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업으로 회사를 세우거나 외부 투자를 받으며 지분을 나눈 경영자들이 뒤늦게 법률사무소를 찾는 시점은 대개 비슷하다.
처음 몇 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한 사람이 회사를 떠나려 하거나, 지분을 팔려 하거나, 경영 방향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순간 한꺼번에 터진다. 그때 꺼내 보는 것이 몇 해 전 서둘러 서명한 주주간 계약서다.

비상장 중소기업에서 주주간 계약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상장회사와 달리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구조에서, 주주 한 사람의 이탈이나 낯선 제3자의 유입은 곧바로 지배구조의 변동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계약서는 지분의 유입과 이탈을 통제하고, 지배구조 운영 규칙을 정하며, 분쟁이 생겼을 때의 구제수단을 마련하는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첫 번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조항이 회사를 구속하는가, 당사자만 구속하는가'이다. 주주간 협약에서 의결권 행사나 이사회 운영 방식을 약정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회사에 대해 같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 그리고 이사가 회사에 대해 부담하는 충실의무를 근거로, 특정 주주의 의사에 따라 반드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식의 조항을 무제한 관철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이사에게 특정 방향의 업무집행을 지시하는 이른바 '프로큐어 조항'이 회사법상 강행규정과 충돌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학계의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계약서에 적혀 있다는 사실과 그 조항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두 번째 질문은 '이 조항의 방아쇠는 언제 당겨지는가'이다. 우선매수권을 예로 들면,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이 권리가 상대방이 실제로 매도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비로소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역시 우선매수권 조항은 상대방이 실제로 매도하고자 하는 때에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상대방이 팔 생각이 없는데 먼저 사겠다고 나서서 주식 인도를 구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매도 의사 통지의 방법, 가격 산정 기준, 제3자 제시 조건과의 일치 여부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두지 않으면 권리는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세 번째 질문은 '회수의 길을 열어 두었는가'이다. 양도제한은 폐쇄적인 회사에서 필요한 장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무효 판단을 받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가단254977 판결은 처분금지기간이 5년에 이르고 전원의 동의까지 요구되어 사실상 회수가 곤란한 사안에서, 그 약정이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지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반면 앞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퇴사 등 위약사유와 결합한 콜옵션 조항에 대해,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장기근속 유인이라는 합리적 목적이 있고 주식 처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면 무효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갈림길은 '묶었는가'가 아니라 '풀리는 조건을 함께 적었는가'에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계약 위반이 곧 불법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앞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계약 위반이 성립한다고 하여 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행위규범으로서의 법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반 상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고 싶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우선매수권 발동 같은 내부 제재를 계약 안에 미리 설계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주주간 계약서는 분쟁이 터진 뒤 승패를 다투는 증거가 아니라, 분쟁 자체를 설계 단계에서 걸러내는 도구다. 서명 전 조항별로 효력과 작동 조건을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이며, 이는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원칙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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