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고집불통' 팀 인터뷰

융통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고, 가끔 울화통도 터지는데 코믹한 상황에 웃을 수밖에 없는 개그가 있다.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고집불통'이다.
'고집불통'은 고집과 원칙을 소재로 성격 다른 인물들이 등장 갈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개그 코너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 방송 2주 만에 코너별 시청률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예감케 했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고집불통'의 주역들인 박영진(34) 이성동(34), 김기리(30) 임우일(34), 김태원(32) 송필근(24), 박성호(26)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단숨에 인기 몰이? 첫 녹화 통편집의 아픔"
'고집불통'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준비, 한 차례 통편집의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지난해 11월에 한 번 녹화를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통편집. 가슴이 아프고 슬펐어요."(김기리)
"사실 이 코너는 두 개의 코너를 합친 거예요. M&A라고나 할까요. 김기리, 이성동, 임우일이 먼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코너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랑 김태원, 박성호가 다른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가 함께 하게 됐어요. 아, (송)필근이는 나중에 끼워준 거고요."(박영진)

◆"'고집불통'은 풍자개그? 생활 공감개그!"
'고집불통'의 주요 내용은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 아저씨의 갈등과 대립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을 연상케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비원 분신 사건에서 착안한 것은 아닐까. 이에 이상동, 임우일, 박영진, 김기리가 손사래를 치며 "절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코너에서 입주민 송필근을 골탕 먹이는 경비 아저씨 역의 임우일은 "풍자와는 무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풍자라굽쇼? 에이, 저희는 진짜 풍자 없어요. 당시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저희는 코너를 만들고 있었어요. 코너에 등장하는 입주민, 경비 아저씨, 할아버지, 저승사자 등 캐릭터 모두 풍자와 무관해요. 이 코너는 일상생활에서 한 번은 겪어봤을 법한 생활 공감대 개그예요."(임우일)
"저희도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코너를 짜고 있는 와중에 그런 일이 알려져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진짜 저희는 생활 개그를 하려고 했어요. 풍자와는 연관시키지 마세요."(이성동)
"캐릭터가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한 번은 봤을 법한 캐릭터들이에요. 할아버지(김기리, 김태원), 경비 아저씨(임우일)부터 저승사자까지 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생활 공감개그예요."(김기리)
◆"고집불통 임우일, 알고 보면 소통하는 남자"
"안 돼!"라는 한 마디로 상대방의 울화통을 터트리는 남자 임우일은 극중 캐릭터와 실제 모습은 정반대라고 했다. 김기리 또한 "우일이 형은 융통성은 있는 남자다"고 증인으로 나섰다. 송필근을 괴롭히는 임우일을 보면 실제로도 융통성은 없어 보이는데, 이런 반전이 있다니 놀라웠다.
"우일이 형이 보기에도 융통성 없어 보이기는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융통성 없고 고집불통인 사람을 진짜 싫어해요."(김기리)
"맞아요. 저 융통성 있는 남자에요. 코너에서는 고집불통이고 앞뒤 꽉 막힌 사람인데, 진짜 모습은 그렇지 않아요. 비호감으로 나오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실제로 소통하는 남자에요. 오해하지 말고, 개그로 봐주세요."(임우일)
임우일의 말을 듣고 있던 송필근이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 캐릭터를 바꾸려 하신 겁니까?"라고.
"한 번은 자기 캐릭터가 비호감 될 것 같다고, 제 캐릭터를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평범한 입주민에서 조직폭력배로요. 그러면 자기의 고집불통이 타당하게 보일 것 같다고요."(송필근)
"아니 뭐, 캐릭터가 너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얘기한 거예요. 초반에 하려고 실패했어요. 안 되겠더라고요. 지금 딱 좋아요."(임우일)

◆"고집 있는 '고집불통', 소통하는 개그"
'고집불통'에서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이가 있다. 바로 김태원이다. 그는 매주 넘어지고, 쓰러지는 탓에 부상은 없는지 걱정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다. 다친 곳은 없는지 묻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한 몸 던지겠습니다"고 말했다.
"부상이 좀 있긴 하죠. 요즘은 허리가 아파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웃음을 위해서라면 더 넘어져야죠."
김태원과 더불어 김기리도 이번 코너에 누구보다 집중하고 있다. 할아버지 분장까지 하고 무대에 올라 이전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개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에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면 김기리인 줄 몰랐을 거예요. 분장을 하고 개그를 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요. 얼굴을 가려서 아쉽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얼굴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오롯이 개그에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우리 후배들이 다 고집이 있어요. 고집이 있으면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도 각자 고집이 나와요. 하지만 우리는 소통하고 있죠. 제가 우유부단해서 고집이나 독단이 없어요. 덕분에 후배들과 단단하게 모일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집불통'도 일방적인 개그가 아닌 소통하는 개그가 될 수 있는 거죠."(박영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개그콘서트'는 코너 전쟁이 치열한 곳이다. 어떤 코너가 언제, 어떻게 막을 내릴 지 모른다. '고집불통'이 이제 막 꽃이 피고 있지만 언제 폐지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때문에 박영진, 이성동, 김기리, 임우일, 김태원, 송필근, 박성호는 매주 녹화 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미래는 없어요. 진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고 있어요. 이 한 몸 던져 시청자들을 웃길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어요."(김태원)
"'고집불통'의 매력은 자극적이지 않다는 거죠. 개그가 자극적이면 당장 화제는 되겠지만 오래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요. 앞으로 조금씩 변화도 주면서 시청자들을 웃긴다는 고집을 부려보겠습니다."(김기리)
"코너가 아직 초반이지만 저희 모두 이번 코너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주인공 우일이 형을 받쳐주는 역할이지만 만족하고 재밌게 하고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송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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