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경호가 20여년간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며 "남의 인생을 표현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려고 한다"고 다음 단계를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밝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의 배우 정경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 정경호는 조직의 후계자이지만 탱고 댄서가 되고 싶은 '강표' 역을 맡았다.
정경호는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조우진 선배, (박)지환 선배, 또 제 친구 (이)규형이까지 너무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바로 하고 싶다고 했다"며 "워낙 살아있는 연기를 하는 분들이고 이 배우들이랑 같이 하면 얻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는 아직까지 누구랑 같이 작품하는지가 중요하다. 부산에서 촬영했고, 집을 떠나서 몇 달 동안 같이 있다 보니까 친형제처럼 지냈다. 벌써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탱고에 완전히 매료된 '강표' 역을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촬영에 앞서 3달 가까이 매일 탱고 학원을 다니며 연습에 매진한 그의 탱고 실력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날 정경호는 "원래 피아노를 치는 설정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 알게 돼서 준비 기간이 좀 짧았다. 우연치 않게 감독님과 대본 얘기하면서 탱고바를 갔는데 감독님이 실제로 탱고를 좀 추시더라. 그때 '탱고 어때요?'라고 묻고 대본 수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강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매력적인 인물로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했고, 피아노보다는 탱고가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탱고를 접목시킨 액션을 선보인 데 대해서는 "여기에 춤으로 승화시킨 액션을 선보일 수 있어서 더 풍성해진 것 같다. (박) 지환이 형과 액션 장면은 대본에 '탱고로 조진다'라고 쓰여있다. 춤으로 압도한다는 건데 너무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제가 탱고를 배웠기 때문에 그걸 베이스로 촬영 감독님, 액션 감독님과 함께 합을 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탱고는 위험한 춤이더라. 제가 20년 넘게 연기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액션과 리액션이라고 생각한다. 탱고는 잘 모르지만, 서로의 액션 리액션으로만 움직이더라"라며 "극 중에서도 '네 개의 다리 하나의 심장'이라고 말하는데 해외에서 장소가 어디가 됐든, 상대가 누구든 노래에 맞춰 갑자기 춤추는 게 이해되더라"라고 말했다.
정경호는 탱고 연기 만족도에 대해 "신원호 감독님이 저한테 항상 얘기했지만, 제 안에 음악은 없고 흥만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배우들이 다 음악적인 달란트가 좋은데 저는 흥만 있다"며 "저는 그냥 성실하게 한 것 같다. 촬영에 필요한 장면만 세 네달 동안 연습했던 것 같다. 근데 재밌었다"고 밝혔다.
'보스'의 촬영을 회상하며 "재밌었다"는 말을 반복한 그는 함께 촬영한 배우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현했다. 정경호는 "오늘도 사랑한다고 문자 왔다. 워낙 연락도 자주 하는 편이고, 네 명이 서로 정말 살갑다. 또 서로 누구에게 피해 갈까 봐 노력해서 배려하는 편인데 이 형들은 너무나 러블리한 사람들"이라며 "감격스럽고, 감동을 주는 부분 영화 찍은 지 좀 됐지만, 그때 기억들이 너무나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가 어렵다. 사실 감정 연기보다 코미디 연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거 때문에 감독님과 배우들이 '우리끼리만 재밌으면 안 된다'라는 걸 계속 강조하고, 또 고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정경호는 좋은 사람과 함께 작업한다면, 대본이 가진 힘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그는 "지금 찍고 있는 '프로보노'라는 작품은 제가 대학 때 같이 살았던 최대훈 형이랑 나온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같이 이 작업을 하면서 대본보다 더 큰 걸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차기작인 '프로보노'에서도 예민하고 까칠한 매력을 뽐낸다는 정경호는 "저는 제 나이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제가 했을 때 보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보게 할 수 있는 게 뭔지 제 장기를 1번으로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했던 작품이 다 그랬다"고 전했다.
올해에도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프로보노' 촬영으로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정경호다. 그는 "제가 연달아 하는 편은 아니다. '노무사 노무진' 촬영이 좀 미뤄지면서 이번 드라마 촬영이 겹쳤다. 저 그렇게 '열일'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좋은 대본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저를 찾아주시는 감독님, 작가님도 많아서 감사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내가 가진 것만으로 이런저런 삶을 살아왔고, 장기를 뽐낼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후는 제 숙제일 거 같다. 외형적으로 살도 찌우고 이건 두 번째 문제고, 이제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지는 제 숙제고 공부해야 할 몫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원호 감독님이 늘 해주시는 얘기가 제 장점은 선한 에너지라고 한다. '어떤 역할을 해도 너만의 선함이 화면에 묻어나오는 게 장점'이라고 해주시는 데 소비가 좀 많이 된 것도 없지 않아 있어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공부하고 가진 게 많아야 남의 인생을 표현하는 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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