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승계와 중소기업 인수합병이 늘면서, 비상장회사 지분을 사고파는 거래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런데 상장회사와 달리 비상장 중소기업은 외부에 공시되는 정보가 거의 없다. 재무제표의 신뢰도, 밀린 세금, 진행 중인 소송, 노무 문제, 인허가 위반 여부를 매수인이 스스로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정보의 비대칭을 메우는 장치가 이른바 '진술 및 보증' 조항이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기능을 명확히 설명한 바 있다. 계약 종결 이후 진술·보증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어 손해가 생겼을 때 상대방에게 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불확실한 상황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배분하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반영해 매매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
주목할 것은 이 조항이 '몰랐던 사람'만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매수인이 계약 체결 당시 진술·보증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계약서에 그런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이 없고 공개목록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지도 않았다면 매도인의 배상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이 판단은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실무적 함의를 남긴다. 매도인이라면 이미 알려진 문제를 반드시 공개목록에 적어두거나 면책 조항을 넣어야 한다. "상대방도 알고 있었지 않느냐"는 항변은 계약서에 근거가 없으면 통하지 않는다. 매수인이라면 실사 과정에서 발견한 위험이라도 대금 협상에만 반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조항으로 남겨야 한다.
손해배상의 '범위'도 계약서의 몫이다. 범위나 금액을 정한 조항이 없으면 법원은 매수인이 보유한 대상회사 주식가치의 감소분, 또는 실제 지급한 매매대금과 위반 사실을 반영했더라면 지급했을 매매대금의 차액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배상액을 정하게 된다. 감정과 입증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절차다. 계약서에 산정 방식을 미리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분쟁의 길이가 크게 줄어든다.
한편 앞선 2015다207044 판결은 매수인이 이후 대상회사 주식을 일부 처분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진술·보증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액수 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수 후 지분 구조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기대는 보호받기 어렵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장이나 임상 진입 같은 장래의 전망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서에 그 일정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상대방이 특정 시점을 확약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오간 낙관적 전망은 계약서에 옮겨 적히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결국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매수인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문서다. 재무제표의 정확성, 우발채무와 부외부채의 부존재, 법령 위반과 소송의 부존재, 담보권 설정 현황을 항목별로 열거하고, 위반 시 손해배상·가격조정·해제 중 어떤 구제수단을 쓸 것인지까지 정해두어야 한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한두 장짜리 계약서로 갈음하는 관행이 여전하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 치르는 비용은 그 절약분을 훨씬 넘어선다. 지분 인수를 앞두고 있다면 실사 결과를 계약 문언으로 옮기는 단계에서 한 번쯤 법률적 검토를 거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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