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첫 솔로 EP 'DEAD:ALIVE' 발매 타이틀곡 'UNDEAD', 보컬 도전으로 구체화한 자기 초월

첫 솔로 앨범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앞세우는 일은 자연스럽다. 성한빈은 익숙한 무기에만 기대지 않았다. 자신 있는 춤에서는 힘을 덜고,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창법에 도전했다. 'DEAD'가 내건 아름다운 파괴는 그래서 자신의 선택과도 맞닿는다. 부수려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취가 아니라 그 성취 안에 머물러도 된다는 안도감이다.
지난 12일 발표한 성한빈의 첫 솔로 EP 'DEAD:ALIVE'(데드:얼라이브)에는 여덟 곡이 담겼다. 제로베이스원에서 보여준 밝은 청춘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되 변화를 어두운 이미지로만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두려움과 고통을 없애는 대신 그것을 감당하며 다른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앨범의 뼈대다. 처음부터 강한 사람이 아니라 강해지는 중인 사람의 이야기다.
타이틀곡 'UNDEAD'(언데드)는 그 의도를 압축한다. 기타 리프와 웅장한 콰이어, 화려한 드럼을 결합한 설계는 파괴와 재생의 이야기에 극적인 무대를 마련한다. 기타의 거친 질감은 상처의 이미지를, 콰이어의 규모는 되살아나는 존재의 위용을 환기한다. 반면 제목을 반복하는 짧은 훅은 곡 메시지를 쉽고 강렬하게 전달한다. 시네마틱한 웅장함과 팝의 직관성을 함께 가져간 구성이다.

가사는 단단한 영웅을 곧장 내놓지 않는다. "날 길들인 채 해롭게 날 물들여도 돼"라는 시작부터 위험한 관계에 스스로를 노출한다. 이어 "이 또한 사랑이라 부를래"라며 상처를 감수한다. 여기서 '너'를 향한 욕망은 성장이라는 말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나를 해치는 대상에게 끌리는 마음과 스스로를 다시 세우려는 의지가 충돌한다는 점에서 앨범 소개의 용감한 성장담보다 복잡하다.
그 모순을 연결하는 말이 "Through the fire"(불길을 뚫고)다. 고통을 피해 돌아가는 대신 그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Coming back to life"(다시 살아나)를 되풀이하며 재생을 약속한다. 마지막 후렴에서 "남김없이 날 부수고 피어나"로 이어지는 선택도 중요하다. 상처 입는 존재였던 화자가 파괴와 재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로 자리를 옮긴다. 불과 재라는 익숙한 이미지에 구체적인 움직임을 부여하는 대목이다.
이 서사의 설득력은 성한빈이 밝힌 녹음 과정과 만날 때 커진다. 그는 시원하게 뻗는 창법이 필요한 이 곡을 두고 "내 목소리로는 이런 노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녹음실에서 도망가고 싶을 만큼 어려웠지만 시도 끝에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고백하며. 춤의 강도를 높이는 대신 보컬과 균형을 맞췄다는 선택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솔로의 차별점을 의상과 설정만이 아니라 목소리를 쓰는 방식에서 찾으려 했다.

수록곡의 서사도 승리의 선언만 늘어놓지 않는다. 'Killin' Me'(킬린 미)의 자기 통제에서 'Insidious'(인시디어스)의 집착, '3AM'의 본능과 'Bloody Gravity'(블러디 그래비티)의 이끌림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스스로를 다스리려다 기꺼이 통제를 내려놓는 역방향이 흥미롭다. 성장에는 강해지는 일뿐 아니라 자기 안의 불편한 감정까지 인정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해석을 연다.
다만 관계에 휘둘리는 감정과 주체적으로 한계를 깨는 행동이 저절로 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상처를 성장의 증거로 설명하면 각각의 감정이 지닌 차이가 흐려질 수 있다. 스트링과 디스코, 펑키한 기타와 어두운 신스 베이스로 나눈 수록곡의 장르 설계는 그 차이를 드러낼 장치다. '자기 초월'이라는 하나의 표어만큼 각 곡의 개별적인 표정도 중요한 이유다.
'Other Side'(아더 사이드)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이라면, 직접 작사에 참여한 '섬광'과 마지막 곡 'Steal the Thunder'(스틸 더 선더)는 그 여정을 함께할 존재에게 시선을 돌린다. 팬이 밝혀준 길을 이제 자신이 비추겠다는 약속은 홀로 강해지는 영웅담에 관계의 온기를 더한다. 자신을 부순 끝에 얻으려는 것이 더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넬 빛이라는 결말이다. 잘 추는 몸으로 익숙했던 이름이, 이제 두려움을 감당하는 목소리로 자신을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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