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대군부인' 역사왜곡 논란에 배우와 감독, 작가 주요 구성원들이 연이어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제 남은 건 MBC 채널의 사과인 듯하다.
유지원 작가는 지난 19일 오후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하 '대군부인')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 작가는 "'21세기 대군부인'의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혹 더 큰 불편을 드리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씀드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더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는 "'21세기 대군부인'은 가상의 입헌군주국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조선 왕실이 굳건히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상상 아래 우리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즉위식에서 지적받은 구류면류관과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은 조선 의례를 현대에 적용하면서 고려했어야 할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 이 밖에도 시청자분들께서 보내주신 의견들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유 작가는 "제 고민의 깊이가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지적을 마음에 새기고, 작가로서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유 작가는 2022년 MBC 극본 공모전 당선작인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입봉했다. 그러나 첫 작품만에 역사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고, 배우와 감독이 앞서 시청자에게 공식 사과하는 동안 며칠째 침묵을 지키다가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이에 따라 MBC 채널의 사과를 요구하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 '대군부인'은 MBC가 극본 공모전을 통해 뽑은 작품인만큼 공모전의 주최측으로서 드라마의 논란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엔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언론 공동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 직전 취재진 앞에 서서 "제가 이 드라마 촬영 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에게 즐겁고 힐링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힐링보다는 죄송스런 상황을 만들어서 제작진을 대표해서 제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이 드라마를 같이 만든 연기자들에게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서 제가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고 입을 뗐다.
박 감독은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로 "작가님께서 조선이란 나라에 애정이 되게 많으셨다. 그 안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왕실 로맨스를 쓰려는 노력을 하셨다. 저희 역사를 보면 6.25나 일제치하 등 힘든 순간이 없던 적이 없는데, 그런 순간이 없었다면이란 설정을 갖고 시작해봤다. (작가가) 조선왕조란 설정 안에서 왕실의 대군과 평민의 여인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어하셨다. 욕심보단 평범한 일상이 가장 즐거운 게 아닌가란 메시지를 담고 싶어하신 것 같다. 또 아름다운 관계를 그리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 그런데 시청자에 대한 제작진의 설정 정보가 미흡하지 않았나, 좀 더 친절한 정보를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초기에 아픔에 대한 부분을 행복했던 시기로 표현하고 싶어서 드라마를 만들어왔는데 역으로 제작진의 부족한 부분이 됐다"고 했다.
'대군부인'은 극 초반부터 설정 오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는 말에 그는 "작가님이 드라마의 (이안대군) 모티브를 수양대군으로 했던 것 같다. 제가 초반에 대본을 봤을 때 제가 그런 부분(설정)에 무지했다. 21세기에 왕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적 로맨스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 안에 좀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작가님이 설정을 넣은 게 아닌가 이해했다"고 전했다.
'대군부인'의 고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자 "시작 자체가 조선왕조를 그리다 보니 고증도 조선왕조의 미술 등을 다루며 대한제국에 맞췄다. 작가님도 대본을 쓰면서 고증을 계속 받은 걸로 아는데, 이 드라마 안에선 조선왕조 600년이 아직도 유지된다는 설정으로 인해서 지금 우리의 인식과 드라마 속 판타지의 요소가 조금은 다르게 비춰진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천세'란 표현이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임에도 촬영하며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자문한 분이 당시에 같이 있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선왕조 600년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즉위식에서 구류면류관 등의 형태가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로 그려진 것 같다. 조선왕조의 즉위식에선 어떤 형태로 행사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때는 조선왕조가 아닌 자조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드라마를 힐링하면서 본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려서 제가 죄송하더라"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들에 앞서 '대군부인'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이 지난 18일 각자의 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아이유는 "지난 며칠간 많은 시청자분께서 남겨주신 말씀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작품의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을 끼친 것 같아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고 지금도 마음이 참 무겁다.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미리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변우석은 "주말 동안 행여 저의 말이 또 다른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와 걱정을 했다. 작품으로 인해 불편함과 우려를 느끼신 분들께 무거운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린다.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시청자분들의 말씀을 통해 성찰과 반성을 하게 됐고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라고 밝혔다.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 이안 대군(변우석 분)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그렸다. 이 드라마는 지난 16일 방영된 최종회가 전국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좋은 성적으로 끝났으나,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에서 이안 대군의 즉위식 중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라는 표현이 등장하거나 황제의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를 뜻하는 구류면관이 등장하고, 극 중 인물들이 중국식 다도법을 따르는 장면 등으로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지난 16일 '대군부인' 제작진은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제작진은 왕의 즉위식에서 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이는 제작진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로맨스물인 동시에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지닌 드라마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추후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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