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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고 싶다..그 이름 도박꾼 '짝귀'

기대고 싶다..그 이름 도박꾼 '짝귀'

발행 :

김관명 기자
사진

최동훈 감독의 화제작 '타짜'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고니(조승우), 정마담(김혜수), 평경장(백윤식)은 물론이고 외모부터 을씨년스럽고 흉악한 아귀(김윤석), 재미있고 단순하고 무식한 고광렬(유해진), 마찬가지로 단순하고 나쁜 놈이지만 왠지 정이 가는 박무석(김상호)까지.


그러나 몇 장면 나오지 않는 인물인데도 영화가 끝나면 징하게 남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쪽 귀가 없는 짝귀(주진모)다. 평경장, 아귀와 함께 3대 타짜 중 한 명이었지만, 아귀에게 당해 한쪽 귀가 잘린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게다가 한쪽 손목마저 잘려 갈고리 손으로 나오나, 허영만 원작만화('지리산 작두'편)에서는 손은 '정상'이다.


짝귀가 눈길을 끄는 것은 비단 외모와 실력 때문이 아니다. 비록 옛 김두한을 다룬 TV시대극에서 등장한 시라소니만큼이나 볼품 없고 초라한 외모였지만 무술 내공은 경지에 오른 그런. 또한 막 물오른 고니의 '구라'(화투판에서의 속임수)를 짐짓 눈 감아줄 정도의 고참타짜 다운 아량도 눈길을 잡아매나 이 역시 평경장도 갖고 있는 미덕 중 하나다.


역시 짝귀가 인상 깊은 건, 비록 도박판이라지만 그 험한 세상에서 그래도 어른 축에 들기 때문이다. 허세와 무자비함 말고는 배울 것 없는 아귀, 내지르기 빼면 시체인 포악한 보스 곽철용과는 확실히 다른 어른인 것이다. 그것도 화려한 옛 시절을 보내고는 지금은 낡은 소파에 드러눕고마는, 비록 한없이 초라하지만 또한 한없이 세상에서 달관한 말년의 타짜.


짝귀는 고니에게 말했다. "구라를 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땐 상대방 눈울 쳐다보지 마. 화투는 손으로 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치는 것. 돈을 따려면 먼저 상대방의 마음부터 따야 해." 영화에서 고니의 스승은 전적으로 평경장이지만, 만화에서는 역시 짝귀다. 아귀와의 살벌한 막판 대결, 그 결정적 순간 고니 마음에 떠오른 인물은 바로 짝귀였으니까.


사실 거칠고 맹랑하고 살벌한 수컷 마이너리티의 이면을 들춘 영화에는 이렇게 가끔씩은 존경할 만한 짝귀 캐릭터가 많다. 외모는 추레하고 직업과 위상은 변변치 않지만, 왠지 넓고 듬직한 그 등에 기대고 싶은. '지구를 지켜라'의 그 추레한 추형사(이재용)가 그랬고, '짝패'의 듬직한 양아치 왕재(안길강)가 그랬다.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에서 대부를 꿈꾼 통큰 찰리(하비 케이텔)도 빼놓을 수 없다.


추형사는 나름 강력반의 베테랑이었되 결국 출세라인에서 벗어났고, 왕재는 까부는 놈에게 "나, 왕재야"라고 말할 정도로 한주먹 했으되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한없이 치열하게 살았고 그래서 그 분야 최고가 됐으나 이제는 은퇴하고 찌부러든 인생. 우리는 그 인생의 또 한 예를 짝귀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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