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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부터 '뻔뻔'까지..달라진 소상소감 진풍경

'소신'부터 '뻔뻔'까지..달라진 소상소감 진풍경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 왼쪽 위부터 아래로 류승완 감독, 김수미, 박해일, 류승룡, 탕웨이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사진 왼쪽 위부터 아래로 류승완 감독, 김수미, 박해일, 류승룡, 탕웨이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제 3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열렸다. 갖가지 화제의 수상자, 수상작이 속출한 가운데 눈길을 모은 것은 다채로운 수상소감 풍경이었다. 민감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을 남기는 소신파부터 '받을 만 했다'고 자평하는 뻔뻔파까지, 개성만점 수상소감 덕택이 더욱 풍성해진 시상식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이날 단연 화제는 대리 소감으로 한미FTA 반대 발언을 남긴 류승완 감독이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부당거래'가 개봉 1년이 훌쩍 지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한 가운데, 차기작 해외 헌팅으로 시상식에 나타나지 못한 류승완 감독은 아내인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를 통해 소감을 남겼다.


"10년 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신인감독상 수상했을 때의 감격을 '부당거래'로 재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같이 한 배우와 스태프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11월 22일 (비준이) 있었던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일순 정적이 흐르고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앞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이 "공정성 있는 심사가 내년에는 설마 미국 사람들이 하진 않겠죠"라며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긴 터였다.


이는 최근 공식 석상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숨기지 않는 영화인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모았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당시에도 영화배우 김꽃비는 드레스 대신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걸치고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노당 최고위원을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김수미의 뻔뻔한, 그러나 절로 박수가 나오게 하는 '개념'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예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기차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는 이 여배우는 이날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6년 전 춘사대상영화제 이후 5년만의 수상이었다. 상을 받기 직전 오프닝 무대에 올라 "지난번에 안 돼서 울었어요. 제발 상 좀 주세요"라고 읍소하며 너스레를 떨었던 그녀의 수상소감은 그 사이 180도 달라져 또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미는 "같이 후보에 오른 후배님들 정말 다 잘했는데 내가 불쌍해서 상을 줬나"라더니 "저 받을 만 하죠"라고 활짝 웃었다. 김수미는 "나는 앞으로 기회가 별로 없다"며 "억울해 하지 말라. 당연히 받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이기에 가능했고 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소감이었다. 김수미는 이어 "기운내서 마지막 현장에서 쓰러지더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후배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종병기 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해일 또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겸손하게 기쁨을 전하던 그가 모자를 벗어 파르라니 빛나는 맨머리를 공개하며 "제가 다음 작품으로 아주 기가 막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수상의 기쁨,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약간의 쇼맨십이 어우러졌던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박해일은 "한 10시간 가까이 분장을 해야 한다. 쉬운 직업이 아니다. 그런 것을 감내하라 인내하라고 주는 상으로 알고 받겠다"며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몇몇 배우들은 가슴 아픈 가족 이야기를 넌지시 털어놔 일순 듣고 있던 이들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남우조연상 수상자 류승룡은 위독한 장모님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장모님이 위독하시다. 병간호로 마른 눈물을 삼키고 있는 아내에게 잠시나마 기쁨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아내의 이름까지 언급했다.


수상소감은 아니었지만 '만추'의 주인공이자 여우주연상 후보로서 작품상 후보작 소개를 하러 무대에 오른 탕웨이도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시애틀에서 '만추'를 촬영할 당시 아버지 건강이 나빠지셨다. 간호를 하던 어머니까지 위독할 정도로 두 분의 건강이 안 좋았는데 내가 걱정할까봐 그 사실을 숨기셨다"고 털어놨다. 탕웨이는 "나중에 소식을 접하고 당황하고 슬펐다"며 "부모님의 이러한 걱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못 섰을 것"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감격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은 코믹한 순간도 있었다. 바로 고수의 콧물소감. 인기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고수는 수상소감을 말하다 그만 콧물을 흘려 지켜보던 이들을 웃게 했다. 고수는 "제가 보름 동안 감기에 걸렸더니 콧물이 났다"며 쑥스러워 했고, 사회자 김혜수는 "여러분 얼마나 인간적입니까? 이렇게 잘 생긴 배우가 무대에서 콧물을 흘립니다"고 웃음지었다. 고수는 콧물이 멈추지 않아 사회자 이범수에게 손수건을 받아 고개를 돌려 콧물을 다시 닦아 객석을 다시 폭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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