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명칼럼]

김옥임씨(62), 안녕하세요. 아니 방송에서처럼 그냥 '화문석 할머니'로 부르겠습니다. 할머니, 잘 지내시죠?
어제(27일) 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손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지난 5월에 이어 할머니가 또 나오셨거든요. 12시간이 넘는 수술 후의 모습. 턱선도 분명히 살았고 손마디도 확연해져,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습니다. 퇴원후 입으신 분홍색 브라우스가 어찌나 이쁘던지요.
이제, 그 산소에 누우신 할아버지에게 하신 약속 그대로 "더 예뻐지셔서" 더 밝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55년동안 외출 한번 못했던 그 심정, 다 털어버리시고요. 또한 앞으로도 계속될 수술, 성공적으로 마치시길 진정 기원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왜 아드님이 그렇게나 제 두 눈에 들어오던지요. 짧은 머리의 종섭씨(31)였지요. 아버지 산소에 어머니랑 손 꼭 잡고 가던 그 발걸음은 왜 그리 듬직하고, 아내와 함께 꼼지락대는 손자의 태아동영상을 보여주는 그 얼굴은 왜 그리 천진난만해 보이던지요. 부러진 팔을 보여주고는 "엄마가 아프니 아들도 아파야죠"라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한 개구쟁이의 그것이었습니다.
할머니. 전 수술 전 엉엉 우는 다 큰 아드님의 모습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제 어머니가 할머니처럼 큰 화상을 입으셨고 세상에 나서기 싫어했어도, 종섭씨처럼 환하고 명랑하게 어머니의 영원히 듬직한 '아들'일 수 있었을까. 투정과 짜증을 부리진 않았을까. 또 제 딸('세상에 이런일이' 방송중에 열심히 소리지르며 카트라이더를 하던)에게 안좋은 일이 있어도, 언제나 웃겨주고 친구같고 듬직한 이 세상 하나뿐인 '아빠'일 수 있을까.
지난해 5월에도 TV를 보면서 결국엔 퉁퉁 부은 눈으로 이렇게 심각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MBC에서 방송됐던 '사랑-너는 내운명'이었지요. 간암말기 환자였던 아내를 저 세상에 보내기까지 절절했던 한 남편의 이야기. 그 흉내내기도 힘든 남편 창원씨의 순정에 많은 시청자들과 저는 공감과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거지요. 그러면서 아마 "나라면 어땠을까" 부끄러운 자문도 많이 했을 겁니다.
이런 저에게 종섭씨는 그야말로 '신들매 들기도 힘든' 대단한 아들이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아들과 사진 한 장 안찍으신 할머니의 심정과, 그런 모습을 철 들고 지켜봐온 종섭씨의 속내를 제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또한 할머니 퇴원을 앞두고 대문도 고치고 장판도 새로 깐 그 아들의 기쁜 마음을 어찌 공감이나 할 수 있을런지요.
종섭씨에게 이 졸고를 통해서나마 전합니다. 그 효심과 순정, 절대 변치마시라고요.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도 역시 대단한 아빠가 되시라고요.
그리고, 할머니, 아들 참 잘 두셨습니다. 당신 아들이 최고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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