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주축 자원이 팀을 떠났다. 베테랑으로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줬던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로, 내야의 핵심 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박찬호는 두산 베어스로 각각 향했다.
그랬기에 KIA의 올 시즌 전망을 두고 사실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IA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기 동안 꾸준하게 5할 승률 이상을 마크했고, 이제 후반기 상위권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KIA 상승세의 요인 중 하나로 확연하게 많아진 홈런과 높아진 장타율을 꼽을 수 있다. KIA는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101개(86경기)의 홈런을 터트리며 리그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한화 이글스(82경기 95개)와 격차는 6개. 전반기 리그 순위 1위인 삼성 라이온즈 및 2위인 LG 트윈스(이상 75개)보다 26개나 많다. 이 부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51개)와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또 팀 장타율 부문에서도 0.428을 기록, 한화(0.420)에 1리 뒤진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팀 홈런 1위의 중심에는 역시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올 시즌 2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LG 오스틴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1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김도영은 주자 있는 상황에서 15개의 홈런을 터트렸는데, 이중 득점권 상황에서 9차례 아치를 그렸다. 그만큼 영양가 높은 홈런을 쳐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팀의 득점, 더 나아가 팀 승리와 직결됐다. 김도영은 장타율 부문에서도 0.616의 성적을 마크, 리그 전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김도영은 홈런왕 경쟁에 큰 욕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홈런보다 타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팀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김도영과 함께 KIA는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린 선수를 무려 4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김도영의 뒤를 이어 나성범이 17개로 홈런 부문 팀 내 2위이자, 리그 전체 공동 6위에 랭크돼 있다. 나성범 역시 0.531의 장타율을 올리며 이 부문 리그 7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김호령이 11개, 그리고 대체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아데를린 로드리게스가 10개의 홈런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김호령의 장타력 향상이 놀랍다. 지난 201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호령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이 없었다. 124경기를 뛰었던 2016시즌에는 8개, 105경기를 소화했던 2025시즌에는 6개의 홈런을 각각 쳐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85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는데 벌써 11개의 홈런을 터트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20홈런과 함께 데뷔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호령은 현재 9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들 4명의 뒤를 이어 박재현이 8개, 카스트로와 한준수가 6개, 박민과 변우혁, 오선우가 각 3개, 김태군과 박상준이 2개, 김선빈과 데일, 한승연이 각 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팀을 떠난 아데를린과 데일을 제외하더라도, KIA 전체 야수 중 13명의 타자가 언제든지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사령탑인 이범호 KIA 감독은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 관해 "팀 홈런 1등으로 가고 있다는 건 성적을 내는 데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면서 "야구는 누가 점수를 많이 뽑느냐의 싸움이다. 안타를 많이 치면서도 점수를 못 뽑는 것보다는, 중요한 상황에 홈런으로 점수를 뽑아 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홈런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도영이나, 나성범, 카스트로, 다른 선수들도 홈런이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다. 팀에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많다는 건 아무래도 팀 자체가 강한 타선을 가졌다는 의미다. 다만 홈런은 양날의 검과 같기도 하다. 홈런이 안 나올 때는 어렵게 풀어가는 경기가 많이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상대 투수 등도 고려해 한 점 짜내기 승부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때도 있을 것이다. 2~3가지 정도 방안을 갖고 경기를 풀어가고자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는 말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 터지는 홈런은 팀 사기를 한껏 끌어 올리는 데 있어서 최고의 촉매제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상대 팀 의지를 꺾는 데에도 홈런만 한 게 없다. KIA가 팀 홈런 1위(143개)를 차지한 건 지난 2004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시즌에도 KIA는 삼성 라이온즈(161개)의 뒤를 이어 팀 홈런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과연 KIA가 올 시즌 무려 22년 만에 팀 홈런 부문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KIA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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