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쾌적한 공간 덕분에 집중하기에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페를 나설 때면 예상치 못한 피로감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체력 문제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음악 볼륨이 너무 커서인가? 스피커 품질 때문일까? 아니면 플레이리스트 구성 문제인가?'

며칠 동안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원인을 다시 짚어보게 되었다. 피로의 원인은 특정 음악이 아니라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는 사실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잠시 창밖을 바라볼 때도 음악은 계속 귀로 밀려들었다.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공간에서 귀가 쉬지 못했던 것이다.
문득 오래전 한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던 친구가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해외로 나가기 전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에 계속 살고 싶지는 않냐는 내 질문에 "아예 들어오는 것도 생각중이야, 근데 한국생활 힘든게 하나 있어. 어느 카페를 가도 같은 음악이 나와서 음악적으로 지치는거." 당시에는 웃으며 넘겼던 그 말이 최근 카페에서 비슷한 피로를 느끼며 비로소 마음에 와닿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특히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음악 속에서 살아간다. 학생들의 노래를 듣고, 음원을 분석하고, 새로운 음악을 찾고, 레슨과 녹음을 준비한다. 취미로 음악을 즐기던 시절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서 들었지만, 이제는 좋든 싫든 수많은 음악을 접해야 한다. 음악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업무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인 청취자에게 음악은 배경음(BGM)이 될 수 있지만 음악인에게 음악은 조건반사처럼 분석의 대상이 되곤 한다. 노래를 들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음정과 발음이 들리고, 리듬과 프레이징이 쪼개져 들어온다.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정밀한 분석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목을 제대로 쉬게 하려면 말이나 노래를 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음악도 잠시 끄고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음악을 듣는 동안에 노래를 하지 않아도 성대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미세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음성치료를 하는 지인도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했다. "일반적으로 음악 감상은 우뇌의 활동과 관련이 깊다고 하잖아? 그런데 얼마 전 검사실험 하는데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좌뇌가 훨씬 활성화되더라고. 아마 음악을 '언어'로 이해하는 모양이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음악을 듣는 시간이 곧 휴식이 되지 못할때가 있다.
음악인은 어떻게 쉬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힌트 삼아 의도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갖곤 한다. 방안에 음악을 끄고 공간의 정적을 느끼며 가만히 머무르거나, 강변을 걸으며 물소리와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질감을 귀에 담는다. 혹은 산책이나 운동처럼 몸을 쓰는 활동을 통해 온통 귀로만 쏠려 있던 에너지를 다른 감각으로 분산시키기도 한다.
음악을 오래도록 사랑하기 위해서 음악을 향한 '전략적 후퇴'가 필요하다. 좋은 음악에 대한 흡수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완충 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잘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귀를 제대로 쉬게 하는 일이다. 회복과 휴식을 위한 '고요'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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