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석포제련소 환경정화 비용 등 충당부채를 수천억 원 규모로 과소계상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회사 측으로부터 핵심 자료를 은폐당했다는 정황이 금융당국 의사록을 통해 확인됐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제10차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영풍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2021년과 2022년 감사 당시 변동된 정부 공문과 추가 토지정화계약서 등 정화의무 관련 핵심 증거를 회사에 요청했으나 제시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재경 및 제련소 현장 담당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오염면적 축소나 관련 공문 변동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인 측은 금융감독원 감리 단계에 이르러서야 제련소 임직원들이 오염면적을 축소한 혐의로 형사기소된 사실과 누락된 오염 지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감사인은 "가장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정부 공문 자체에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일반적인 감사절차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 증선위원이 "회사 측의 자료 미제공이라는 한계 때문에 당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냐"고 질의하자 감사인은 "그러하다"고 답하며, 관련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감사절차를 즉시 확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록에는 석포제련소 현장 관계자의 발언도 담겼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과거 감사 당시 제련소 담당자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회사가 설정한 충당부채 면적 중 실질적으로 정화가 가능한 면적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현 불가능한 정화계획을 바탕으로 충당부채를 자의적으로 축소 작성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환경 제재에 따른 조업정지 손실평가 과정에서도 영풍 측이 영업 보고서를 감췄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인은 "감리 과정에서야 90일 매출 감소 효과가 담긴 업데이트 보고서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당시 60일 기준 영업손익 차이가 크지 않아 회사 주장을 수용했으나, 업데이트된 보고서가 제시됐다면 수정검토를 강력히 권고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증선위는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및 지하수 정화비용 충당부채를 누락·과소계상하고, 조업정지 여파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대형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는 영풍에 204억 741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현직 임원 해임권고,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회계업계 및 금융권 전문가는 "외부감사의 기본 전제는 경영진이 제공하는 정보의 투명성과 성실성"이라며 "감사인에게 중요 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에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회계처리를 문제 삼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풍은 '회계적 견해와 판단의 차이라는 입장인 반면, 당국은 이미 확정된 정화의무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고의적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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