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들은 사라지고 가상 부부가 등장하고 주식 이야기로 가득찼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다.
지난 6월 첫 방송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와카남(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는 든든한 경제력을 갖춘 아내 덕에 풍족한 일상을 누리는 남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송 초반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김창홍 변호사 부부, 여에스더·홍혜걸 부부, 홍현희·제이쓴 부부, 오종혁·박혜수 부부가 출연했다.
당시 이수영 회장은 휴양도시 팜데저트에 있는 별장을 소개하거나 대저택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는 "건물 소유 지분이 100개 된다"라고 밝히기도 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능력과 재력을 모두 갖췄음을 알렸다. 여에스더는 시부모의 거처를 마련해주고 홍현희는 직접 가상화폐를 공부하고 투자하는 등 '경제'에 관심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렇듯, 미디어 노출이 적은 인물의 등장,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재산 상태 등은 확실히 화제성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와카남'은 또 다른 화제성에 눈을 돌렸다.
추석 특집 당시, 은가은 이상준의 가상 부부 생활을 공개했다. 이상준은 여러 차례 가상 부부 생활을 해왔지만 은가은과 조합은 새로웠기에 '일회성 부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더이상 그들은 '일회성'이 아니다. 최근 공개된 회차에서 은가은 이상준 가상부부의 웨딩 화보 촬영,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또한 '와카남' 출연진들은 "둘이 실제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응원했다.
이 뿐만 아니다. MBN 예능프로그램 '돌싱글즈'에 출연해 화제된 배동성 딸 배수진과 그의 모친도 등장했다. 이들은 '돌싱'(돌아온 싱글·이혼을 일컫는 말) 일상과 관련한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후엔 프로게이머 기욤 패트리가 출연해 자신이 알고 있는 비트코인과 주식에 대해 말했다. 가상 부부, '돌싱' 그리고 주식까지. '뉴노멀 시대에 발맞춰 아내의 경제력으로 살아가는 남편의 일상'을 펼친다던 '와카남'의 기획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이다.
'와카남'은 앞서 함소원, 진화 부부의 방송 조작 논란으로 종영한 프로그램 '아내의 맛'과 유사해 비판받은 바 있다. 방송 전 현장 스틸컷 공개 당시, 이휘재, 박명수를 중심으로 전 출연진이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VCR을 보는 형태 그리고 출연진, 구성, 세트가 '아내의 맛'과 다른 점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방송 후에도 거센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듯 매번 답습을 반복해온 '와카남'에게 가상 부부, 돌싱 등은 새로운 주제일지 몰라도 프로그램 기획과 달라진다면 무의미하다.
시청자들도 이와 관련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와카남'은 첫 방송 후 시청률 7.5%로 올라섰으나 지난 16일 방송분은 시청률 3.3%(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와카남'이 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어떤 새로운 돌파구 보다도 먼저 단발성 기획을 멈춰야 한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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