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류의 흐름 속에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크게 늘면서 K트래블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뉴스는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 한국만의 멋과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행명소를 소개한다. 나만의 한국적인 매력과 추억을 얻을 수 있다.

[K-TRAVEL⑯]서울 남산 둘레길
서울의 가을을 온전히 호흡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남산의 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도심 빌딩 숲 사이에서 사계절 내내 변함없는 이정표가 되어주던 서울의 남산은 이맘때가 되면 화려하고 깊이 있는 붉은빛과 노란빛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지하철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닿는 곳, 발걸음 닿는 곳마다 오색 단풍의 터널이 펼쳐지는 남산 둘레길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쉽고 완벽하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가을 여행지다.
남산 주변의 명동, 충무로 등에 크고 작은 호텔들이 있어 이곳에 머무는 외국관광객이라면 한번쯤 가벼운 차림으로 찾을만하다. 특히 올해 서울 도심의 단풍은 다음 주 인 11월 초(11월 4일경)에 이르러 산자락의 80% 이상이 물드는 완연한 '절정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남산은 화려한 피날레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가장 짙은 가을 빛을 뿜어낼 채비를 하고 있다.

도심 속 비밀의 숲, 남산 둘레길을 걷다
서울 시민들에게 남산은 익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N서울타워가 있는 정상부로 향하는 가파른 길 대신, 산허리를 완만하게 감싸 안으며 이어지는 총연장 7.5km의 남산 둘레길을 걸어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남산 둘레길은 기존의 북측순환로와 남측산책로를 연결해 자연생태길, 야생화원길, 산림문학길 등 5개의 유기적인 코스로 조성된 명품 트레킹 코스다.
11월 초 절정기의 남산 둘레길이 특별한 이유는 산 전체가 거대한 단풍 터널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벗어나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은 맑아지고 가을 산이 뿜어내는 깊은 흙 내음과 피톤치드가 온몸 가득 채워진다.

현재 곤돌라 조성 공사 등으로 인해 소월로 진입 숲길과 둘레길 일부 구간이 통제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장 이정표와 안내 지시에 맞춰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므로 예년보다 이동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수 있다.
오감으로 만나는 남산 둘레길 5대 코스와 신설 '하늘숲길'
남산 둘레길은 어느 방향에서 진입해도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지만, 11월 초 가을의 절정을 가장 아늑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남산 둘레길은 코스마다 각기 다른 매력의 가을 풍경을 품고 있다. 가장 길고 폭이 넓은 북측순환로(3,420m, 약 1시간 소요)는 국립극장 자락부터 남산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도로다. 전체 구간이 탄성 포장으로 마감되어 교통약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며, 11월 초 절정기가 되면 왕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머리 위로 주홍빛 단풍 터널을 만들어내어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자연생태길(1,650m, 약 30분 소요)은 야생조수류 보호구역을 통과하는 가장 친자연적인 코스다. 인공 포장을 최소화한 흙길과 데크로드 덕분에 발끝으로 가을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며, 울창한 신갈나무와 소나무 숲 사이로 흩날리는 오색 단풍이 매력적이다.

한남동 방향에서 진입하는 야생화원길(930m, 약 15분 소요)은 평탄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로, 붉은 단풍과 함께 다양한 야생화, 은빛 억새, 수생식물이 한데 어우러져 남산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힌다. 산림문학길(910m, 약 15분 소요)은 남산도서관과 조지훈·소월 시비 등을 지나며 문학적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노란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바위에 새겨진 시 구절을 음미하기 좋다. 역사적 숨결이 가득한 역사문화길(590m, 약 10분 소요)은 한양도성 성곽 자락과 백범광장을 연결하며, 조선 시대 성곽과 도심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오색 단풍이 어우러져 고풍스럽고도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최근 새롭게 조성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무장애길인 남산하늘숲길(1,450m)은 남산도서관에서 후암동 남산배드민턴장 인근까지 이어지는 데크길이다. 계단이 전혀 없고 경사도가 8% 미만으로 완만하여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 노약자도 제약 없이 단풍 숲을 즐길 수 있다. 기존의 나무들을 그대로 살려 유려하게 뻗은 목재 데크를 걷다 보면 마치 단풍 숲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코스 중간에 위치한 노을전망대는 투명 유리 펜스로 되어 있어,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붉은 단풍, 그리고 아름다운 낙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N서울타워의 위용
둘레길을 걷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N서울타워가 끊임없이 설렘을 자극한다. 걷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타워의 다채로운 모습이 때론 경이롭게 보인다. 타워의 높이는 타워 자체 높이로 236.7m이며, 일반적인 빌딩 층고를 약 3m로 보면 79층에 해당되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또한 남산의 해발 고도를 포함한다면 무려 약 480m이니 서울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는 서울의 심장으로 우뚝 서 있다.
남산 정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땀방울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성취감으로 바뀐다. 수많은 연인들의 추억이 겹겹이 쌓인 로맨틱한 광장의 '사랑의 자물쇠'이 주렁주렁 빼곡하게 달려있고 타워 앞마당에서 간혹 펼쳐지는 전통 문화 공연과 버스킹도 볼거리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한데 모여 활기를 띠는 공간으로 지구촌의 다양한 말들이 들려온다.

