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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게임? 지금은 게임이 필요한 시대"(인터뷰)

"손병호 게임? 지금은 게임이 필요한 시대"(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나는 아빠다'의 손병호 인터뷰

ⓒ송지원 기자 g1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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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아빠다'(감독 전만배 이세영)를 들여다보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배우 손병호(49)다. 지독한 불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또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 또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바로 그다. 그의 모습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따위 고민도 하지 않는 다른 아버지 김승우와는 완전한 흑과 백의 대비를 이룬다.


'알포인트', '야수', '흡혈형사 나도열' 등 덕분에 붙은 '악역전문'이란 수식어가 쉬 사라지지 않는 덕에 첫 기자시사회에서는 두 남자가 역할을 바꿨으면 어땠겠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손병호는 "배우란 꾸미기 나름"이라며 "그 연기를 한 게 나란 걸 모를 때가 정말 짜릿하다"고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손병호 게임'을 설파할 때도 멈추지 않았던 '캬아' 하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악역 변신'이란 말은 많이 하는데, 이건 뭐라고 해야 되나. '악역전문'이란 타이틀은 이걸로 벗는 건가.


▶'저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소리 들으려고 배우 하는 거다. 꾸미기 나름이다. 몰라봐야 좋은 거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때다. 본 사람들이 '그 친구 너무 잘한다' 그러면 옆에서 '그게 나야'라고 말할 때, 짜릿하다. 배우마다 철학이 다르겠지만 나는 변신하는 배우들이 부럽다.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 나온 다니엘 데이 루이스. 너무 잘하지 않나.


-홍보에서는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겠다.


▶잘 보이지 않지만 홍보에는 관심이 없다. 좀 더 알려진 김승우라는 배우의 강렬함이 있고, 또 충분히 이해하는 점이기도 하고. 승부는 그 다음이니까 포장은 포장이고 일부러 숨긴 거다.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빛 옆에는 늘 어둠이 있는 거 아닌가. 빛 나머지를 채워주는 어둠.


모든 영화에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인 톤의 아쉬움 등에도 불구하고 직접 내가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정이 이입되는 건 역시 (내가 연기한) 나상만이더라. 뭉클한 것도 나상만이고. 남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지원 기자 g1still@
ⓒ송지원 기자 g1still@

-늘 유머가 넘친다. 어린 사람, 후배들과 있을 때도 먼저 분위기를 이끄는 편이고. 일종의 배려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지 않나. 일종의 깨달음인데, 사람을 만날 때 제일 좋은 건 어차피 만난 이상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거다. 평소 좀 온화한 편이기도 한데, 그래서 화가 나면 더 못 말린다.


개인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있는 자가 행세 하는 건 못 참는다. 반대로 강한 자에게 약한 사람은 싫어하고. 이건 배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지위가 아니라 능력을 존중해야 한다. 공부 잘 하는 능력, 연기 잘 하는 능력, 이건희씨의 능력, 카피를 잘 만드는 사람의 능력은 각기 다 다르지만 각기 최고가 아닌가. 그러니 모두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지.


-어째 극중 나상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처럼도 들린다.


▶상만이라는 역할 자체가 일단 모든 걸 받아들이자는 주의다. 평등하게 살고 싶어하고 불합리한 것도 또 받아들이며 살았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막상 싸우려고 하면 또 흔들려 버린다. 그런 게 참 인간 같더라. 어깨를 누가 툭 치고 가면 그땐 말 못해도 집에 가서 뒤늦게 화가 나는 게 인간이다. 나도 A형인데 그게 참 미치겠다. 예의가 부족한 세상을 살다보니.(웃음) 나상만이 끝까지 자신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에게 웃음을 주려고 하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작품을 또 하고 싶었다.


-이젠 '악역전문'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요즘에는 예능전문이다.(웃음) 나는 좋다. '미친 존재감', '늦깎이 예능인'… 시선을 끌려는 그런 말들도 다 이해한다. 그것 자체도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따질 필요도 없고, 흐르면 흘러가는 대도 가다가 정말 아니라면 그땐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거다.


'악역전문'이란 타이틀도 괜찮다. 내가 악역만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다만 중심적인 이미지가 되는 거잖나. '악역전문' 하면 손병호, 이것도 좋고 감사하다. 이제까지 나를 있게 해 준 코드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늦깎이 예능인'이란 말도 감사한다.


ⓒ송지원 기자 g1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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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이 뒤늦게 예능프로그램에서 조명을 받았다. 물론 '손병호 게임'도 그렇고.


▶이젠 좀 힘든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운명론자인데,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일이 되지 않는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생뚱맞게 우리가 가서 뭘 하겠나. 다들 친한 사람들이 농담하고 그러는 건데. '흡혈형사 나도열' 할 때 김수로가 예능도 해야 된다고 해서 처음 '야심만만'을 갔는데 이렇게 긴장이 될 수가 없더라. 마구 목이 타고 말도 안 나오고. 나중에야 깨달음이 있더라. 이거 편하게 해야 되는구나. 편집 하든 말든 편하게 하자하고 '상상플러스'에 갔는데 그제야 마음이 편하더라. 그러고 나서 '대한민국 1%' 때 예능에 가서는 볼링춤도 하고 손병호 게임도 하고 그랬지. 이젠 할 거 다 끝난 것 같다.


-손병호 게임은 어쩌다 대박이 난 건가.


▶내가 회장 직함이 4개다. 술자리를 합일하고 사람을 알아가는 데 게임만큼 좋은 게 없다. '손병호 게임'이 뜬 것도 운명인거다. 그 당시 '해피투게더'에 유재석이 있었다는 게 운명이고, 너무 재밌게 웃어준 이경실이 있었다는 게 운명이고. 그게 또 시청자들이 재밌어 하니까 '로열티 줘야되는 거 아니냐' 해서 손병호 게임이라고 한 거다. 근데 이게 좀 고충이 있다. 이제는 손병호라는 이름을 아는데 얼굴을 모른다. 예전에는 얼굴을 알아도 이름을 몰랐는데, 요즘엔 반대가 됐다.(웃음)


-다른 방송에서도 '게임 전도사'를 자청하더라. 그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이 시대가 필요한 게 게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병호 게임이 내가 만든 게임이겠나. 내가 동료들, 후배들과 즐겁게 하던 게임이다. 그걸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던지 어떤 상황인지를 알게 된다. 예전에는 친구들 만나면 진실게임 하면서 깊은 이야기도 듣고, 아이엠 그라운드 하면서 이름도 외우고 하지 않았나. 요즘엔 그런 게 없다. 스마트폰 하다보면 사람들이 만나도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고 하지 않나.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도록, 그런 게임이 이 시대에 필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깊숙이 진심을 아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는 복고로 돌아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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