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시리즈 중 ‘데어데블’이 중요한 시리즈로 급부상했다. 오는 7월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4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티저 예고편에 데어데블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통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공개된 마블 텔레비전 시리즈 ‘원더맨’이 호평받으며 그 뒤를 잇는 ‘데어데블’ 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첫 에피소드를 공개한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 2는 데어데블의 복수극을 넘어 대규모 히어로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다.
‘데어데블’ 시리즈는 현재 진행 중인 마블 최장수 단독 시리즈다. 2015년 넷플릭스에서 시즌 3까지 공개된 후, 디즈니가 판권을 회수하며 2025년 디즈니플러스에서 ‘데어데블: 본 어게인’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블 영화 부문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면,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는 ‘데어데블’이 11년째 주인공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시절에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다크히어로 액션물이었으나, 주인공 맷 머독이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과 드라마 시리즈 ‘쉬헐크’(2022)에 카메오 출연을 거치며 대중적 인지도를 굳히고, 이제는 MCU 히어로의 구심점이 됐다.

‘데어데블’은 시각장애인 변호사 맷 머독(데어데블)이 악당 윌슨 피스크(킹핀)에게 맞서는 이야기다. ‘배트맨’의 무대가 고담시라면, ‘데어데블’의 무대는 뉴욕 헬스키친이다. 어릴 적 사고로 시력을 잃은 대신 청력과 촉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한 머독은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자경단으로 활약한다. 그는 뉴욕 범죄계의 거물을 넘어 이제는 뉴욕 시장직까지 거머쥔 피스크와 10년이 넘도록 숙명적인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 1은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이었다.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 팬들에게 감회를 안겼고, 머독의 절친이자 변호사 파트너인 포기 넬슨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전개로 포문을 열었다. 새로운 파트너와 사무소를 차린 머독은 공권력을 이용해 뉴욕을 장악하고 계엄령까지 선포한 킹핀의 폭주를 지켜보며 다시 전쟁을 준비한다. 포인덱스터(불스아이)와 연쇄살인마 뮤즈가 빌런으로 등장해 19금 액션을 확실히 보여줬고, 시즌 후반부 프랭크 캐슬(퍼니셔)과 재회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 2는 데어데블이 피스크의 무기 밀매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화물선을 습격하는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시작한다. 과거의 처절한 사투보다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까운 구성과 거대한 규모가 돋보인다. 데어데블의 유니폼도 업그레이드돼 블록버스터형 히어로의 면모를 강조했다. 이어서 머독의 새로운 연인이 소개된다. 시즌 2는 규모도 더 커지고 인물 관계에 변화를 줬다는 제작진의 선언이다. 피스크는 여전히 ‘안전한 거리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자경단 검거에 열을 올리고, 이번 시즌의 중요 인물인 CIA 소속 ‘미스터 찰스’(매튜 릴라드)가 피스크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거대한 음모의 시작을 알린다. 전편에서 머독의 조력자이자 연인이었다가 지금은 피스크의 편으로 돌아선 글렌 박사의 최종 선택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리즈를 봐야 하는 이유가 ‘스파이더맨’ 새 영화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좀 서운하다. 데어데블의 매력은 배트맨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억만장자이자 계획형인 배트맨과 달리, 서민 변호사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머독은 자신의 폭력 행위에 끊임없는 자책감을 갖는다. ‘데어데블’ 시리즈의 장점인 액션 신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는데, 최첨단 장비 대신 맨몸으로 부딪히는 데어데블의 액션은 처절한 사투에 가깝다. 이번 시리즈는 피스크에 맞서기 위해 데어데블과 공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면서 제시카 존스가 합류한다. 이 밖에도 ‘디펜더스’ 멤버들의 재회 가능성과 전편 빌런들의 재등장이 예상되면서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주연배우 찰리 콕스와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데어데블(맷 머독)을 연기한 찰리 콕스의 섬세한 시각 장애인 연기와 고난도 액션은 그 자체가 히어로의 수행처럼 느껴진다. 히어로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보여주는 그의 감정 연기는 ‘악마 슈트’와 대비되며 연민을 자극한다. 킹핀(윌슨 피스크)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얻은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위압적이고 광폭하게 돌변하는 연기는 시리즈마다 단순한 악당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거구의 어깨와 민머리 뒷모습만으로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낸다.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이번 시즌엔 킹핀의 뒤틀린 광기를 어떤 식으로 표출할지 궁금하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 2의 첫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은 꽤 영리하다.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데어데블을 도운 인물의 정체를 직접 밝히지 않고 무기만 보여주고 끝낸다. 정체를 숨겼지만, 마블 팬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는 힌트다. 시즌 2는 8개 에피소드로 매주 한 편씩 공개 예정이다. 다만 다음 주에는 에피소드 2,3을 한 번에 공개하는 파격적인 일정이어서 그 의도도 주목된다. 5월까지 이어질 시즌 2 이후에는 마블TV 스페셜 ‘퍼니셔: 원 라스트 킬’(5월 12일 공개)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마블의 촘촘한 라인업을 보니 2026년은 마블의 역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아닐까. 그 중심에 데어데블이 있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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