 없을 때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선수들이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며 "평가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도쿄로 가기 위한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진야는 물론 김학범호 전체가 도쿄로 가는 여정 속에 값진 교훈을 얻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노력만이 남았다.
한편 김학범호는 오는 15일 오후 8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가나와의 평가전 2연전에 28명 모두 출전시킬 것이란 김 감독의 예고대로 이강인(발렌시아)이나 백승호(전북현대), 오세훈(김천상무) 등이 선발 출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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