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프로그램 '차가네' 양정우 EP 인터뷰
'차가네'를 연출한 양정우 EP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예능의 시작을 알렸다.
스타뉴스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NM 센터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차가네'를 연출한 양정우 EP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5일 9회를 끝으로 종영한 '차가네'는 새로운 매운맛 소스 개발로 인생 한 방을 노리는 갱스타 패밀리 차가네의 리얼 매운맛 버라이어티로, 배우 차승원, 이종격투기 선수 겸 방송인 추성훈, 트레이너 토미, 래퍼 딘딘,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의기투합했다.
'차가네'는 엉뚱하다. 기존 예능 구성을 답습하지 않고, 마치 주사위를 굴려 향방을 모색하는 일종의 보드 게임처럼 매 선택에 따른 결괏값이 달라지는 것이 '차가네'의 묘미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프로그램은 심지어 '시트콤'의 탈까지 썼는데,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시트콤적 편집 스타일은 방송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참신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출연진 면면도 가지각색이다. 신중하고 계획적인 차승원, 즉흥적이고 행동파인 추성훈, 두 형님을 수발하는 알뜰살뜰 살림꾼 토미, 여기에 할 말은 하는 딘딘, 인간 리트리버 대니 구까지. 다른 프로그램 제작진이라면 출연자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데 혈안이겠지만 '차가네'는 그야말로 '프리스타일'로 진행됐다. 예상한 대로, 의도한 대로 된 거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바로 거기에 '차가네'의 진짜 재미가 숨어 있다.
◆ 거꾸로 시작해서 거꾸로 끝난 '차가네'
스타뉴스와 만난 양 EP는 "물론 우리 프로그램에도 큰 줄기의 흐름은 있었다"며 "차승원이 워낙 한식, 김치를 좋아하고 요리에 자부심도 있기 때문에 (소스 개발) 탐구 과정을 거쳐보려고 한 거다. 목표는 정해져 있었지만 과정은 알 수 없었고, 그렇게 '차가네'는 거꾸로 시작해서 거꾸로 끝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예능과 시트콤, 두 가지 구성의 차용은 태국 촬영 때에야 정해졌다고. 양 EP는 "차승원과 '우리 프로그램 같이 하자'고 얘기 나눈 건 이미 오래 전부터였다. '차가네' 콘셉트는 태국에서 픽스가 됐는데 차승원과 저의 공감대는 '하던 방식은 이제 재미가 없으니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해보자'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새로운 걸 심지어 해외에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 3일 차 촬영부터는 제작진끼리 '우리가 이걸 '남자 셋 여자셋' '논스톱'이라고 생각해보자. 오피스 시트콤이라고 생각해보자'는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차가네'는 글로벌 매운맛 소스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CJ 제일제당과 협업했다. 양 EP는 "가장 어려운 부분은 도와주는 분들에게 이걸 설명하는 거였다. 촬영에 있어서 정해진 것들이 없으니 이해를 돕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출연진도 한 명씩 섭외가 됐고, 일단 부른 다음에 역할을 찾는 식으로 진행됐다. 우리가 갖고 있던 건 '안 해본 거 하자'는 마음이었고, 매일 밤마다 카메라 밖에서 방송계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시트콤이라는 형식 역시 태국에 가서 결정된 것"이라며 "가장 많이 참고한 건 추성훈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뭔가를 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는데 표정이 정말 좋더라. 이후 태국 출장에 갔을 때 늘 해오던 방식대로 그들을 담는 게 아쉬웠다. 제작진, 출연진들끼리 회의를 하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와는 안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하던 거에서 벗어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다 마침 극 형식을 취하면 어떨까 싶어서 시트콤 형식을 하게 됐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시트콤적인 게 정말 어렵고 회의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보지 않은 방향, 신선한 방향이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가네' 멤버들은 태국, 일본, 부산 순으로 출장을 떠났다. 태국에서는 태국 특유의 향신료나 매운맛을 통해 소스 개발에 대한 큰 힌트를 얻었지만 일본에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기도.
