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진화하는 스파이더맨의 감동적인 성장기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잘 몰라도 상관없다.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헷갈려도 괜찮다. 이전 시리즈를 복습하고 봐야 하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됐다면 이제는 마음을 돌릴 때다. 무엇보다 올여름 극장에서 시원하게 즐길 만한 오락 영화를 찾고 있다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적극 추천한다. 스파이더맨의 역대급 귀환이다.
2017년 시작된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MZ세대를 겨냥한 하이틴 무비의 성격이 강했다. 2000년대 초반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3부작이 정통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앤드루 가필드 주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청춘 로맨스의 색채가 짙었다. 톰 홀랜드의 ‘홈’ 3부작은 ’집(Home)’을 테마로 피터 파커의 학창 시절과 성장을 중심에 둔 청춘 히어로물이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홈’ 시리즈와 다르다. 제목 그대로 새로운 시작이다. 3편 ‘노 웨이 홈’(2021)에서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혹독한 성인식을 치른 피터 파커의 독립 생활기다. 여자친구 MJ(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컵 배덜런)를 포함해 모두에게 잊힌 채 뉴욕을 지키며 살아가는 피터는 DNA 변이를 겪는 한편, 타인의 의식을 조종하는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게 된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외적 변화를 겪는 피터 파커의 감정선을 관객과 거미줄처럼 연결한다는 점이다. 뉴욕 마천루를 가로지르는 화려한 웹 스윙은 물론 감탄을 자아내지만, 도시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모든 것을 잃은 고독이 설득력 있게 쌓이면서 이야기는 ‘홈’ 시리즈보다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MJ와 네드를 마주하는 장면은 스파이더맨 팬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홈’ 3부작에 이어 새로운 3부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피터 파커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그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홈’ 3부작을 성공적으로 이끈 존 왓츠 감독에 이어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맡은 인물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과 디즈니+ 시리즈 ‘원더맨’(2026)의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이다. 전작에서 캐릭터 중심의 연출과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호평받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마천루 액션 시퀀스와 닌자 조직 ‘더 핸드’와의 전투를 인상적으로 완성했다. 무엇보다 피터 파커의 상실과 성장,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설계한 연출이 돋보인다.
전편 ‘노 웨이 홈’은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강렬한 이벤트를 완성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의 최대 관심사는 새로운 빌런이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개봉 전 공개된 빌런은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에 불과했고, 메인 빌런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선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핵심 캐릭터의 존재는 마블 세계관의 확장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여기에 헐크까지 등장하면서 MCU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블 세계관에서 보면 ‘브랜드 뉴 데이’는 디즈니+ 시리즈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 2와 스페셜 ‘퍼니셔: 원 라스트 킬’을 잇는 작품이다. 안티히어로 퍼니셔(존 번설)는 스파이더맨과 정반대의 정의관을 지녔지만, 예상 밖의 조력자로 활약하며 색다른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존 번설의 퍼니셔가 드라마 시리즈를 넘어 MCU 극장 영화에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단순한 ‘스파이더맨 4’가 아니다. 초능력자와 슈퍼히어로 관련 사건을 관리하는 정부 기관 데미지 컨트롤(DODC)을 통해 디즈니+ 시리즈 ‘원더맨’과 연결되고, 엑스맨 세계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뉴 어벤져스 멤버의 등장으로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연결고리까지 마련한다. 그렇다고 세계관 확장만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피터 파커가 타인과 다시 관계를 맺고, 홀로 싸우는 영웅에서 ‘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히어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새로운 스파이더맨 3부작의 방향성과 MCU의 미래를 동시에 기대하게 만드는 호기로운 출발이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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