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빨간 립스틱'.
브라운관에서도 심심찮게 빨간 립스틱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메이크업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악녀에게는 전통적으로 진한 화장이 필수. 그 중에서도 브라운관에서 특히 돋보이는 강렬한 빨간 립스틱은 자신만만하고 강한 여인, 특히 악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빨간 립스틱파' 악녀들..더 강하게
MBC '역전의 여왕'의 하유미는 대표적인 빨간 립스틱파 악녀. 독기어린 완벽주의와 일에 대한 집념으로 화장품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실권자에 오른 그녀는 주인공 김남주를 미워하고 훼방놓는 장본이기도 하다. 짙은 까만 눈썹에 빨간 립스틱을 고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연임에도 도도한 표정에 또렷한 메이크업이 더해져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킨다. 최근엔 립스틱 색깔을 다소 연하게 바꿨다.
MBC 수목극 '즐거운 나의 집' 황신혜 또한 빨간 립스틱파. 남편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친구의 남편과 내연의 관계이면서 뻔뻔하게 친구를 몰아붙이는 독기 어린 모습이 기가 질릴 정도다. 그녀의 빨간 립스틱은 대학 이사장의 아내라는 사회적인 지위와 화려한 취향, 악녀의 정체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요소다. 친구 진서 역의 김혜수와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벌일 때, 빨간 립스틱의 효과가 더 강렬하게 나타난다.
악녀가 아니더라도 빨간 립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 사용되는 빨간 립스틱은 결코 유연히 등장하는 법이 없다. 워낙 주목도가 높아 일반적인 메이크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빨간색 만큼 진한, 원색에 가까운 핑크 립스틱도 같은 목적으로 종종 사용된다.
최근 SBS '자이언트'의 황정음은 목적을 위해 술집에서 남자에게 접근하면서 빨간 립스틱을 발라 시선을 집중시켰다. 재계의 큰 손으로 등장하는 김서형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순간 빨간 립스틱을 이따금 사용한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의문의 빨간 원피스 여인이 등장한다. 최수린이 연기하는 빨간 원피스 여인은 구두부터 모자까지 빨간 립스틱으로 치장한 의문의 여인이자 빨간 옷차림으로 장례식장까지 와 자지러지게 웃는 기괴한 인물이다. 당연히 립스틱도 빨간색이다.

빨간 립스틱 버린 악녀들..내숭과
그러나 악녀라고 늘 빨간 립스틱을 쓰는 것은 아니다. 메이크업 스타일이 다채로워진 가운데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최근의 드라마는 과거에 비해 더욱 그 경향이 줄어들었다. 눈과 입술에 모두 포인트를 주는 메이크업을 촌스럽다고 여기는데다, 빨간 립스틱이 아니고서도 충분히 강렬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다른 메이크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빨간 립스틱에서 벗어난 악녀들에게서 나름의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바로 내숭이다. 빨간 립스틱파 악녀들이 시종일관 그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이쪽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여우과에 가깝다.
'역전의 여왕'의 '백여우'로 불리는 채정안은 내숭으로 미운털 박힌 대표 악녀다. 회사에선 능력있는 골드 미스를 자처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장인 옛 연인 정준호와 관계 회복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 대하는 사람에 따라 보여주는 모습이 180도 다른 인물이다.
강렬한 연기로 MBC '욕망의 불꽃'을 이끌고 있는 신은경은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면서도 아직 실권을 쥐고 있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앞에서는 본심을 숨긴 순한 양을 가장한다. 경쟁자인 동서 앞에선 '전 아무것도 몰라요' 같은 멘트까지 내뱉을 정도다.
KBS 1TV '웃어라 동해야'에 출연중인 박정아 또한 이 계열이다. 겉으로는 똑 부러진 아나운서면서 속으로는 재벌가와 연을 맺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일종의 납치까지 서슴지않을 정도다.
빨간 립스틱으로 '나 악녀일세' 선전 포고를 하고 내숭을 떨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이들은 대개 베이지나 흐린 핑크, 피치색 립스틱 등 피부색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립스틱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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