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해인(27)은 요즘 엄마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알렸다는 것만으로 즐겁다.
이해인은 지난 1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에 이예린 역으로 출연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예린은 매회 아슬아슬한 거짓말과 못된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예린은 자신을 입양해 기른 엄마의 친 딸 최세영(박세영 분)이 등장하면서 악행은 더욱 심해졌다. '어쩌면 이렇게 못 됐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라마 종영 후 이해인은 스타뉴스와 만나 '지성이면 감천'에 출연하면서 생각한 생각,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가 모질다고요?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사는 스타일"
이해인은 '지성이면 감천'을 통해 굳힌 악녀 이미지에 대해 "실제 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며 손사래를 쳤다.
"드라마를 통해 미움을 받았다면 제가 역할을 잘 소화한 거겠죠. 실제 제 성격은 모질 지 못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고 제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죠. 사실, 두루두루 어울리는 것도 잘 못하는 걸요."
그는 자신과 성격이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극 중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의 악행이 계속돼 적잖은 가슴앓이를 했다고 토로했다. 작가의 '욕 많이 들어야 할 텐데, 미안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극중 자신의 악행이 시작될 것임을 직감했다고.
"처음에는 악한 인물이 아니었는데, 급격히 나빠지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초반에는 불쌍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저런 짓까지 하느냐!'고 하셨죠.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지난 4월 29일 첫 방송한 '지성이면 감천'. 이해인은 7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후 그간 지친 심신은 혼자 프라하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달랬다고 했다. 모처럼 느낀 혼자만의 시간에 행복을 느꼈다며 해맑게 웃었다.

"죽음으로 끝난 결말, 차라리 속이 시원해!"
'지성이면 감천'의 결말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로 막을 내렸다. 이예린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던 것. 그간 악행에 대한 죗값치고는 컸다.
"결말에 대해 아쉽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아쉽기보다 차라리 속이 시원해요. 그간 저지른 일을 반성한다고 해서 쉽게 용서받을 일은 아니잖아요. (죽음으로) 죗값을 제대로 치렀다고 생각해요. 또 장기를 기증하니까 죽는다는 게 오히려 홀가분했죠. 개인적으로는 좋은 결말이었어요."
이해인은 극중 박세영과 사소한 말다툼부터 몸싸움까지 벌였다. 여기에 감정 대립까지 벌였다. 실제로는 어떨까.
"극 중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아껴줘요. 서로 뺨 때리는 신이 많았어요. 그런 신이 있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미워하는 사람이 아닌데, 때려야 하잖아요. 때리고 나면 얼음 팩 사서 찜질도 해주고 그랬어요. 세영이가 매번 저한테 당하기만 하니까 제가 더 미안했어요."
뺏는 여자 또는 빼앗기는 여자?
'지성이면 감천'에서 이예린은 사랑하는 남자를 뺏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했다. 남자가 봐도, 여자가 봐도 이예린의 이런 모습은 참 밉상이다. 하지만 이해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정심은 가요. 입양된 예린에게는 엄마만 있으면 됐었죠. 어릴 적 버림 받은 기억 때문에 최세영이 등장해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저와 극중 캐릭터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극중 연애는 실패로 끝난 이해인. 그렇다면 실제 연애는 어떨까. 답은 간단했다. "연애요? 아직 솔로예요. 연애를 한다고 해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하고 싶어요."
'지성이면 감천'에서 이해인의 못된 모습을 떠오르면 쉽게 연애 못하겠구나 싶겠지만 실제 만난 후 느낌은 '털털하고, 편하다'였다. 이쯤 되면 연애 할 때 싸움도 없을 법하다.
"그간 연애할 때 남자친구와 싸운 적이 없어요. 말다툼 할 때 제가 대꾸를 안 해요. 일이 커지는 게 싫거든요."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는 이해인에게 극중 유건과 박재정 중 두 사람은 어떠냐고 물었다. 둘 중 하나는 선택할 줄 알았는데. "둘 다 참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재정 오빠는 너무 진지해요. 촬영 할 때 제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신이 있었는데, 다음 날 멍이 들 정도로 극중 상황에 몰입하시죠. 열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죠. 유건 오빠는 극중 우유부단하지만 평소에는 남자다워요. 둘 다 매력이 달라서 섣불리 선택을 못하겠어요."
이해인은 아직 결혼 생각은 깊게 해본 적이 없다고. 앞으로 만나고 싶은 남자에 대해 묻자 "말이 통하는 사람, 생각이 어리석지 않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제 인생이 지성이면 감천!"
사실 배우 이해인을 알린 프로그램은 2009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이다. 그는 극중 정형돈의 여자친구 역을 맡아 '꽃사슴녀'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상파에서도 종종 얼굴을 드러냈지만 이번 작품처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인생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한다.
"2005년 CF를 통해 데뷔하긴 했지만 사실 엑스트라부터 시작했죠. '롤러코스터'가 잘 되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작품을 하나할 때마다 고비가 있었어요. 그 때마다 '힘든 걸 왜 해야 하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이길 거야!'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됐어요."
이해인은 지난해 걸그룹 갱키즈 멤버로 가수로 깜짝 데뷔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앨범 이후 뜸한 가수 활동. 언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소속사에서 (앨범)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당분간 연기에 매진할 거예요. 지금 당장 갱키즈 활동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힘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설 수도 있겠죠."
"진한 멜로 연기 한 번 해봤으면"
일일 드라마를 통해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해인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로 멜로를 손꼽았다.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소지섭, 한효주 주연의 '오직 그대만' 같은 눈물 쏙 빼는 멜로 연기를 해봤으면 해요. 실제로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듬직한 남자가 좋다는 이해인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과 호흡을 한 번 맞춰보고 싶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카리스마도 있고, 멋있잖아요"
'지성이면 감천'에서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았던 탓일까. 이해인은 다음 작품에서는 사랑받는 캐릭터를 맡았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작품 출연에) 조급한 마음이 없잖아 있겠지만, 긴장 늦추지 않고 때를 기다릴 거예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뵐게요."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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