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4년마다 일본에서 'WBC세계장애인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해 6회 대회가 열리며 항상 주최 측인 일본에서 4개국 한국,일본,대만,푸에르토리코 선수단의 항공권과 체류비를 지원한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영광스럽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선다는 것은 선수에게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자부심이다. 특히 장애를 딛고 오랜 시간 훈련해 국가대표가 된 선수라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로 선발되고도 정작 경기에 나설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약 12년 동안 대한민국 장애인야구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야구를 사랑했고, 장애가 있어도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며 세계의 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도전하며, 장애인 스포츠가 가진 가치를 경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마음 한편에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장애인야구에서조차 장애가 심한 선수들이 경기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내가 경험한 대표팀에서는 상대적으로 장애 정도가 심한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 나설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됐다. 반면 일부 선수에게는 출전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현실을 목도했다. 선수 선발과 출전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그 기준이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카르텔'이 깊이 형성된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국가대표 경기는 승리를 목표로 한다.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과 포지션, 경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출전 시간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스포츠의 가치를 승패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동료와 함께 도전하며, 삶의 자신감을 얻는 과정속에서 감동이라는 트로피를 목표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사실과 실제로 경기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낸 선수에게 국가대표의 영광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추억일까? 상처일까?
나는 특정 선수나 관계자를 비난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장애인야구가 더 건강하고 신뢰받는 스포츠로 발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에는 승리의 책임뿐 아니라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할 책임도 담겨 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가대표는 누구를 위한 대표팀인가?' 이 질문이 불편하더라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장애인야구의 감동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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