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사, 유체이탈, 미신, 레이저, 암세포 생명설에 이어 한 지붕 두 남편까지 등장했다. 정말이지 막장의 끝이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임성한 극본·김정호 장준호 연출)에서는 삼자 동거를 결정하는 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 오로라(전소민 분), 설설희(서하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세 사람은 어떻게 같이 살게 됐을까? 앞서 황마마와 이혼한 오로라는 이혼숙려 기간도 채 거치지 않은 채 설설희와 결혼했다. 설사, 황마마와 오로라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었다고 해도, 두 사람이 6개월 미만의 결혼생활로 사실혼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도 드라마 전개상 이혼직후 결혼이라는 '파격'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더욱이 오로라를 되찾기 위해 두 사람을 찾았던 황마마는 설설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투병을 도왔다.
오로라가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기위해 설설희를 간병하던 황마마는 그에게 우정과 애정을 느꼈고, 설설희는 기적적으로 암이 완치됐다. 자신을 간호해 주던 황마마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느낀 설설희는 '셋 이 함께' 외국에 나가서 살자고 제안했고, 황마마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한 여자는 전 남편과, 현재 남편 두 명과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됐다.

삼류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없는 막장 이야기가 지상파 방송국 일일드라마로 방송되고 있다. 그동안 방송됐던 다른 뜬금없는 이야기들이 개연성 없고 어이없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불쾌하다는 게 시청자들의 목소리다.
이는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약속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이 드라마가 얼마나 자기검열이나 규제 없이 만들어졌든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든다는 대목이다.
허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넘나들 수 있는 범위란 것이 있고,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그동안 임성한 작가가 써온 작품 속 이야기들이 겹사돈, 무속,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삼는 이야기 등 충격적인 스토리이긴 했지만 이 '한 지붕 두 남편' 스토리는 드라마 속 가족파괴에 방점을 찍은 듯싶다.
혹자는 이 대목에서 일처다부제를 이야기로 다룬 소설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언급했다.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김주혁 손예진이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책 한권에 걸쳐 문화별로 다른 결혼제도의 차이점을 풀어나가며 결혼제도라는 것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었다면, '오로라 공주'는 단 한회 만에 세 남녀가 가족을 버리고 삼자동거를 결정하는 모습을 그리며 부부라는 관계 자체를 파괴시켰다.
앞서 임성한 작가는 지난 11일 종영을 앞둔 소감을 MBC '오로라 공주' 공식 홈페이지에 글로 써서 남겼다. 자신의 부족함을 사과하고, 또 그 동안 드라마를 시청해준 시청자에 감사하는 내용이었다.
두문 불출형 작가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의 갑작스러운 종영 소감글에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보노라면, 그 사과 속에는 진정성이 없다. 임 작가는 결국 안방극장의 모든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듯하다.
이제 '오로라 공주'의 종영이 6회 남았다. 이제는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됐지만, '오로라 공주'의 논란은 끝이 없다. 곧 황마마가 급사할 예정인 가운데 드라마가 어떤 결말로 끝날지, 가히 궁금해진다.
김미화 기자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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