이에 대해 양 EP는 "머릿속으로는 '태국의 뜨거운 매운맛, 일본의 차가운 매운맛을 합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그게 아니더라. 막상 가서 보니 전혀 달랐다. 태국의 맛은 어느 정도 상상도 되고 자료도 많은데 일본의 매운맛은 익숙한 것과 별개로 난도가 너무 어려웠다"고 일본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제작진으로서 강박이 있다. 그래도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이번에는 실패를 감내하긴 해서 '큰일났다'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출연진 의견도 분분했는데 결국 차승원의 판단이 옳았고 (일본 출장은) 김치를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추가된 아이템인 '김치'를 대하는 출여자들의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차승원은 자신의 손맛을 양념 삼았으며 추성훈은 실비 김치 스타일의 김치, 딘딘은 메이플 시럽 김치, 토미와 대니 구는 사과 깍두기를 완성했다.
양 EP는 이에 대해 "각자 스타일대로 김치가 나오는 게 최선이었다.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었기에 다 괜찮았다. 결과적으로는 차승원의 '맛'에 추성훈의 '맵기'를 가미한 김치가 완성됐다"고 전했다.
◆ 보스 차승원을 필두로 추성훈·토미·딘딘·대니 구까지..다른 듯 닮은 조직원들
양 EP는 태국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시트콤 구성, 보스 차승원과 조직원 구도로 가자는 얘기를 출연진과 나눈 후 추성훈이 어느 밤에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유려한 한국어로 차승원을 설득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추성훈이 차승원에게) '이건 형이 동생들한테 당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설득을 하더라. 차승원도 그 말에 '그래, 나를 좀 갖고 놀아 봐'라고 반응했고, 그렇게 보스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차승원과 추성훈이 1인자, 2인자 롤을 맡아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선사했다면 토미는 숨은 일꾼이었다. 방송 경험이 없는 탓에 예능적 재미가 크진 않았지만 오히려 꾸며지지 않은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형, 동생 사이를 유연하게 조율하는 배려심이 돋보이며 '차가네'의 숨은 살림꾼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런 토미의 합류 역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실제로 '차가네' 첫 방송에는 차승원, 추성훈과 오랜 인연인 토미가 현장에서 즉석 섭외되는 장면이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토미의 섭외와 관련해 양 EP는 "토미가 저에게 매번 하는 얘기가 '그날 네 표정이 지옥처럼 보였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고민이 많은 상태였는데 (차승원, 추성훈이) 그 자리에서 (토미를) 불러서 오시게 된 거다. 물론 일손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는 그저 이런 프로그램이 처음이라 두려웠을 뿐"이라고 토로해 웃음을 안겼다.
딘딘과 대니 구에 대해서는 "중간 역할을 좀 더 해줄 출연자의 필요성을 느껴서 젊은 일꾼을 찾았다. 딘딘과 대니 구를 따로 만났는데 둘 다 스타일이 너무 다른데, 그게 좋았다. 다르게 좋더라. 사실은 두 분 중 한 분을 모실 생각이었고 제작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다 스태프 중 누군가가 '둘 다 같이 가자'는 말을 했고 그렇게 태국에서 다섯 명 모두가 모이게 됐다"고 섭외 비화를 밝혔다.
차승원과 추성훈은 너무나도 다른 성격과 스타일로 시종 충돌한다. 두 사람이 진지하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차가네'의 재미 요소로 작용했다.
양 EP는 "본인들도 그렇게 안 맞는지 몰랐을 거다. 사실 저는 두 분이 안 맞는다기보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5년 정도의 우정을 쌓은 두 분이 서로를 리스펙트하는 관계가 된 것이 멋지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대화는 안 통해도 확실하게 존중하고 좋아하니까 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성훈이 태국 현지에 있는 셰프를 만나러 간 건 우리도 예측하지 못했다. 확실히 (추성훈은) 동물적인 감각이 있더라. 사업적 감각도 탁월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는 방식이 대단하다. 고민하고 계획하는 차승원과 행동하는 추성훈, 두 분 다 경험이 상당해서 굉장히 신뢰할 수 있었다"고 차승원과 추성훈에 대한 신뢰감을 표했다.
