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제작 삼화네트웍스, 이하 '세결여')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뭔가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세결여'는 지난 16일 36회 방송분(오후9시57분부터 11시9분까지 방송)이 16.6%(닐슨코리아 전국 일일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비슷한 시간대 방송된 MBC '황금무지개'(오후9시57분부터 오후11시8분까지 방송, 14.5%), KBS 1TV '정도전'(오후9시38분부터 오후10시31분까지 방송, 16.1%), KBS 2TV '개그콘서트'(오후9시14분부터 오후10시59분까지 방송, 15.9%)를 앞서는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다.
하지만 동시간대 1위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큰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정태원(송창의 분)의 현 아내 채린(손여은 분)이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서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도 채린의 행동은 여전히 '막장'에 버금가는 모습이었다. 채린은 오은수가 자신의 남편 김준구(하석진 분)와 이혼하고 딸 정슬기(김지영 분)와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술을 잔뜩 먹고 오은수를 직접 찾아가 정태원과의 관계를 의심했다.
이 과정에서 오은수에게 반말을 하며 소리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채린은 차분하게 대응하는 오은수와 극명하게 대립하며 악녀로서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술에 취해 새벽에 집에서 소리를 지르며 힘들어하는 등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채린의 행동은 이미 앞선 회차에서도 눈길을 끌만했다. 정슬기가 말을 듣지 않으면 손찌검을 하고, 아이가 울자 금방 달래며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시어머니에게 분노를 느낀 채 그 스트레스를 피아노 연주로 푸는 기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채린을 바라보는 가사도우미 임실댁(허진 분)의 거침없는 화법과 시누이 정태희(김정난 분)의 얄미운 모습도 덩달아 주목을 받을 정도였다. 채린의 존재감과 함께 방송 초반 솔직하면서도 털털한 모습을 보인 오은수의 여동생 오현수(엄지원 분)와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는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청자들은 "오은수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재미를 반감시킨다", "채린 캐릭터 무섭다", "채린과 임실댁 등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등 채린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종영을 4회 앞두고 있는 '세결여'는 첫 방송 이후 지지부진한 시청률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다소 무색해진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이혼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낸다는 기획 의도가 미미하게나마 시청률을 끌어올렸지만 이마저도 채린이 그려내는 '막장' 스토리로 인해 동시간대 1위 등극도 다소 퇴색됐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려울 것 같다.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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