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배우 출신 감초 연기자 박철민(41)이 드디어 '전국구 스타'가 됐다. 최근 종방한 MBC 의학드라마 '뉴하트'에서 '뒤질랜드' 배대로 역을 통해 전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관객수가 750만이었는데, '뉴하트' 시청률 30%면 1200만이 봤다는거야. 확실히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지. 슈퍼마켓, 마트, 식당 같은데서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뒤질랜드'라고 불러주는데 남녀노소 전방위적으로 사랑해주시니까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렇지."
전남 광주 출신, 중앙대 경영학과 85학번으로 총학생회장 직무대행까지 거친 그는 1988년 노동연극 전문극단 '현장'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90년대 중반부터 영화에, 2004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그는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뉴하트'에서 선보인 '뒤질랜드'는 '뒤질래'라는 욕을 '귀엽게' 변형한 것으로, 그가 계속 '확대재생산'하면서 전국민적인 유행어가 돼버렸다.
덕분인지 요즘 그가 출연하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도 만원사례에 이어 앵콜 공연에 들어갔다. 사인을 해달라, 사진을 함께 찍자는 팬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그는 욕심내기보다는 보다 충실하게 조연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자신의 연기철학을 '잡놈'이라고 압축했다.

"역시 나는 망가지는 게 어울려. 나는 '잡놈'이니까. 하던거나 제대로 해야지. 내가 겸손한 놈은 아니거든. 인기 있을 때는 자만하고 인기 없을 때는 겸손하자는 게 내 인생관인데, 주연급 큰 역을 맡겨도 그 많은 대사를 외울 암기력은 죽어도 안되고 극을 이끌어가는 책임감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뉴하트'의 김민정, 지성이 몇 장씩 되는 대본을 바로 소화해내는 거 보고 아주 놀랐다니까."
1주일에 5, 6일씩 석 달 밤낮없이 이어지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주 3일 연극을 병행하며 행복했지만 체력의 한계도 느꼈다는 그는 "대신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시청자와 관객에게 미안하다"는 소감도 밝혔다. 반면 "주위 사람에게 인정받으며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인 두 딸이 기뻐하는 것도 뿌듯하다"는 양가적 감정도 털어놨다. 하지만 부화뇌동하지는 않는다.
"나는 잡스러운 잡놈이야.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에이전시 통해서 데뷔한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와 대학 연극 동아리를 거쳐 여러 환경에서 버티고, 문대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야말로 '잡초'지. 들판에서 야전(野戰)해왔다는 거지. 인간적 관계에 따라 출연을 결정하는 것도 많고 하니, 뭐 역의 크기야 따지나. 단역부터 생활했으니 나 불러주는 사람은 무조건 고마워서 이름을 꼭 기록해놓지."
영화 '화려한 휴가'와 '스카우트'에서는 꽤 큰 역을 맡았으나 6일 개봉한 영화 '마이뉴파트너'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잡범 장병삼 역을 연기한 것도 이러한 연기관 때문이다. 병삼은 전과4범으로 경찰30년차 강민호 반장(안성기 분)에서 4번 모두 붙잡힌 인물. 코믹한 '명품 조연'으로서의 영화에 톡톡한 재미를 부여했다. 그의 100% 애드리브로 만들어진 "경질거빨대라~"는 대사는 "경찰이 질문하면 거짓말 말고 빨리 대라"는 준말.
"이것 저것 다하자, 흐트러진 배우가 되자가 내 목표야.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배우, 희로애락을 전하는 배우, 오감 전달하는 배우, 모자라고 부족한 배우, 빈틈이 많아서 오히려 늘 곁에 있는 오빠 같고, 친구 같은 배우, 땀냄새 폴폴 나면서도 옆구리 비집고 들어가서 늘 품에 안기는 배우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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