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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만남] '옻타는 옻칠화가' 전인수의 옻홀릭

[김재동의 만남] '옻타는 옻칠화가' 전인수의 옻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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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옻칠화가 전인수. /사진= 김창현기자


‘타라라라라락’ 카메라의 자동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어머, 재밌다’ 그녀의 하이톤 목소리도 경쾌하게 화랑을 울린다.


옻칠화가 전인수(41). 그녀의 목소리는 귀에 달다. 삼가는 주저함도 없고 살피는 구김도 없다. 솔직하고 의미전달 분명한 소박한 말솜씨가 인터뷰 내내 귀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준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자개장과 경대를 애지중지하셨다. 덕분에 옻칠은 생경한 얘깃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옻칠로 그림을 그린다는 대목은 낯설었다. 그래서 만난 옻칠화가다. 그리고 첫 질문은 “옻 안타요?” 였다.


“칠화(漆畵)를 배운지 한 6개월 됐나요. 2011년이었는데 옻이 굉장히 심하게 올라서 깜짝 놀랐어요. 거의 나병환자처럼 온몸에서 진물 나고 간지럽고 했죠. 남들은 주사 맞고 약 먹으면 쉽게 낫는다는데 제 경우는 근 한 달 이상 고생했어요” 뜻밖에 이 유쾌한 옻칠화가는 옻 타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화에 계속 매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자개도 붙이고 칠도 하고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모르던 걸 배우는 거니까..”한다.


그녀에게 옻, 그리고 칠화는 날 밤 새도 좋을만한 수다거리다.


“옻은 덥고 습해야 잘 말라요. 작업장에 열선 깔린 칠장이 있는데 작품을 말릴 때면 스프레이로 흠뻑 물을 뿌려야 돼요. 온도는 섭씨 25~27도, 습도는 70% 정도에서 제일 잘 말라요” 한다.


‘건조를 습도 70%에서 한다고?’ 싶은 순간 “신기하죠?” 되물어온다. “게다가 한번 안 마른 칠은 나중에 물을 잔뜩 뿌려도 안 말라요”라고 덧붙인다. 한마디로 위험하고 괴팍하고 까칠한 놈이 바로 이 옻이란 놈이었다.



그런 옻을 갖고 하는 작업이 간단할 리 없다.


판소재는 나왕이 결이 심해 칠이 많이 스며들어 보존에 유리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주로 단단한 자작나무를 쓴다는 전인수 작가는 “나무판에 작업하는데 판작업에만 거의 2주가 걸려요” 한다.


대체 무슨 작업을 하길래?


“먼저 나무판에 칠을 먹인 다음에 온도 습도 맞춰 말린후 찹쌀풀에 옻칠을 반반 섞어서 거즈 천을 붙이죠. 그리고 다시 말리고 사이사이 사포로 갈아내 표면처리를 한 다음에 천의 눈매를 황토가루에 옻칠을 개어서 메우고 다시 말려요. 그런 황토칠을 두세번 해서 평을 맞추고 사이사이 생칠을 발라서 갈라지지않게 안정시키는데 이렇게 판작업에만 거의 20번 정도의 옻칠이 필요해요”


판작업에만 거의 20번의 옻칠이라.. “옻이 싼가요?”란 물음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생칠 500g이 10만원해요. 쓰기 나름이긴 하지만 ..” 하며 말끝을 흐린다. 요는 비싼 재료란 말씀.


판작업후 그림작업은 투명칠에 안료를 섞어 쓰는데 여기서도 옻의 까칠함이 드러난다. 똑같은 생칠에 똑같은 안료를 똑같은 양으로 섞어 써도 작가마다 색이 다 틀리단다. “선생님들은 사람의 기운따라 색깔이 틀려진다고 하시죠”라고 부연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싶다. 그런데.. “근데 같은 사람이 오늘 칠하고 내일 칠하면 또 색이 틀려져요”한다. 온도와 습도가 틀리기 때문이란 설명이 따라온다. 그래서 그림작업은 당일로 매조져야한다고 강조한다. 확실히 옻은 비위맞추기 힘든 재료였다.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은 우연한 색깔도 나올 뿐 아니라 말린 후 사포질에 따라서도 색이 틀려진단다. 마무리는 광내기인데 첫 광은 자동차 광내는 기계로 작업하지만 2광, 3광은 역시 손 광으로 마무리해야 제 광이 나온다면서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은 손 맛이죠.”


이런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 덕에 5년째 작업하며 마련한 작품은 채 100점이 안된다고.


전인수 작가가 옻칠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했다. 그녀는 원래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었지만 그림에 회의를 느낀 채(이유는 못 들었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미술사를, 뉴욕대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브루클린 뮤지엄의 컬렉션 파트와 전시기획파트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근무하게 된다.


