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편성채널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핵심 5개사가 일제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종편 개국 이래 처음으로 미디어 대기업 집단이 통째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가운데, 도산 전문가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K-콘텐츠 생태계의 구조적 위기의 서막'으로 진단하며 7000억원대 스포츠 중계권이 회생 M&A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JTBC는 지난 6월 12일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차입금 만기 상환에 실패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 신용등급은 회생 신청 이후 사실상 부도 단계인 'D'까지 떨어졌다. 이어 6월 14일 지주사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그룹의 얼굴 격인 JTBC도 하루 뒤인 15일 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5개사를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 재판부)에 일괄 배당하고, 6월 15일 5개사 전체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여기에 JTBC는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채권자와 자율 협의를 진행하는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했으며, 그룹 모태인 중앙일보는 회생이 아닌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별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수 이민규 대표변호사는 컨트롤타워인 지주사가 직접 회생을 신청한 점을 꼽고 "보통 자회사가 무너지면 모기업은 꼬리 자르기를 하거나 외곽에서 자금을 대는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 이번엔 지주사 중앙홀딩스가 핵심 계열사들과 첫날 함께 법원으로 들어갔다"라며 "지주사 레벨에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룹 전체 자금줄이 막혔다는 신호이자, 계열사 간 얽힌 대여금과 보증 고리를 법원 지휘 아래 한꺼번에 끊고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전면전'의 선포"라고 해석했다.
이민규 변호사는 계열사별로 서로 다른 트랙을 택한 점도 핵심 관전 포인트로 짚고 "방송은 송출이 멈추는 순간 가치가 증발하고 재승인 심사까지 앞둔 만큼, 곧바로 개시 결정을 받기보다는 채권단과 자율 협의할 실익이 가장 큰 곳이 JTBC"라며 "ARS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으로 가는 길을 열어두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의 워크아웃에 대해서는 "그룹 모태이자 언론사인 중앙일보를 법정관리 계열사와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계열사 리스크가 본체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적 칸막이(ring-fencing) 전략"으로 풀이했다.
향후 절차에 대해 이민규 변호사는 기존 체제로 빚을 갚는 '독자 생존(Stand-alone)'과 외부 자금을 수혈하는 '인가 전 M&A'의 투트랙을 전망했다. 특히 멀티플렉스 3위 메가박스를 "인수자가 대금을 넣어 기존 부채를 털어내는 '클린 컴퍼니' 형태로 가져갈 수 있어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꼽은 반면, JTBC에 대해서는 "방송법상 대기업·신문사의 지분 소유 제한(30%) 규제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승인이라는 법적 장벽 탓에 인수 풀이 극히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JTBC는 현재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방미통위도 재무 상황을 심사 과정에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민규 변호사는 7000억원대 규모 중계권 계약에 대해 "국제기구(FIFA·IOC)가 자동해지조항 등을 근거로 한국 법원의 채무조정을 거부하면, 거액의 중계권 잔액이 인수자에게 전가돼 딜을 포기하게 만드는 '독소 조항(Deal Breaker)'이 될 수 있다"라며 "지상파·OTT가 천문학적 중계권료에 피로감을 느끼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라, 역설적으로 국제기구도 회생 절차 안에서 타협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 이 중계권이 M&A의 마중물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민규 변호사는 미디어 기업 도산의 핵심을 '시간'으로 요약했다. "제조업은 공장이 멈춰도 기계와 재고가 남지만, 미디어 기업은 멈추는 순간 인력·IP·신뢰라는 무형자산이 허공으로 증발한다"며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한 5500억 원 규모 상암 사옥·일산 스튜디오 매각 등 자구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법원도 ARS와 DIP 금융을 적극 활용해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끝으로 "법인회생은 기업을 죽이는 제도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해 다시 살려내는 심폐소생술"이라며 "사옥 매각과 인가 전 M&A의 투트랙 딜이 성공한다면, 이번 위기는 방만했던 비용 구조를 덜어내고 한국 미디어 산업의 체질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타임오버 전에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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