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글로벌 탈중국 전략광물 공급망 기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기업과 손잡고 군수·방위 산업의 필수 소재인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재가공해 미국에 추가 수출한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등이 발간하는 국내외 공급망 이슈 주간지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는 11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의 공급망 협력 사례를 조망했다. '록히드마틴과 고려아연의 한·미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은 게르마늄과 같은 핵심광물이 정치 및 경제 안보의 레버리지로 사용되는 상황이 장기화되며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추진된 동맹국 간 협력 체계'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던 미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실제로 이루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이 경제안보의 최전선에서 핵심광물 내재화와 글로벌 동맹의 결과를 구체화한 유의미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최윤범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맞춰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하는 계획도 내놨다. 최윤범 회장은 당시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이와 함께 최근에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추가 수출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국내 화학 제조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내달 안티모니 50톤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것. 고려아연이 안티모니를 회수해 국내 화학 제조사에 공급하면, 해당 기업이 이를 삼산화안티모니로 재가공해 양사 협업으로 미국에 판매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 처음으로 미국에 안티모니 20톤을 수출했고, 8월에도 20톤을 추가로 직접 수출했다. 직접 수출량 기준으로 올해 미국에만 안티모니를 100톤가량 보낼 예정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40톤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게 목표다.
게르마늄과 안티모니 모두 대표적인 전략광물로 꼽힌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의 행보가 주목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 광물 모두 중국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게르마늄 생산국은 중국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정제 게르마늄 생산량 140톤의 68%가 중국산이다. 안티모니의 경우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이 전세계 안티모니 광산 생산량 점유율 58.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미중 갈등으로 전략광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자 보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측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안보, 한국과 미국의 경제협력 및 동맹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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