이때 많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내 것은 없구나”란 자조와 상실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럴 때면 그림을 포기하던 날 들은 “그림쟁이는 결국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던 옛 은사의 조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한다. 한편으론 많은 신진작가들이 다양한 재료를 구애 없이 써서 신선함을 구현하지만 그들중 대부분이 보존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2~3년이면 작품이 훼손되는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보존을 중시하는 뮤지엄 직원으로서의 직업의식과 함께 신선한 소재라는 작가로서의 소구가 더해져 마침내 발견하게 된 소재가 바로 옻칠였다고 한다.


어쩔 수없는 그림쟁이 전인수는 2011년 귀국하면서 바로 옻칠의 세계로 뛰어들고 아직도 칠화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옻칠만큼 그녀가 포기하지 못하는 작품 주제가 나뭇잎.


“쌍문동에서 이종헌 선생님께 칠화를 배울 때 작업실 방앗간 옆에 토란이 심어져 있었어요. 늘 심상히 보던 건데 어느 날인가 그 넓은 잎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자세히 들여다본 토란잎의 잎맥은 마치 사람의 혈관처럼 얼기설기 어떤 흐름을 그리고 있는 듯 했구요” 그렇게 그녀는 ‘나를 한번 그려봐’라는 토란잎의 꼬드김에 넘어갔고 그렇게 잎맥에 빠져든 세월이 5년이다. “잎맥은 사람의 손금이나 지문처럼 다 달라 이 잎 저 잎이 언제나 새롭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은 동의하기 힘든 그녀만의 감동이다.


바야흐로 덥고 습한 장마철이 시작됐다. 더워지면 호흡기로도 옻이 올라 작업을 할 때면 마스크에 면장갑 끼고 라텍스 장갑 끼고 토시 끼고 꽁꽁 싸맨다는 옻 타는 옻칠화가 전인수의 시즌도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그녀 “저 7월 한 달 제주도 가요” 한다. 8살 아들, 6살 딸 데리고 한 달 살이 하러 간단다. 2007년 뉴욕서 만나 결혼한 7살 연상 남편은 주말마다 합류하는 장기 가족여행이란다. 칠화의 피크시즌이지만 그보단 가족이 중요하단 의지가 느껴진다. “메르스 때문에 제주도 굉장히 싸졌어요. 특판가라고 5만 원대에 비행기표 끊었는데 글쎄 3만 원대 까지 나왔더라구요” 인터뷰 말미의 옻칠화가 전인수는 어느새 아줌마로 돌아와 있었다.



전인수 Chun, Insoo

insoo.chun@gmail.com


EDUCATION&CAREER


2004-2011 - 부르클린 뮤지엄 근무, 뉴욕, 미국

2004 - 예술경영 석사, 뉴욕대학교, 미국

2002 - 미술사 학사,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미국

199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대학원

1994-1998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SELECTED EXHIBITIONS


2015 ? Rhy Basel, 취리히, 스위스

- Art n Life Show 2015, aT center, 서울

-KOPA 2015, 코엑스, 서울

-ART KARLSRUHE, 독일

-팜 스프링 아트페어, 캘리포니아, 미국


2014 ? 마이애미 스펙트럼, 플로리다, 미국

-Singapore Art Fair, SUNTEC, 싱가폴

- Affordable Art Fair, F1 Pit Building, 싱가폴

-FAIR FOR MODERN AND CONTEMPORARY ART, 퀼른, 독일

-한-베트남 미술교류전, 하노이, 베트남

-‘일곱 빛깔 무지개’, 핑크갤러리,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갤러리 스칸디아, 서울

-휴스톤 Fine art Fair, NRG Cetner, 텍사스, 미국

-‘전인수 옻칠그림전’, 웨스트엔드 갤러리, 서울

-2014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부산

-‘전인수 옻칠 그림전’, 아카스페이스, 서울

-제10회 한국옻칠화회전, ‘옻칠, 그림을 말하다’, 세종문화회관, 서울

-홍콩 국제 아트페어,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 Hong Kong

-아트 햄튼, 뉴욕, 미국

-실리콘벨리 아트페어, 산호세, 미국

- 일조원 갤러리 개관기념전, ‘마음을 울리는 회화의 힘 II’, 서울


2013 - 따뜻한 겨울 -Winter Salon Ⅲ, 핑크갤러리, 서울

- 부산국제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 한중현대옻칠회화 교류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 싱가폴 국제아트페어, F1 Pit Building, Singapore

- “전인수 옻칠그림 소품전”, 칠원, 서울

-서울 예술고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특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 홍콩 국제아트페어,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 Hong Kong

- 핑크 아트페어, Inter-Continental Hotel, COEX, 서울

- 한국미술정예작가상 - 월간 미술시대


2012 - 제8회 한국옻칠화회전, 국산대학교 미술관, 목인갤러리, 군산/서울

2005 - 2011 - 부르클린뮤지엄 스탭전, 부르클린 뮤지엄, 뉴욕, 미국

2010 - 제7회 국제 비엔날레, 플로리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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