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 조성일에서 연기자 조성일로 넘어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 데뷔작은 최근 화제속에 종영한 KBS 2TV의 8부작 퓨전사극 '한성별곡-정'(연출 곽정환)'. 패션쇼 무대와 잡지 화보에서 봤던 그의 얼굴과 드라마가 잘 겹쳐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맡았던 상인 양만오(이천희 분)의 심복인 칼잡이 상천이 검은 긴 머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칼을 쥔 날렵한 몸으로 대사를 대신했기 때문일 터다.
"천희를 말없이 지키는 역할이었어요. 이미지를 준비할 때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무사나 '킬빌'의 냉혹함을 떠올렸어요. 그런 이미지만 갖고 출발했는데, 마지막 8부를 보고서야 비로소 상천이 된 느낌이었죠. '계주님을 통해 이미 세상을 보았다'며 결국 숨을 거두는 모습."
토익 학원에서 만난 여욱환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모델 일을 시작한 것이 2000년. 공대를 나와 취직을 생각했던 그의 삶이 그후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지만 모델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가슴아픈 건 어쩔 수 없다.

"모델 역시 나름의 가치관을 갖고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키크고 잘나서 거저 모델하는구나'하는 시선이 가슴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그간 사정이 많이 변했죠.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아졌고, 모델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모델이 떼돈을 벌거나 보이는 게 다인 직업은 아니거든요."
캣워크에 섰던 그는 쌍거풀 없는 긴 눈매 덕에 소지섭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곤 했고, 이번 '한성별곡'에선 앞머리를 길게 내린 모습이 꼭 이준기 같다는 오해를 샀다. (사진기자는 복귀를 앞둔 송승헌을 닮았다고 성화다!)
"저는 소지섭씨랑 안 닮은 것 같은데 그렇게 얘기들을 하시더라구요. 앞으로 연기를 해야하니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 분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좋게 받아들여요. 이준기씨는, 머리를 묶고 앞머리를 옆으로 내리고…. 그 머리를 하면 대체적으로 다 어울리거든요. 분위기만 딱 보고 이준기 아니냐며 따라오는 분들이 계셨지요."

조성일은 누군가의 닮음꼴로 기억되기 보다는 그저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촬영 전 두 달을 액션만 연습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대본연습을 하며 찍은 첫 작품 '한성별곡-정'을 힘들지만 뿌듯하게 마친 뒤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바람만이 남았다.
"일단 배우의 길을 택한 이상 앞으로 계속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은 계속 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작품을 하면서 얻은 모든 것에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그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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