남산 정상에서는 높은 만큼 한강과 롯데월드타워, 북한산까지 한눈에 담기는 압도적 시야를 자랑한다. 특히 붉은 노을이 빌딩 숲의 불빛으로 변해가는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남산 자락이 품은 보석 같은 주변 관광지
남산 둘레길 트레킹 전후로 함께 묶어 방문하면 여행의 밀도를 몇 배로 높여줄 주변 명소들이 있다. 우선 남산골한옥마을은 충무로역(3·4호선) 3·4번 출구와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다. 서울시 지정 민속자료 한옥 5개 동을 이전·복원한 공간으로, 가을이 되면 기와지붕과 붉은 감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수묵채색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후원의 전통정원, 계곡, 천우각 주변은 고즈넉하게 산책하기에 적합하며, 둘레길 북측순환로 진입 전이나 하산 후에 방문하기 좋은 최적의 코스다.

장충단공원은 동대입구역(3호선) 6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다.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졸들을 기리기 위해 고종이 세운 사당 자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맑은 실개천과 오색으로 물든 오래된 나무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충단비와 수표교 등 역사적 문화재를 보며 걷기 좋고, 둘레길 동쪽 진입로인 국립극장 방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백범광장은 회현역(4호선)에서 남산 방향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넓은 잔디밭과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복원된 한양도성 성곽길이 특징이다.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이 성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산 정상과 N서울타워의 전경은 서울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꼽힌다.
남산 정상으로 버스나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
남산의 하이라이트인 정상에 오를 때는 남산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친환경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게 오르는 방법이다. 노란색 외관에 귀여운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 캐릭터가 그려진 이 버스들은 매연 없이 조용하게 관람객들을 정상까지 실어 나른다. 주요 노선 정보는 다음과 같다.

01A번 순환버스는 충무로역(2번 출구), 동대입구역(6번 출구) 등을 거쳐 남산서울타워 정상까지 운행한다. 배차간격은 약 9분이며, 운행 시간은 06:30~23:00다. 앞선 코스에서 남산골한옥마을이나 장충단공원을 관람한 뒤 탑승하기 가장 편리한 노선이다. 01B번 순환버스는 마찬가지로 충무로역과 동대입구역을 주요 거점으로 운행하며, 배차간격은 약 14분이다. 운행 시간은 01A번과 동일하다.
순환버스의 요금은 카드 기준 1,500원이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어스름한 산속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남산서울타워 정상에 도착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하나둘 불을 밝히는 서울 시내의 화려한 야경을 피날레로 감상하며 남산에서의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3분만에 정상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남산 방향으로 약 5~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무인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남산오르미 탑승장에 닿는다. 이 무료 엘리베이터를 타면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요금은 대인 기준 왕복 15,000원, 편도 12,000원이며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운행한다. 케이블카를 타면 발아래로 회현동 일대의 도심 풍경과 멀리 펼쳐진 고층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 600m의 운행 거리 동안 사방의 유리창을 통해 감상하는 서울의 파노라마 뷰는 케이블카 여정의 하이라이트다.

단풍 뒤에 즐기는 미식, 완벽한 가을 하루의 마무리
남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남산 돈가스'다. 남산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에는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돈가스 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바삭하게 튀겨낸 큼직한 왕돈가스에 따뜻한 스프를 곁들이면, 숲길을 걸으며 살짝 출출해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새로 열린 하늘숲길을 따라 후암동 골목길이나 해방촌방향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추천한다. 낡은 주택들을 개조해 만든 카페 내부 창밖으로 남산의 울긋불긋한 전경과 N서울타워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은, 지금 이 순간의 가을
우리는 흔히 가을 단풍 여행이라고 하면 큰마음을 먹고 먼 지방의 명산이나 국립공원을 찾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주말마다 이어지는 극심한 교통 체증과 인파에 치이다 보면, 힐링을 위해 떠난 여행이 오히려 피로로 돌아오기도 한다.
남산 둘레길과 새로 열린 하늘숲길, 그리고 자락마다 숨어있는 남산골한옥마을 같은 명소들은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밀도 있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단풍이 가장 무르익는 다음 주 11월 초는 일 년 중 남산이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단 일주일의 시간이다.
거창한 계획 없이 그저 편안한 신발 한 켤레만 신고 지하철과 순환버스를 이용해 남산으로 향해 보라. 사각거리는 낙엽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절정으로 치닫는 남산의 가을을 온전히 걸어보길 권한다.
한편 서울시는 11월 한 달간 남산공원 일대에서 '2026년 남산둘레길 가을소풍' 행사를 진행해 북측순환로와 한국숲정원의산책로에서는 공원사진전 '남산둘레길 갤러리'가 운영된다. 11월 7∼8일에는 남산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자연·역사 투어', 조류 생태를 알아보는 '남산의 새 가족 탐사', 뜨개질 체험 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14일에는 남산공원 석호정에서 전통활쏘기 대회가 열린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145m 거리의 과녁을 향해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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