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럽 자동차 산업의 지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 서구 브랜드들이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에 생산 거점을 세웠던 '동진(東進)'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유휴 공장을 인수하거나 현지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서진(西進)'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들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 SUV와 픽업트럭의 강자 그레이트 월 모터스(GWM)는 유럽 내 첫 완성차 생산 공장 부지로 루마니아를 점찍고 정부와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텔란티스와 둥펑자동차(Dongfeng)는 유럽과 중국 내 공장들을 상호 개방해 생산거점을 확보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에 들어갔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BYD와 폭스바겐 간의 협상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폭스바겐의 기술적 자존심으로 불리는 독일 드레스덴 '투명 유리 공장'의 일부를 인수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터져 나온 대형 뉴스들은 이러한 글로벌 패권 이동이 더 이상 추측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기술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들이 서구의 내연기관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합자회사를 세웠지만, 이제는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장 문을 열어주고 있다. 둘째, 보호무역주의의 역설이 드러난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에 생산 거점을 세워 관세를 회피하고, 동시에 현지 고용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셋째, 생산 효율성의 재정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 제조사들의 비대해진 비용 구조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에 도달했고, 중국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유럽 내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것을 넘어, 유럽 내 산업 생태계와 고용 구조,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까지 촉진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은 유럽 내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동시에, 유럽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 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서구 제조사와 중국 기업 간의 협력 모델은 기존의 경쟁 구도를 넘어선 새로운 산업 공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3월 23일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CEO 올라 칼레니우스의 발언은 중국과 유럽 자동차 산업 재편의 단면을 시사한다. 그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챔피언스 리그를 꿈꾸는데,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의 챔피언스 리그는 바로 중국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더 높게 평가하는 셈이다.

이제 유럽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호무역이나 비용 절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기차와 배터리 등 미래차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혁신, 그리고 유연한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유럽 내 고용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과 경쟁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지리·GWM·둥펑·BYD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 진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의 상징적 장면이다. 유럽이 거대한 중국시장에 투자하고 상품을 판매하며 이익을 나눠 가졌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곧 유럽인들이 독일이나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진 중국 브랜드 자동차를 타는 풍경은 펼쳐질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