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파' 찬사에 '흥행배우'란 수식어가 붙다

배우에게는 누구나 ‘자기 작품’이 필요하다. 아니, 절실하다. 흥행작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 작품의 중심에 서서 드라마를 이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 JTBC 주말극 ‘신입사원 강회장’(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은 배우 이준영에게 그런 의미를 지닌 작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준영은 늘 좋은 배우였다. 아이돌 그룹 유키스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차근차근 출연작을 늘리며 성실하게 실력을 쌓아 올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특유의 친근한 매력을 보여줬고, 액션 장르에서는 날렵한 에너지와 강한 집중력을 드러냈다. 때로는 서브 남주로, 때로는 악역으로, 또 때로는 청춘의 얼굴로 등장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그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단단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폭싹 속았수다’, ‘약한영웅 Class2’ 등 화제작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대중에게 얼굴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좋은 앙상블 속의 한 축이었다. 앞서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2024), ‘24시 헬스클럽’(2025) 등을 통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내밀기도 했다. 그래도 흥행까지 온전히 이끌어내는 경험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신입사원 강회장’은 이준영에게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만큼 그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빛난 적이 있었나 싶고 흥행 드라이브까지 이미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첫 방송 3.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4회에 8.2%를 기록한 꾸준한 상승세를 보면 곧 두 자릿수 돌파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 중심에 이준영이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촉망받던 축구선수 황준현(이준영)이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한다. 사고 차주인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손현주)에게 책임을 묻던 황준현은 뜻밖의 사고로 강회장과 머리가 부딪치고, 이때 강회장의 영혼이 황준현의 몸으로 들어가고 복수극이 시작된다. 자칫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전개는 탄탄하고 경쾌하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이준영의 활약이다. 이준영이 젊은 축구선수 황준현의 몸으로 살아가는 70대 기업가 강회장을 연기하며 사실상 1인 2역을 수행하는데, 기대 이상의 놀라운 몰입도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노인을 흉내 내는 수준으로는 절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는 역할이고, 더군다나 손현주가 구축해 놓은 강회장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준영은 이 어려운 과제를 상당한 완성도로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의 진짜 강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준영은 상대 배우의 결을 놀랍게 흡수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탁월함을 증명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현주가 만들어 놓은 강회장의 말투와 호흡, 인물의 무게감을 자신의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황준현 시절과 강회장의 영혼이 들어온 뒤 말투는 물론 발성과 시선 처리 등 확연히 달라진 연기톤을 알 수 있다.
겉모습은 신입사원이지만 능력치는 수십 년 경영전선에서 살아남은 기업가의 노회함을 보여주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묘미이기도 하다. 그룹 총수의 경험과 지혜로 무장한 신입사원의 종횡무진 활약극을 통해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인데, 이준영은 그 노련함을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구현해내고 있다. 우리는 때로 초인적인 영웅에 환호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는 현실 속 인물로부터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이번에는 이준영이 딱 그런 모습이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강회장의 쌍둥이 자녀 강재성(진구), 강재경(전혜진)과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불꽃 튀는 기싸움을 보여준다면, 어느덧 황준현과 한팀을 이룬 강회장의 막내딸 강방글(이주명)과 자재팀 부장 박봉기(이성욱) 앞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코믹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웃음꽃을 피워내고 있다. 진중함과 유머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준영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강회장의 아내 조선희(윤유선)를 향한 감정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노부부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섬세한 결을 의외로 정확하게 포착해내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한다. 특히 3회에서 “마누라~” 하며 지긋이 내던졌던 외마디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밀도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착실하게 자신의 역량을 키워온 이준영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면 이번 ‘신입사원 강회장’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내며 입지를 다져온 이준영이 마침내 자신만의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입증하는 중인 것이다.

그러니 ‘신입사원 강회장’의 가장 큰 수확은 이준영의 재발견이라 해야할지 모른다. 게다가 아직 한참은 더 달려나가야 하는 ‘신입사원 강회장’이고, 이준영 역시 현재진행형인 점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결국 배우는 작품으로 말한다. 지금 이준영은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팬들에게도, 이준영 본인에게도 ‘신입사원 강회장’은 속 시원한 한방 같은 드라마가 되고 있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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