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같은 끝내기 뒤에 펼쳐진 동료들 간 유쾌한 디스전은 KT 위즈 팀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KT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에 9회말 6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10-9로 역전승했다. 극적으로 2연패를 끊어낸 KT는 41승 1무 27패로 선두 LG 트윈스와 승차를 2경기로 유지했다. 충격의 역전패로 연승행진이 '3'에서 중단된 KIA는 37승 1무 33패로 4위를 유지했다.
기적같은 역전승이었다. KT가 4-9로 지고 있는 9회말이 시작될 때만 해도 뒤집힐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마운드에는 평균자책점 1.78의 마무리 성영탁이 있었고, 베테랑 포수 김태군이 새롭게 안방에 들어앉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선두타자 샘 힐리어드가 성영탁의 초구를 공략해 우월 솔로포를 때려내더니 김민혁이 12구 승부 끝에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대형 2루타로 기세를 올렸다. 류현인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오윤석이 좌전 안타를 쳤다. 오윤석의 타구를 좌익수 박재현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원바운드 캐치가 인정되면서 1사 1, 2루가 무사 만루로 정정됐다.
이때부터 조금씩 경기장은 달아올랐다. 안치영이 밀어내기 볼넷, 권동진이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쳐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KIA 마운드는 김범수로 바뀌었다. 장진혁의 타석에서 3루 주자 안치영이 견제사를 당하고 배정대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다시 KIA 분위기로 넘어오는 듯했다.
하지만 KT 중심타선은 무서웠다. 허경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고 안현민이 0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중전 1타점 적시타로 기어코 9-9 동점을 만들었다. 안현민은 2루를 여유있게 훔치면서 순식간에 득점권을 만들었다. 타자 일순에 다시 타석에 선 힐리어드가 외야 중앙으로 타구를 보냈고 이 공이 유격수 글러브에 맞고 뒤로 향하면서 KT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긴 선수들도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안현민은 "(안치영 견제사) 작전이 미스나면서 조금 더 쉽게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어려워졌다. 작전 전까진 내가 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작전 실패 후에는) 9회말 전까지 내가 안타가 없어 꼭 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한승택과 조대현이 모두 대타로 교체된 상황이라 연장에 갔다면 포수 출신인 안현민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KT도 그 점을 알고 안현민에게 미리 언질을 줬고, 조대현이 자신의 포수 장비를 풀세팅해놓은 상태였다.
안현민은 마산고 주전 포수로서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KT에 입단한 바 있다. 신인 시절 2군에서 몇 차례 포수 마스크를 쓴 적은 있지만, 1군에선 경험이 없었다. 이에 안현민은 "사실 동점타도 포수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쳤다. 그래야 기회가 오니까. 사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 이상 포수를 했기 때문에 애정이 있다. 프로에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기회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대현이 형이 준비도 다 해놨는데 (뒤에서) 힐리어드가 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주자로 나가서 (연장에서) 어떻게 포수하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게 힐리어드가 쳐줘서 (포수를 못해) 아쉬우면서도 (이기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아쉬움 섞인 농담을 했다.
안현민의 농담에 힐리어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힐리어드는 "일단 (안)현민이가 날 그렇게 못 믿었다니 안타깝다. 거기서 포수를 생각할 때가 아닌데..."라고 웃으면서 "내(힐리어드)가 안타를 치고 본인(안현민)은 포수를 안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동료를 조금 더 신뢰했어야 한다"고 유쾌하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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