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이 달린다'는 500만 관객을 이끈 '추격자'의 주역 김윤석이 주인공인 영화다. 하지만 김윤석 스스로 "이 영화는 조연들이 주인공인 영화다"라고 할 만큼 빛나는 조연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관장 역의 김희원이다. 구수한 사투리로 "필살기 말하는거지유. 이거 한방이면 돼유"라며 날렵한 몸을 선보이는 사람. 김희원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필살기 같은 존재다.
김희원은 영화로는 낯설지만 1989년부터 연극무대에서 활약한 베티랑 연기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고 들어간 현대극장. 연기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가 무작정 시작해본 첫 번째 일이었다.
"뮤지컬의 춤은 체조라 생각했고, 노래는 그냥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당시 김희원의 숨겨진 끼를 보고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0년의 세월, 쉬지 않고 달려온 가운데 어느덧 30대가 됐다.
연기에 있어서 만족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것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건너간 곳은 호주였다. 호주에서 그는 교민신문을 보고 찾아간 공사판에서 페인트, 굴뚝 청소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깨달은 것은 천직이 연기라는 점이다. 몸으로 해볼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고 습득한 연기의 소중함. 그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게 연기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청량제다. 돌아와 처음 선택한 작품은 '지하철 1호선'이었다.
"호주에서 경험을 통해 연기의 소중함을 알았다. 이제 생활형 연기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돌아와서 매회 만석인 관객들을 보면서 돌아오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김윤석 형도 지하철1호선에서 처음 만났다."

김희원이 영화에 첫 발을 내민 것은 2007년 '1번가의 기적'이다. 사실 영화와 연극은 정말 다르다. 연극은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내지만 영화는 한 컷의 장면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데뷔 초 축구하는 장면을 6시간 촬영했지만 정작 발이 공에 닿는 신이 한번 나왔고, '거북이 달린다' 관장 역을 위해 특공무술을 배웠지만 정작 특공무술 장면은 선보이지 않는다. 그의 수많은 연습 장면은 극중 관장 책상 위의 사진 속에 담겨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희원은 침울해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스타가 되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기를 잘하는 건 기본이다. 기본을 하다보면 기회가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거북이 달린다'는 그에게 단비 같은 작품이다. 김희원이 촬영한 장면은 불과 8회 차 정도다. 단역들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지만 그가 영화 속에서 가지는 비중감은 무척 크다. 김윤석이 결정적으로 날리는 한 방이 그에게 배운 필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탈주범을 쫒는 시골형사의 고군분투기에 웃음이 담길 수 있게 뛰어준 그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는 임창정과 함께 출연하는 '청담보살'에서 이색변신을 한다. 극중 아기 동자 무당 역으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질 예정이다. 강한 인상 속에서 어떻게 아기 동자 무당을 완성할지 쉽사리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믿음이 가는 것은 영화에 녹아드는 연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충무로가 발견한 또 한 명의 스타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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