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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으로부터 듣는 "프로의 조건"

김미숙으로부터 듣는 "프로의 조건"

발행 :

이규창 기자

[레인보우 인터뷰]드라마 최고 '흥행카드', 대종상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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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미숙이 아침드라마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SBS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연출 박영수)에서 남편과 이혼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주인공 영주 역을 맡은 김미숙은 수년째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KBS 1TV 'TV소설'과 1%포인트 이내로 시청률 격차를 줄이며 최고 '흥행 카드'로 떠올랐다.


영화 '말아톤'의 500만 흥행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흥행력을 입증한 김미숙은 '억척스러운 이혼녀'라는 새로운 연기도전 또한 성공을 거뒀고, 라디오 MC이자 한 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역할에도 충실하며 전성기를 구가중이다.


빨강..김미숙의 연기변신


"연기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의 부담감 정도, 오랜만에 아침연속극을 하는 것과 그야말로 타이틀롤이니까 긴장은 됐죠. 마구 망가지면 어떡하나. 왜, 요즘 배우 망가뜨리기가 유행이잖아요. 어떻게 수위를 지킬까 그런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첫 발을 내딛는 게 중요한 것처럼, 첫날 촬영 때 톤을 잘 잡아서 지금까지 비교적 잘 왔던 것 같아요.


어제 녹화 때 한성우 이사(김병세)가 영주(김미숙)에게 도움을 주고 부딪히면서 멜로가 생기니까 기존의 김미숙이 나오려고 해요. 그건 위험하죠. 다시 억척 아줌마로 돌아가야 된다고 봐요. 남녀간에 감정은 생기겠지만 나이 먹은 아줌마들이 남자를 대하는 방법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에 기존의 김미숙이 아닌 다른 것을 찾아 보여주고 싶어요.


30대 후반의 여자들이 하는 걸 찾아서 해보자 싶어, 말도 터프하게 하고 때리면서 웃기도 해요. 눈가 주름이나 굵은 팔뚝은 아무 상관없다는 모습으로 리얼하게요. 나는 교양이라고 표현하고 남들은 내숭이라 말하는(웃음), 교양으로 포장한 내숭 안해도 되니까 오히려 재미있고 좋았죠."


주황..김미숙이 연기하는 '이혼녀'


김미숙이 연기하는 '이혼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그들에게 이상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쟁취해가는 모습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불안을 안고 사는 주부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제 주변에 이혼해서 힘들거나 한 사람들은 없거든요. 오히려 제 연기를 보고 '누군 어떻더라, 누가 이랬더라'고 하니까, 정말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드라마는 꿈같은 세계가 아니라 진짜 현실 속에 있는 게 드라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아기 엄마로서의 냉정한 현실에, 억척이라고 해도 좋고 성격좋은 아줌마라고 해도 좋을 그런 캐릭터를 조합했어요. 남편도 사랑하고 자식도 소중하고 시부모한테도 잘하는 여자가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았을 때 과연 세상을 다 잃었다고 생각할 것인가,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절박한 명제를 놓고 생각해 본 거죠.


영주는 억척스럽게 살다 이혼당했고 동네에서 2만원짜리 퍼머를 하지만 왠지 스타일리시해요. 해명을 하자면, 이혼한 여자가 후줄근하게 다니면 '저러고 다니니까 이혼당했지'라는 말 듣게 되고 먹고 살기도 힘들 거에요. 내 속이 썩고 돈 한푼 없어 식당에서 쟁반 나를지언정 남들 볼 때 깔끔하고 시키면 잘해낼 것 같은, 이것이 내 사회에서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경쟁력이죠. 대신 고데기를 해서 예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바지와 티셔츠를 내 스타일에 맞게 입는 거죠. 요즘은 시장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을 골라 입을 수 있잖아요."


