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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과 극장가기]거미숲

[전찬일과 극장가기]거미숲

발행 :

김관명 기자
사진

장편 데뷔작 ‘꽃섬’에서 세 세대의 세 여성을 꽃섬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보냈던 송일곤 감독이 이번엔 어릴 적 입은 정신적 트라우마에 처를 잃은 충격까지 겹쳐 자포자기의 삶을 사는 방송국 PD 강민(감우성 분)을 그보다 훨씬 더 미지의, 미스터리의 공간으로 보낸다. 실재와 환상 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거미숲’으로.


‘거미숲’은 강민을 축으로 그 의문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매혹의 살인 미스터리다.


단언컨대 영화의 으뜸 매력은 마치 복잡한 퍼즐 맞추기 게임인 양 다가서는 입체적 복합적 플롯이다. 솔직히 한번 보고서는 그 구성을 충분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법도 하다. 워낙 정교하게 짜여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 한국 영화의 지적 수준에 다소의 회의를 품고 있는 이들이라면 ‘필견’을 권한다.


개인적 통화에서 감독도 강변했듯, 사실 영화는 무턱대고 난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영화 속엔 조금만 머리를 쓰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극 전개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의 힌트들이 포진되어 있다.


영화에 근접하기 위한 키워드들은 상기의 ‘상처’를 비롯해, ‘기억’이나 프로이트가 역설한 바 ‘리비도’ ‘에고’ ‘슈퍼에고’ 내지 ‘무의식’ 잠재의식‘ ’의식‘ 등 평소 우리가 즐겨 쓰는 일상적 개념들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홍보 자료를 빌지 않더라도, ‘거미숲’은 “또 다른 내가 서 있는 곳”이며, 강민은 “기억 속의 놈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 얼마나 친숙한 소재요 주제의식인가.


‘거미숲’은 일방적으로 사고만을 강요하는 불친절한 작가영화는 아니다. 감우성과 1인 2역의 서정 외에도 강민의 직장 상사 최국장 역 조성하 및 강민의 애인 황수영 역 강경헌 등 조연급의 열연이나, 윤민화의 클래시컬한 음악 연출 등을 통해 보고들을 거리들 또한 풍성히 제공하기에 하는 말이다.


내친 김에 좀더 밝히면, 몇몇 섹스 장면은 어지간한 영화 못지 않으며 살인 묘사 또한 적잖이 세다. 마치 홍상수나 박찬욱 영화들처럼. 흥미롭지 않은가.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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