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희 "진심 다한 악역..이유 없다면 사이코패스"(인터뷰)

배우 송재희(34)는 '나만의 당신'의 강성재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역할에 6개월이 넘게 몰입해 있던 그는 선했던 인상도 어딘가 매섭게 변했다. 한순간에 놓기엔 강성재는 송재희에게 너무도 특별했다.

SBS 아침드라마 '나만의 당신'(극본 마주희 연출 김정민)에서 송재희가 맡은 역할은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 악역 강성재다. 재력을 얻기 위해 사실혼 관계였던 고은정(이민영 분)을 배신한다. 고은정은 아이와의 행복한 일상까지 잃지만, 강성재는 재력을 가진 이유라(한다민 분)에게 가고 만다.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고, 욕이 차오를 만큼 악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나만의 당신'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저에게 있어 강성재는 아직 안 끝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시간이 금방 갔어요.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이지만, 사실 그 전부터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오히려 시청률이 잘 나오면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더욱 집중하며 진지해진 면도 있죠."

송재희는 누구보다 강성재를 이해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악역이라 그 애정이 더욱 커진 듯 보였다.

"저는 사실 강성재가 극악무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참 불쌍한 인물인 것 같아요. 스스로의 욕심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악해졌죠. 유라에게 속마음을 전하면서 소리치는 장면은 연습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어요. 악랄하게 행동했던 모든 상황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나만의 당신'을 통해 송재희는 '진짜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딜 가나 대중들이 알아봐주고 시청자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열연을 펼쳐준 송재희는 악역임에도 욕보다는 서비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흔히들 아침드라마 악역이면 어딜 가도 욕을 먹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안 그랬어요. 식당을 가도 서비스를 엄청 주시더라고요.(웃음) 욕보다 '다음에 어떻게 되냐'며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거기다 강성재를 이해해주거나 너그럽게 생각해주신 분들도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물론 그저 강성재 역을 했단 이유로 배우 송재희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상처 받았죠. 저는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이유 없이 나쁜 역할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캐릭터가 강하게 나온 면도 있죠."

그렇다면 송재희가 생각하는 작품 속 악역의 기능은 무엇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악역은 작품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꿈이 작가였어요. 혼자서 글을 많이 썼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품이란 이야기가 여러 사건으로 구성되는 것인데, 구성이 될 때 '우연'과 '악'은 필요하다고 봐요. 우연이라는 게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어요. 다만 그 우연이 얼마나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얻어내느냐가 작가의 역량이죠. 그리고 악역은 결말까지 이끌어주는 것을 담당한다고 봐요. 그렇지만 목적이 있어야 해요. 목적이 없는 악역은 사이코패스죠."

연극으로 연기에 데뷔한 송재희는 지난 2006년 영화 '모노폴리'의 단역을 통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후 드라마 '로드 넘버원' '사랑하길 잘했어' '해를 품은 달' '구암 허준' 등에 출연했다. 특히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해를 품은 달'에도 출연한 그이기에 아침드라마의 출연 행보에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배우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을 고르기보다 제게 애정을 갖고 선택해주시는 게 좋아요. 아침드라마인 '나만의 당신'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왜?'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었죠. 그렇지만 작품이 있고 바쁘다는 건 배우에게 있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미니시리즈만 고집하다 잊혀진 배우들도 꽤 있어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캐스팅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어떤 역할도 감사하게 할 수 있죠."

송재희는 '나만의 당신'을 만나기 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삶의 목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 꿈을 펼치기 위해 항상 신인의 자세로 열정을 갖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나만의 당신' 시청자들을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아직 제가 표현이 부족하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끝까지 응원해주고 무엇보다 악역임에도 재밌게 봐준 시청자분들께 감사해요. 더 좋은 배우가 돼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