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반복적으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데 대해 '고의성이 있었던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최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영풍에 대해 제재를 의결했다. 영풍은 토양정화 충당부채와 석포제련소의 자산 손상차손 등 주요 회계항목을 과소 계상한 것으로 지적됐다. 증선위는 이에 대해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과 과징금, 3년 감사인 지정, 시정 요구 등의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위반 기간의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을 권고했는데, 대표이사 해임 권고는 금융당국이 '고의'적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해 내리는 대표적인 중징계로 해석된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회계처리기준 위반 관련 가장 높은 수준의 조치 기준인 '고의' 단계에서만 '대표이사 해임 권고'가 명시돼 있다. 이보다 낮은 '중과실'이나 '과실'의 경우 '담당임원 해임 권고' 정도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시행세칙을 보면 '고의'를 "위법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법령 등을 위반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회사 및 임직원이 부채를 누락하는 등 회계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조작·누락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 등을 고의로 보고 있다. 이는 회계처리 판단에 합리성이 결여되었거나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내려지는 '중과실'과는 '의도성'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영풍이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받았다는 것은 결국 이들이 위법 사실을 인식하고도 법령을 위반한 '고의' 단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선위의 영풍 석포제련소 관련 제재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시선이 있다. 증선위는 영풍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유형자산 손상 평가를 수행하며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 자산손상평가에서는 영풍이 '자의적'으로 조업정지 손익효과를 제거했다고 봤다.
손상차손은 기업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이 실제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대비 높다고 판단될 때 그 차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다. 이를 과소계상한다면 장부상의 자산 가치가 실제 가치 대비 높게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실질적 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함에 따라, 투자자와 주주가 해당 자산의 수익성이 실제 대비 높다고 오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재계에서는 이를 고려하면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더욱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은 그동안 석포제련소 환경개선 투자와 책임경영을 강조했지만 환경오염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당국 판단이 도출된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이번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수년간 반복된 환경 및 조업정지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며 "제재 수위 등을 고려하면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풍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오류로 받아들이기보다, 내부통제 시스템과 총체적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이를 시장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영풍이 단순 착오로 설명한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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