또한 "아이디어는 정말 많았는데 방송에 나온 건 아주 조금이었다. 온갖 것들을 연구하긴 했지만 괴식을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차승원은 '나는 집밥이 좋고 한식을 사랑해'라는 철학이 명확했다. 본인이 잘 알고 좋아하는, 편안한 맛을 개발하고 싶어하셨다. 자부심도 컸다. 사실 김치를 만들기로 하면서 김치의 스케줄에 맞춰서 촬영 일정도 바뀌었다. 김치 개발 과정에서 (차승원이) 김치가 잘 익은 기간, 시간, 온도 이런 걸 다 체크할 정도로 양보가 없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추성훈의 소스는 즉흥성을 살려서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감독 반열 오른 장항준 감독에 긍정적 영향 받아
'차가네'로 또 한 번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양 EP는 소위 '나영석 사단' 출신으로, 그간 예능 '라끼남' '꽃보다 청춘' '라켓보이즈' '알쓸인잡' '알쓸신잡' '알쓸범잡' 등 히트작들을 연출했다. 그런 양 EP에게 이번 '차가네'는 어떤 의미의 프로그램일까.
질문을 받은 양 EP는 "의도대로 된 게 없는 예능"이라며 "그 과정이 이렇게 고난일 줄은, 이렇게 튀어서 흘러갈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처음부터 차승원이 '괜찮겠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제가 '두려워요. 무서워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이전과 다른 것이 나오고, 고생은 하겠지만 얻는 게 있다는 건 알았다. 제가 '무섭다'고 하니 (차승원이) 당시에 '무서워야 하는 거야'라고 하시더라"고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차승원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양 EP는 또 "저뿐만 아니라 메인 작가, 함께한 후배 PD들도 그렇고 '차가네'가 전환점이랄까, 한 시대의 끝과 시작의 경계에 선 것 같다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제 경력상으로 봐도 중간에 놓인 예능이자 길이 확 달라지는 예능인 것 같다. 정답은 모르겠다. 실험적인 걸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하게, 멈추지 말고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거의 생존 본능에 가깝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차가네'를 연출하며 느낀 바를 털어놨다.
지난 2015년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으로 입봉한 양 EP가 방송가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을 몸소 체감하며 고민도 깊어질 터다.
양 EP는 "'차가네' 같은 프로그램이 점점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고민들을 다들 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 방식에서 한계점을 느끼고 '새 방식이 어렵고 불안해도 한번 해보자'는 제작진, 출연자가 많아질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 숏폼, OTT 방송이 어찌되든 리니어 방송이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 그런 점에서 '차가네'에는 PD로서 제가 느끼는 두려움이 너무나 절절하게 담겼고, 또 많이 배운 프로그램이다. 차승원도 '이렇게 고민 많이 한 프로는 처음이다'고 하시더라. 주변 동료들도 '고생 많았겠다'고 해줬다. PD라면 누구나 새로운 걸 하고 싶지만 사실 기회를 얻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차가네'에서는 출연자들까지 같은 마음으로 임해줘서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고 출연진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항준 감독과도 절친한 사이라는 양 EP는 그에게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양 EP는 "천만 감독이 되신 장항준 감독님, 김은희 작가님과 정말 자주 보는 사이"라며 "제작자로서 자세, 무모한 도전, 꿈과 희망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왕과 사는 남자' 시나리오를 초반부터 봤었는데 (천만 관객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두 분 뿐만 아니라 자주 어울리는 배우들과도 '새로운 거 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신서유기' '삼시세끼' '알쓸' 등 시리즈를 오래하지 않았나. 방송 환경이 바뀌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서 '넥스트'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시트콤처럼 중간 경계에 있는 포맷을 탐구하게 되더라. 사수인 이우정 작가님, 선배인 신원호 PD님도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하셔서 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다음 스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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