노랑..김미숙의 실제 모습


'현모양처'와 '외유내강' 두 단어는 김미숙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다. 말수가 적고 부드러운 외모지만, 그 속에는 올곧은 대쪽 하나가 들어있을 듯한 이미지다. 그러나 '여왕의 조건'에서의 김미숙은 오래도록 굳어져온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이미지와 전혀 색다른 조금은 망가지고 편안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김미숙은 어떤 모습에 가까울까.


"다양한 면들이 같이 있어요.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대처를 잘하는 순발력이 있는 편이죠.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때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줘요. 대신 아이들과 지낼 때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구요.(웃음)


극중에서는 아마도 유리(극중 딸)하고의 연기가 가장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진짜 내 딸 같아서, 그 연기는 자신있어요. 또 싸우는 모습이 비슷하려나. 극중 전남편(이효정)이나 남난주(조미령) 대할 때, 순간 체념하거나 다혈질적으로 되는 것도 실제 저와 비슷해요."


초록..김미숙의 여성상


'현모양처'의 이미지와 달리, 영화 '말아톤'의 자폐아를 둔 어머니는 꿋꿋하게 삶을 헤쳐가지만 부족하고 어리석은 면도 있는 실제 어머니들의 작은 모습을 보여준다. '여왕의 조건' 역시 억척스러운 이혼녀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어머니상을 선보인다. 김미숙이 바라보는 현실과 드라마의 여성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말아톤', '여왕의 조건' 모두 실제같다고 하는데, 현실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들이 볼 때 엄마는 기댈 수 있고 모든 걸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개인 여성으로 혹은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보면 가장 장애도 많고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아픔 많고 고민 많아도 내색할 수 없지만 모든 걸 해결해내는, 현실 속의 어머니는 해결사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머니상은 소극적이고 희생하는 그런 모습이죠. 우리 어머니의 이상적인 틀과 현실적인 틀, 그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나를 들여다보면 두 가지 모습이 다 있어요. '현모양처'라고 하지만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결국 하나에요. 어머니 모습 따로, 아내 모습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그게 조합돼서 하나의 인격으로 완성됐을 때 우리가 바라는 이상형이 아닐까 싶어요.


보면 시대가 좀 바뀐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내 젊었던 모습이 이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오영주(극중 이름)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어요. 내조 잘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활발히 활동하고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좀더 적극적인 여성의 모델을 제시하는 거죠.


'내 이름은 김삼순'을 봤는데 '여왕의 조건'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요. 자신있는 여성을 대변하는 건데, 같은 입장이 됐을 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모델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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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김미숙의 흥행력


이미 수 차례 드라마를 통해 스타성과 흥행력을 인정받은 김미숙은 영화 '말아톤'에서도 무려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에 뒤늦게 굵은 여배우가 나타났다"는 찬사를 들었다. 게다가 '여왕의 조건'은 김미숙이 원톱으로 이끌어가는 드라마인 만큼, 시청률 견인의 1등 공신으로 그녀를 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목받는 것은 황송한 일이죠. '여왕의 조건'은 제 기존 이미지와 다른데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재미있다' 그래서 관심이 됐던 것 같아요. 제가 타이틀롤이라고 해도 혼자서 이끌었다는 생각은 안해요. 드라마가 재미도 있고 전개가 빠르고, 쟁쟁한 배우들도 많으니까 그렇겠죠. 전 우리 작품이 스타보다 진정한 연기자들이 모인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


남색..김미숙의 선택과 결과


'말아톤'으로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김미숙은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젊은 스타들이 자리한 여우주연상 후보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중량감'있는 배우인 김미숙에게 이번 대종상영화제에서 '상복'이 따라줄까 궁금하다.


"상을 받는 것은 복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능력인 것 같아요. 왠지 '복'이라고 하면 불로소득같은 느낌이거든요. 일단 노미네이트됐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느낌이요. 비슷하게 잘 한 사람들이 노미네이트 됐는데, 그중에 뽑히는 것은 그거야 말로 운이죠.


