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dict
운전의 재미는 없어도, 가격과 연비 등 지갑을 지킬 유일한 중국산 PHEV
Good
- 전기차에 엔진의 '맛'을 낸 PHEV, 웬만해선 이달 주유소 갈 일이 없다
- 이 가격대에선 전무후무한 반자율주행 기능의 매끄러운 동작 성능
Bad
-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어벙벙한' 핸들링 감각
- 아토 3, 씰, 돌핀까지… 앞선 BYD의 차들은 대부분 너무 일찍 무대에서 사라졌다
Competitor
- 기아 니로 EV: 확실한 전기차, 위화감 없는 맞춤형 SUV의 진가를 보여준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HEV: 조수석에 화면 하나 더 있을 뿐...이라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PHEV는 썩 대중적인 차는 아니었다. 현대차그룹이 PHEV 판매 무대를 주로 해외에 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PHEV는 볼보나 BMW처럼 수입 자동차 브랜드가 몇 번 신차로 내놨던 게 전부다. 기아 니로나 스포티지처럼 많이 팔리는 차들이 국내에도 PHEV를 출시했더라면 더 대중적이 됐을 터. 국내에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PHEV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고, 충전의 불편함도 있는 데다 정부에서는 2021년을 기점으로 보조금도 안 준다.
BYD가 씨라이언 6 DM-i를 내놓기로 한 데에는 이런 시장의 공백을 제대로 파악한 '신의 한 수'다. 물론 잘 팔린 다음에 해야 할 말이지만. 그야말로 호랑이 없는 산에 무혈입성한 상황이 아닌가. 여기에 두 가지 조건, '저렴한 가격'과 '연료 효율'이 좋아야 하는데 BYD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다. 씨라이언 6 DM-i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이 차의 데뷔 무대는 2026 부산 모빌리티쇼. 작아질 대로 작아진 변방의 모터쇼에서 공개라니… 역시 일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BYD 씨라이언 6 DM-i는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막강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었다. 우선 출시 가격 3,750만 원이라는 숫자가 압도한다. SUV인데 게다가 준중형 PHEV로서 볼 수 없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근사하다. 중국색을 덜어낸 쿠페형 SUV는 전후 조화가 흥미롭고 비율도 좋았다. 캐릭터 라인과 DLO 라인 역시 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참신한 선택으로 보인다. 범퍼와 헤드램프는 좌우로 쭉 날렵하게 그려져 날카로운 도시형 SUV로 자리매김하기에 좋은 선택을 했다. 통창으로 열리고 닫히는 글래스 루프는 웬만한 고급 SUV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리어 램프는 좌우로 크게 이어져 시인성도 좋은 데다 보기도 좋았다. 뒷유리가 좁아 룸미러로 보는 시야는 좁더라도 문제가 될 정도까진 아니다. 전동식으로 열리고 닫히는 리프트 게이트도 도심형 SUV로서 좋은 평가를 주기에 충분하다.
BYD 씨라이언 6 DM-i의 백미는 실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 축거 2,765mm는 준중형 차급에서 대표적인 수치.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BYD 씨라이언 6 DM-i는 콤팩트한 시트를 반영해 무릎 공간과 머리, 그리고 어깨 공간까지 실속 있게 여유를 만들었다. 발 공간도 넉넉한 데다 벨트라인도 어깨 밑으로 두어 시야를 탁 트이도록 배려했다. BYD 전매특허인 넓적한 센터 디스플레이는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갖가지 주행 보조 장치들로 가득 채웠다. 이것만으로도 이 차에 '따봉~!'을 보내기에 아깝지 않을 정도.

BYD 씨라이언 6 DM-i는 이전 아토 3처럼 어색한 '기타줄'도 없고, 도어 캐치도 납득할 만한 디자인으로 채웠다. 돌핀처럼 애처로운 원가절감 부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하차감'에서 부끄러울 요소는 일절 배제한 느낌이다.
1.5L 가솔린 엔진과 18.3kWh 용량의 배터리는 다소 어색한 조합이지만 실제 시승 과정에서 확인한 바로는 영락없는 영혼의 단짝이다. 이 차는 PHEV답게 완충 시 전기차 모드로만 70km를 달릴 수 있는데 실제 시승에선 그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특히 대략 배터리 용량 20% 후반이 되면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가며 하이브리드차가 되는데 이 순간에도 전기차의 정숙성을 대체로 유지할 수 있었다. 복합 연비는 15km/L 정도인데, 한 번 충전에 1천 km를 갈 수 있을 거라는 BYD의 주장은 허황된 내용은 절대 아니다. 대략 500km를 주행한 시승에서 절반 이상의 연료가 남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에서 이 차의 효율과 연비는 가히 빛을 발한다. EV 모드 이후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의 이질감이 거의 없다. 하이브리드 제조에 단기간 압축 성장을 한 BYD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순간이었다. 1,960kg이라는 준중형 SUV 차급으로선 적지 않은 무게이지만 정지 상태에서 치고 나가는 맛은 썩 좋다. 업계에선 "무게를 잘 지워냈다"고 표현하는데 BYD 씨라이언 6 DM-i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다만 핸들링 감각은 감흥을 주기엔 부족했다. 20년 전 소형차를 운전하는 듯 직관적인 핸들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요즘엔 대형 SUV도 착착 감기는 손맛을 강조할 정도로 빠릿한 스티어링 휠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BYD 씨라이언 6 DM-i는 아직 핸들링의 차원이 현대적 수준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BYD 씨라이언 6 DM-i를 평가절하할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민감한 핸들링이 주는 피드백을 피곤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도심형 SUV를 지향했던 만큼 손꼽힐 만한 단점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운전의 재미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특히 선호할 기능이 또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 안쪽에 버튼 몇 개 누르면 활성화되는 이 기능은 도로 중앙을 귀신같이 알아챌 뿐 아니라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맞추고 유지하며 설정한 속도를 지켜낸다. 특히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과의 연동은 속도도 빠르고 매끄러운 데다 가용한 애플리케이션마저 정말 많았다. 사방에 배치한 카메라와 센서 덕분에 주차도 편하다.
시승을 하는 내내 BYD 씨라이언 6 DM-i 이전에 시승했던 BYD코리아의 다른 모델들이 떠올랐다. 아토 3와 돌핀. 나는 이 두 대의 차를 탈 때도 '가성비'를 말했고, '생각보다 좋다'는 말을 했었다. 지금도 그렇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점은 중국산 자동차를 시승할 때 항상 따라오는 말이 돼 버렸다.


통상 대중적으로 BYD 자동차들에 대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나 승차감에선 너그러운 점수를 주지만, 주행 역동성이 출중하거나 감성적인 매력이 뛰어난 차로 인식하지 않는다. 특별하게도 '가성비'는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됐다. 지난 1년 새 아토 3부터 돌핀, 씨라이언 7, 씰 등 신차 출시는 그야말로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이 정도로 신차가 빨리 나왔던 수입차 브랜드가 있었나? 문제는 이렇게 차의 가격과 기능에만 매몰된 채로 신차가 급하게 출시되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일종의 소비재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씨라이언 6 DM-i를 갖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차를 통한 효능에만 집중하게 된다. 아쉽게도 이 차를 타면서 효능을 넘어선 흥미와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BYD 씨라이언 6 DM-i 시승을 통해 중국산 자동차가 앞으로 더 많이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실용적인 이동 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결합해 내구성이 뛰어난 산업 제품으로서 자동차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마치 수명이 짧은 전자제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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