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상 계약서 쓰자고 하려니 상대방에게 내가 자기를 못 믿는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되서 말하기가 그랬어요 …"
변호사로서 다수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다루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가까웠던 친구나 선후배가 법정에서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만날 때다. 사업 초기,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로 시작된 '동업'은 회사가 성장하며 이익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경영난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균열이 생긴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법인을 설립하여 동업을 시작하면서도, 그 관계를 규율하는 문서는 허술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이익을 5:5로 나눈다"는 정도의 헐거운 약정만 믿고 법인 도장을 함께 찍는다. 하지만 법인(주식회사) 형태의 동업은 민법상 조합과 달리 상법의 엄격한 규율을 받는다. 따라서 단순한 동업 약정이 아닌, 구체적이고 치밀한 '주주간 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동대표 체제로 법인을 운영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법적 쟁점과 안전장치에 대해 짚어보자.

'공동대표'의 함정과 의사결정 구조의 명문화
흔히 동업자들은 서로 대등한 권한을 갖기 위해 '공동대표이사' 등기를 한다. 상법상 공동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 집행과 대표권을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것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공동대표 중 1인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체결한 계약이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할 경우 회사의 의사결정이 마비되는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중요 경영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원의 서면 합의를 거치도록 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 집행 ▲신규 사업 진출 ▲직원 채용 및 해고 등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되, 의견 불일치 시 해결할 수 있는 제3의 중재 절차나 조정 방안까지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 방패이자, 나의 의사가 무시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방어적 조항'의 마련
동업 분쟁의 9할은 결국 '돈' 문제에서 시작된다. 동업이 깨지는 시점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형사 고소가 바로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업 기간 중 상대방의 자금 집행을 묵인하거나 방치했다면,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 횡령죄를 묻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거나 포괄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는 강력한 자금 통제 조항이 필요하다. 법인 계좌는 반드시 공동 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출금 시에는 OTP나 인증서를 이중으로 관리하여 양측의 승인이 있어야만 집행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기적인 회계 장부 열람권과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명시하여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해야 한다. 투명한 자금 관리는 상호 감시가 아니라 상호 보호를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들어올 때'가 아니라 '나갈 때'
많은 동업자가 간과하는 것이 바로 '이별의 방식'이다. "안 맞으면 그만두고 투자금 빼서 나가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주식회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민법상 조합은 탈퇴 시 지분 환급을 청구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의 주주는 원칙적으로 출자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누군가에게 팔아야만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다.
만약 계약서에 주식 처분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Buy-Sell Agreement)이 없다면, 동업 관계를 끝내고 싶어도 주식을 팔 곳이 없어 '비자발적 주주'로 남게 되거나, 헐값에 주식을 넘기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따라서 ▲계약 해지나 사임 시 주식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주식 가치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예: 최근 3년 영업이익 가중평균, 순자산가치 등) ▲상대방에게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부여할 것인지 등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특히 3~6개월 등 단기간 내 사임 가능성이 있다면, 사임 절차와 함께 지분 매각 대금 지급 시기까지 못 박아 두는 것이 현명하다.
동업계약서, 불신이 아닌 신뢰의 징표
'법대로 하자'는 말이 나오면 이미 그 관계는 끝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법대로 작성된 계약서'가 있을 때 그 관계는 가장 오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 꼼꼼한 동업계약서는 상대방을 의심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쓰는 것이다. 명확한 계약 문구 하나가 훗날 당신의 자산과 회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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