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루왁인간' 안내상이 가족의 따뜻한 사랑 속에 미소지었다.
30일 오후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루왁인간'(극본 이보람, 연출 라하나)에서는 복부 통증에 쓰러진 후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는 정차식(안내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족들을 위해 절약하고 힘든 것을 참아오며 35년 동안 대룡물산(현 대룡 코퍼레이션)에서 일해온 정차식은 결국 정리해고 대상자에 선정되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회사 사무실로 찾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며 인사부 직원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정차식은 "나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도 당연하게 일하고, 야근수당없어도 밤샘을 밥 먹듯 했다. 고객들에게 손발 싹싹빌며 거래 성사시킨 정차식이다. 마누라는 치과 치료비가 없어 총각김치 하나 못 씹어먹고 우리 애는 하루종일 부서저라 일해도 대출금 갚느라 빠듯하다. 회사 엘리베이터는 좋아지는데 왜 우리 가족은 계속 이러냐, 이상하지 않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다시 배에 통증을 느꼈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바닥에 누워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삶의 회한을 느끼는 정차식의 표정과 "내 인생은 뭐였지"라는 나레이션이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병원 의사는 "칼슘 침전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대장에서 칼슘이 다량으로 침전되는 건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대장암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차식은 오히려 뿌듯해하면서 "제 대장이 좀 특별한 건 알고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암세포를 가리키며 "원두 같지 않냐"고 하는 등 평안한 모습이었다.
정리해고에 대장암까지. 갑자기 들이닥친 그의 슬픔을 극복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딸 정지현(김미수 분)은 정차식에게 "퇴직 하는 거 축하한다"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정지현은 생두를 정차식이 준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정차식은 "그 고양이는 학대당한다고 생각 안 한다. 자기 똥이 돈이 돼서 기뻐한다. 난 누가 돈 주고 산다 그러면 내 내장도 다 갖다 팔 수 있다"며 진심을 전했다. 이는 딸을 위해 헌신했던 지난 날의 자신을 비유한 표현이었다.
정지현 역시 그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35년을 일했는데도 가벼운 통장이 끔찍하다"는 아빠의 말에 정지현은 "그 통장이 가벼워진 만큼 내가 큰 거다. 아빠, 그러니까 너무 허탈해 하지 마. 나 잘 컸잖냐"고 말하는 듬직함을 보여 정차식을 감동시켰다.
정차식의 아내 박정숙(장혜진 분) 역시 이상적인 아내상을 보여줬다. 그녀는 정차식의 마지막 출근 준비 때 넥타이를 메 주면서 "그동안 당신 정말 잘했다"고 격려했다. 딸이 선물한 새 신발을 신고 나서며 정차식은 "이제 이거 신고 갈 데도 없다"고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박정숙은 출근하는 남편을 내려다보면서 "이제 이런 모습 보는 것도 끝이네. 고생했다 정차식. 박정숙, 너도 그동안 애썼다"고 혼잣말을 했다.
정차식은 회사에서도 '사이다'를 날리며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짐을 싸던 그는 회장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 로비로 나갔다. 그는 회장 앞을 가로 막고 선 후 "1986년도 입사한 정차식이다. 저 기억하시냐"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오늘 퇴사한다. 제 인생에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제게는 이 말을 할 자격이 있다"며 그간 꾹 눌러온 하고 싶은 말들을 토해냈다.
정차식은 "이 회사 혼자 큰 거 아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의 눈물 시간이 있었다. 회장님도 그걸 아셔야한다. 그리고 저 거지같은 엘리베이터 좀 치워라. 직원이 몇 명인데 언제까지 저딴 거 하나로 둘 거냐"며 "직원용 엘리베이터 5개는 더 만들어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를 본 직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정차식은 또 다시 변을 봤고, 이번엔 변기에서 커피콩이 아닌 금 더미가 나왔다. 이후 딸 정지현의 카페에서 정차식의 퇴직파티가 열렸다. 박정숙, 정지현, 정준식(최덕문), 김영석(윤경호 분)과 함께였다. 정차식은 김영석에게 귓속말로 "금 값이 얼마냐"고 물으며 행복한 기분을 드러냈다. 정차식이 변이 아닌 금을 쌌다는 설정은 그가 대장암에 걸렸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비유적 장치로 해석된다. 정차식을 위한, 최적의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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