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이 익숙했던 '쇼트트랙 여제'에게는 낯선 성적표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성남시청)이 이번 대회 세 번째 출전 종목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섰다.
최민정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준결승 2조에서 4위에 그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진 파이널 B(순위결정전)에서 3위를 기록, 최종 8위로 경기를 마쳤다.
아쉬운 결과다. 최민정은 앞서 혼성 2000m 계주 예선 탈락, 여자 500m 준준결승 탈락에 이어 주종목 중 하나인 1000m에서마저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메달 보증수표'로 불렸던 그였기에 3종목 연속 '노메달'의 침묵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날 레이스는 세계 쇼트트랙의 변화된 흐름과 최민정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최민정은 준결승에서 가장 뒤쪽에서 출발해 특유의 아웃코스 질주로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한 선수들은 좀처럼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과거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상대를 제압하던 '최민정 승리 공식'이 더 이상 쉽게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경기 후 최민정도 이 점을 인정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전술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1000m도 이제는 스타트 포지션이 중요한데, 뒤쪽에서 시작하다 보니 서둘러 경기를 운영했다"며 "추월 과정에서 부딪히며 경기가 잘 안 풀렸다"고 털어놨다.
한국 쇼트트랙의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덜란드, 캐나다 등 서구권 선수들의 피지컬과 스피드가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기술과 운영만론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민정은 이번 대회 내내 자리 싸움과 몸싸움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민정은 변명 대신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아쉽긴 해도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빨리 받아들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두 번이다. 최민정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여자 1500m와 3000m 계주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1500m는 최민정이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종목이자,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3연속 노메달의 아쉬움을 딛고 '여제'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최민정의 스케이트 날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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