기본적으로 작품을 할 때 결과 생각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결과가 상으로 주어졌을 때는 '당연히 내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일하면서 상에 대한 갈망은 사실 없어요. 상에 연연하면 항상 평가의 대상이 되니까 마음이 편치 않겠죠.


운 좋게도 상은 많이 받았어요. 권위있는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도 받았고 방송대상 최우수연기상, 인기상, 라디오 최우수진행상도 받았어요. 그런 상들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받으면 감사하고 기분 좋지만 그것이 나를 좌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TV 드라마에 익숙해진 연기패턴으로 영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미숙은 잊혀질만큼 긴 세월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말아톤'으로 '5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는 김미숙의 연기력에 못지않은 '선구안'이 적중한 결과일 것이다.


"'말아톤'은 사실 그렇게 될 줄 몰랐던 영화에요. 안 그래도 바쁜데 영화까지 하나 싶었고, 사실 20여년만에 첫 데뷔처럼 (영화를)하는데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했어요. 스크린에서 자주 봤던 얼굴 말고 신선한 배우 찾아보자 해서 들이미는 시나리오는 원치 않거든요.


'말아톤'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울고 웃고를 반복했어요. 흥행감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를 남길 수 있겠구나 싶어서 결정했죠. 사실 그 영화는 어머니가 주인공이에요. 장애아는 스스로가 장애인지도 모르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극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죠. 흥행은 몰랐지만 '영화제 대상감이다', '좋은 어머니상을 남길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하게 됐어요."


보라..김미숙의 '프로의 조건'


김미숙은 3년전부터 매일 오후6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방송 '세상의 모든음악 김미숙입니다'를 2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와 드라마 등 연일 계속되는 밤샘 촬영에도 김미숙은 항상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말아톤'을 촬영할 때도 정말 무리한 스케줄이었어요. 생방송을 매일 해야 하는데, 마침 시간도 맞아줬고 서로 도와줘서 가능했죠. 오늘도 새벽 4시까지 촬영하고 잠깐 쉰 다음 오전에만 세 건의 일을 하고 있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건강 만큼은 자신있어요.


의학적인 분석 결과 제 신체지수가 90점이래요. 근육, 수분, 단백질량 등 의사가 '그 나이에 이만한 신체지수가 없다'고 그래요. 지금 '여왕의 조건' 하면서는 의식적으로 다이어트 한 것도 있어서 4㎏ 정도 빠졌어요. 피곤해도 일주일 내내 쉬지 못하니까 살이 빠지네요. 평소에 워낙 활동적이어서 운동을 계속 해요. 기초 체력도 있어서, 나이 40이 넘어서 애 둘을 낳았으니 만만치 않죠?(웃음)"


인터뷰를 마친 후 그녀로부터 "프로답다"는 예상 밖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 자신을 인터뷰하는 상대방(기자)의 준비가 소홀하면 직설적으로 지적했다는 김미숙이 "프로답다"는 말로 최소한의 합격점을 준 것.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아침드라마의 '여왕' 김미숙의 성공요인은, 바로 자기관리와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조건'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출연자에 관한 인터뷰라도 미리 읽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요. 또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야 내가 그 사람과의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초대하는데 담배연기가 자욱하면 상대방 기분이 좋지 않겠죠.


예술가들은 특히 감성이 민감하고 기복이 심해요. 소프라노 홍혜경씨를 인터뷰할 때 스튜디오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지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최근에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서 '메트로폴리탄에서 가장 로맨틱한 소프라노'라고 소개한 뒤 기분좋게 대화를 할 수 있었죠. 이런 일화들이 많아요.


요즘 처음 만나게 되는 기자들도 있는데, 준비를 안하고 오는 사람은 싫어요. 저도 일반에 공개돼있는 사람인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 건 저에 대한 기초적인 프로필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얘기잖아요. 젊은 사람인 경우에 어떨 때는 정색하고 '당신 나 왜 인터뷰하러 왔느냐'고 말해주기도 해요. 제가 방송하면서 준비해왔던 경험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사진 =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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