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황후'때 고통을 왜 잊었을까요. 하하하"
딱 8년 만이다. 이미연이 사극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2년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국모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미연은 지난 3월 6일 첫 방송한 KBS 1TV '거상 김만덕'(극 본 김진숙 연출 강병택 김성윤)에서 주인공 만덕 역을 맡아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거상 김만덕'은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제주도에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구휼, 진정한 나눔을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여성 김만덕(1739~1812)의 일생을 다룬 작품. 이미연은 지난 3월 20일 5회부터 등장, 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주말극 3파전에서 15%(AGB닐슨)가 넘는 시청률로 수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수원 KBS제작센터에서 한창 촬영 중인 이미연을 만났다.
'명성황후'이후 8년 만에 사극.."한 회 한 회 잘해 더 많은 사람 받겠다"
"첫 등장 주에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대이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한 회 한 회 잘하면 더 많은 사랑을 받으리라고 생각해요."

이미역은 아역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실제 극 초반 만덕 아역 심은경, 문선(박솔미 분) 아역 주다영, 홍수(한재석 분)아역 도지한 등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로 호평 받았었다.
"요즘은 아역 연기자들이 연기를 너무 훌륭하게 해요. 이번에 만덕 아역을 맡았던 (심)은경이 역시 너무 잘해줘서 기특하네요."
현재 8회 분량이 방송된 '거상 김만덕'에서 이미연은 20대 초반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나이차'가 부담은 안될까.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나오는데 너무 어색하게 나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에요. 부담이 되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연기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 자신이 1988년 열일곱 살에 데뷔한 아역 연기자 출신이기도 한 이미연은 연기력이 쌓인 뒤 어린 연기를 하는 느낌에 대해 "아무래도 경험했던 부분에 대해 연기를 하니까 편하게 연기하고 있기는 하다"며 "조명 감독님하고 촬영 감독님이 신경 써주시는 부분이 많긴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만덕' 제주에서는 시청률 이상으로 큰 사랑 받아"
제주 출신으로, 제주도민을 구해낸 김만덕은 제주의 영웅이다. 이미연은 제주 현지 촬영에서 도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요즘 여러 영화나 드라마가 제주도에서 찍고 있는데 김만덕이라는 인물만큼 환영받는 인물이 없어요. 제주 현지 어른들한테는 시청률 이상의 사랑을 받고 있죠. 20년 이상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시고는 '만덕아, 만덕아' 이러니까요. 드라마 끝나면 제주도에 가서 살까 생각 중이에요. 하하"
하지만 제주 현지 촬영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초봄의 제주 바람은 상상이다.
"많은 분들이 제주도에서 촬영한다면 '따뜻하고 좋지?'라고들 하시는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부는 바람에 추워서 옆에 서있는 사람을 때리고 싶을 만큼이에요."
이날 녹화 현장에서 본 이미연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다른 연기자가 촬영하고 있는 중간, 중간 이미연은 세트장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사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제주도, 완도, 제천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찍고 있거든요. 지방 일정이 많다보니 촬영이 있으면 새벽 5시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니까 다른 작품보다 피로도가 있는 것 같아요. 제 나이도 있고요(웃음). 조명을 받고 있으면 더 피곤하거든요. 오늘은 밤 촬영도 있어 중간, 중간 틈나는 대로 쉬고 있어요. 홍삼, 마늘즙, 석류즙, 로열젤리 등 혐오 식품 빼고 몸에 좋은 건 다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합니다(웃음)."

"만덕은 카리스마 보다는 인간적인 인물..진정성 봐주셨으면"
앞서 드라마 시작 전 이미연은 2월 말 제주 현지 제작발표회에서 "명성황후를 넘어서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그의 생각은 어떨까.
"만덕이라는 인물이 카리스마 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극중 '만덕아, 만덕아' 이렇게 부르니 평민으로 내려간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어요(웃음). 이 작품 끝날 때 쯤 만덕이라고 쉽게 부를 수 있는 인물이 됐으면 해요."
현재 '거상 김만덕'은 동시간대 SBS '인생은 아름다워',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맞붙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김수현 작가가 집필을 맡아 제주를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사를 그려 내고 있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100억 이상이 들어간 대작으로 송일국이 주연을 맡고 있다.
"다른 타 방송 작품도 좋은 작품은 많이 봐주시는 게 좋죠. 하지만 내가 명성황후의 고통을 왜 잊었을까 할 정도로 힘들게 열심히 찍고 있으니 이 작품이 사랑을 많이 받을 수록 좋죠. 저희 드라마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미연에게 "만약 거상이 된다면 실제 김만덕처럼 자신의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쓸 수 있냐"고 물었다.
"좋은 일을 하겠죠. 봉사를 하고 더 착하게 살겠죠. 가진 걸 다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웃음). 거상과 배우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거상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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