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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파멜라앤더슨 영화로 미국 진출할 뻔"

김성준 "파멜라앤더슨 영화로 미국 진출할 뻔"

발행 :

김태은 기자
ⓒ최용민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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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준(본명 김진근)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아버지 고 김진규(1923~98)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힘들다. 고인은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명배우로 '벙어리 삼룡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뎐', '삼포가는 길' 등 500여편의 수작에 출연했으며 대종상과 청룡영화제를 휩쓴 대스타였다.


고인의 3남 3녀 대부분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배우 명문가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장남 고 김진철은 연극계에 몸담았었고, 차남 김진은 1세대 남자 모델로 명성을 떨쳤다. 차녀 김진아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로 자리잡았고, 삼녀 김리나는 1985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했다.


김성준은 고인이 40대 중반을 넘어서 얻은 막내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 김보애도 배우 출신,이모부는 이덕화다. 워낙 주변에 연예인이 많다보니 연예계에 손만 뻗으면 나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그는 사업 등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14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피의 끌림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다가 큰 형님이 돌아가신후 어머니와 지내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 대학(고려대 경영학과)에서 다시 연극에 빠졌습니다. 1995년 연극 '햄릿'의 주인공을 맡은 후 제대로 연기를 배워야겠다 싶어 뉴욕의 유명 연기학교 리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4년을 공부했죠."


뉴욕 현지에서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케이블TV 미니시리즈 '인더다크'에서 갱스터보스 역으로 미국 TV에 데뷔하는 등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져갔다. 그러던중 현지 영화제에 온 한국 영화관계자들의 통역을 맡으면서 인연이 닿은 강제규 감독의 부름으로 2002년 영화 '단적비연수'를 통해 국내 영화계에 정식 데뷔했다.


"당시 김윤진씨와 함께 출연하면서 나중에 할리우드에 진출하자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었는데, 김윤진씨 미국에서의 활약은 정말 대단한 거에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최용민기자 leebean@
ⓒ최용민기자 leebean@

한국에 다시 돌아와 연기의 문을 두드렸으나, 배우 명문가 프리미엄을 누리기에는 세월이 너무 지나 있었다. 아버지는 현역을 떠난 지 오랜 후 투병 끝에 돌아가셨고 매니저 파워에 밀리다보니 원하는 배역을 맡기도 어려웠고, 배역도 축소되기 일쑤였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의 일대기를 병상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4~5시간 동안 하신 말씀을 모두 기록했는데 연기를 잘하는 방법을 묻자 '노력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셨죠.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더라구요. 바람이라면 아버지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거죠."


미국에서도 바퀴벌레와 손바닥 만한 방에서 함께 살며 '도둑질과 몸파는 일' 빼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던 그는 한국에서도 배역 하나하나를 밟아올라가며 온몸을 던지는 인상적인 연기를 남기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MBC 창사특집극 '직지'에서 직지를 편찬한 스님 백운경한 역을 맡아 2006 MBC 연기대상 단막극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그야말로 예술가로서 연기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지'를 위해서는 삭발을 하고 절에 들어가 생활했고, 산부인과의사 역을 맡은 영화 '아카시아'를 위해서는 한 달반동안 산부인과에서 의사가운을 입고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보냈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두 사람이다'를 앞두고는 70대 노인으로 분하는 역을 위해 매일같이 전철을 타고 파고다공원에 나가 노인들을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용민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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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에게도 할리우드 진출의 기회가 왔다. 지난해 말 SBS '눈꽃'에서 주인공 김희애의 애인인 조각가 역을 연기하고 있을 때, 할리우드의 섹시스타 파멜라 앤더슨과 데니스 리차드 주연의 신작 영화 '브론드 앤드 블론더'에 캐스팅이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오는 5월 현지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영화계 지인들을 통해 프로필을 보내놨는데, 이 영화에서 파멜라 앤더슨에게 죽음을 당하는 중국계 보스 미스터 웡 역을 연기해달라는 이메일을 받았어요. 2주만 촬영하면 되는데, 먼저 촬영에 들어간 '눈꽃' 때문에 갈 수가 없었죠. 정말 아쉬워요. 뉴욕에만 10만명이나 되는 배우 지망생 중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이는 정말 소수거든요."


그러나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불뚝불뚝 솟아오르는 욕심'을 누르고 자신이 운영하는 극단에서 젊은 배우들과 워크샵을 하고 이 상황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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