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AMG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고성능 쿠페를 공개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세계 첫 선을 보인 신형 AMG GT 4도어 쿠페는 AMG.EA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됐으며, 메르세데스 역사상 가장 출력이 높다. 미국 시장에서는 GT 55 모델이 올해 안에 먼저 판매되고, 고성능 GT 63은 내년 초에 출시된다.
이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액셜 플럭스(Axial Flux) 모터를 적용한 것. 메르세데스는 이 모터를 대량 생산 전기차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존 라디얼 플럭스 모터가 원통형 회전자를 사용하는 반면, 액셜 플럭스 방식은 얇은 원형 디스크 구조를 채택해 동력을 전달한다. 이 방식은 크기가 기존보다 67% 작고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토크 밀도는 두 배, 출력 밀도는 세 배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는 2021년 영국의 야사(YASA)를 인수해 이 기술을 확보했다. 야사 모터는 이미 코닉세그 레제라, 페라리 SF90, 람보르기니 레불토 등 하이퍼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사용된 바 있다.

신형 AMG GT 4도어 쿠페에는 이 모터가 총 세 개 장착된다. 앞쪽 축에 하나, 뒤쪽 축에 두 개가 배치되며, 각 모터의 두께는 8.9cm다. GT 63 모델은 런치 컨트롤과 배터리 잔량이 80% 이상일 때 최고 1,153마력(PS)의 출력을 낸다. 이는 2만 7,000달러 한정판 AMG ONE 하이브리드의 1,049마력을 뛰어넘는 수치다. 차량 전기 시스템의 이론상 최대 출력은 1,300마력에 달한다. GT 55 모델은 805마력의 출력을 제공한다. 성능 면에서도 GT 63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초, 200km까지 6.4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300km/h다. GT 55는 각각 2.4초, 8.7초에 도달한다. 이 수치들은 AMG ONE보다 앞선다.

배터리 역시 독자적으로 개발됐다. 106kWh 용량의 800V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실리콘 음극과 NMCA 양극을 결합한 새로운 셀 화학을 통해 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성능을 높였다. WLTP 기준 주행거리는 597~700km로 추산된다. 800V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최대 800A, 600kW 이상의 직류 급속 충전이 가능하며, 10~80% 충전까지 약 11분이 소요된다. 200kW 충전기에서도 충전 속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배터리 셀은 지름 26mm, 높이 105mm의 원통형으로, 메르세데스가 자체적으로 설계해 이 차량에만 적용된다.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바닥에 배치하는 방식 대신, 뒷좌석 아래 '풋 가라지' 공간에 설치해 뒷좌석 탑승자의 발과 무릎 공간을 넓혔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 AMG GT 4도어보다 차체 높이가 약 3.8cm 낮아졌다.

고속 주행 시 공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스 패키지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이 패키지에는 언더바디, 리어 스포일러, 에어 인테이크, 리어 디퓨저가 포함된다. 특히 능동형 리어 디퓨저는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고 메르세데스는 설명했다. 차량 속도에 맞춰 차고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기본으로 탑재된다. 운전자는 6가지 프리셋 모드와 1가지 커스터마이즈 모드 등 총 7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는 세 개의 물리 다이얼이 있어 응답성, 민첩성, 트랙션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은 'AMG 레이스 엔지니어'로 불린다.
실내에는 운전자용 대형 화면 두 개와 동승자용 화면 한 개가 대시보드 전체를 차지한다. 에어컨과 볼륨 조절 물리 버튼은 없지만, 스티어링 휠에 볼륨 다이얼이 장착돼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고급 트림에 기본, 기본 트림에는 선택 사양으로 제공된다. 서킷 구간 타이밍 등 레이스 분석 도구와 주요 트랙 정보가 미리 입력돼 있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전동 변색 유리로 제작됐으며, 앰비언트 조명이 실내 분위기를 완성한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두 개 또는 네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키 장비를 실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이 모델에는 인공 V8 사운드, 가상 변속 시뮬레이션, 시트 진동 피드백 기능이 탑재됐다. 스포츠+ 모드에서 기본으로 작동하며, 9단 가상 변속기는 패들 시프터로 조작할 수 있다. 기존 V8 엔진의 레드라인(7,000rpm)을 모방한 가상 타코미터와, 실제 최적 출력 구간을 벗어나면 가상 파워밴드에 맞춰 출력을 제한하는 기능도 적용됐다. 메르세데스는 이를 '감성'이라고 표현했다. 최고 성능을 내는 레이스 모드에서는 가상 변속과 사운드 개입이 모두 비활성화되며, 운전자가 직접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AMG GT XX 컨셉트가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나르도 테스트 트랙에서 8일 동안 4만 75km를 주행하며 전기차 내구 기록을 세운 것도 이번 양산 모델의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메르세데스는 기존 내연기관 AMG GT와 비슷한 가격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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