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양대 축인 중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심각한 전동화 부진과 판매 정체를 겪으며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에서는 현지 브랜드의 공세로 신형 전기차 판매가 무너졌고, 미국에서는 야심 차게 내걸었던 소매 판매 목표치 달성에 제동이 걸리며 글로벌 사업 전략 전반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가장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다. 벤츠가 전동화 전환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던 순수 전기 CLA 모델은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받았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처음부터 중국 소비자들을 지향하고 기획한 차다. 바이트댄스의 두바오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현지 맞춤형 롱휠베이스 모델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올해 2월부터 5월까지의 월간 판매량이 수십 대에서 백여 대 수준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높은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전기 CLA의 생산 중단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7월 출시 예정인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 GLC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니오, 리오토, 샤오펑 등 견고한 입지를 다진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벤츠 중국 법인은 작년 초부터 이미 두 차례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미국 시장의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법인(MBUSA)은 순수 승용차 소매 판매로만 연간 40만 대를 달성해 미국 내 1위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32만 5,000대 판매를 단기 이정표로 설정하고 물량 확대를 추진해 왔다. 현지 생산 모델인 GLE와 GLC 등 SUV 라인업이 선전하며 단기 목표인 32만 5,000대 고지는 사정권에 두었으나, 궁극적인 지향점인 '순수 소매 40만 대' 벽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있다.
미국 내 승용차 소매 판매는 수년째 30만 대 선에 정체되어 있으며, 경쟁 브랜드인 BMW와 렉서스가 매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벤츠를 3위로 밀어냈다. 여기에 관세 리스크와 인센티브 경쟁 심화,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40만 대 고지 달성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벤츠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GLC의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2027년부터 가동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 공세를 준비 중이지만, 시장의 냉랭한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대대적인 제품 공세와 현지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대 대륙에서 마주한 도전 과제가 매우 무겁다고 평가한다. 벤츠가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체력만으로 글로벌 판매 감소세를 방어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의 고전압 소프트웨어 생태계 대응과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를 중심으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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