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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민병훈 감독과 레드카펫, 14년 걸렸어요"(인터뷰)

유준상 "민병훈 감독과 레드카펫, 14년 걸렸어요"(인터뷰)

발행 :

부산=안이슬 기자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터치' 유준상, 민병훈 감독 인터뷰

민병훈 감독(왼쪽), 유준상 ⓒ임성균 기자
민병훈 감독(왼쪽), 유준상 ⓒ임성균 기자


제3회 부산영화제에서 민병훈 감독과 유준상이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프로듀서로, 때로는 시사회 사회자로 민병훈 감독의 영화에 항상 참여했던 유준상이 이번에는 배우로서 민병훈 감독과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감독과 배우로 마주하기까지 무려 14년이나 걸린 두 친구는 드디어 영화 '터치'로 의기투합했다. 젊은 시절 러시아에서 단역 배우와 촬영 스태프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미래를 얘기하던 두 사람. 이번 영화로 우정도, 영화도 모두 더욱 잘된 것 같다고 말하는 민병훈 감독과 민병훈 감독의 영화에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지지자 유준상을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감독과 배우 친구임에도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기 까지 참 오래 걸렸다. 그간 왜 유준상을 배우로 쓰지 않았냐고 묻자 유준상에게 줄 만한 역할이 없었단다.


"그 동안 유준상이 제 영화에 관여하긴 했어요. '벌이 날다'는 프로듀서 자격으로 레드카펫도 같이 밟았었고 '포도나무를 베어라' 때는 시사회 사회를 봐주시기도 했어요. 일부러 준상이를 배우로 안 쓴 건 아니고 그동안은 외국에서 찍은 작품이 많고 외국 배우를 쓴 경우가 많아서 사실 줄 만한 역할이 없었어요. 없는 역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민병훈 감독)


"민병훈 감독 영화 세편을 다 보고 '저걸 내가 해야 하는데. 난 언제 들어가지?' 하고 생각했었어요. 이번에 영화를 같이 해보면서 '역시 민병훈 감독 영화가 달라지지 않았구나. 더 열심히 잘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당분간 제가 열심히만 해주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유준상)


민병훈 감독 ⓒ임성균 기자
민병훈 감독 ⓒ임성균 기자

이미 홍상수 감독과 함께 한 영화들로 세 번이나 칸의 부름을 받았던 유준상. 친구와 함께하는 올해 부산영화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3회 때 민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는데 아무도 몰랐죠. 그때 언젠가는 다시 부산에 와서 꼭 레드카펫에 다시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14년이 걸렸어요. 민병훈 감독 영화를 알아주는데 까지 14년이 걸린거죠(웃음)." (유준상)


대중에 소개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영화 '터치'.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감독이 느낀 제작상의 어려움도 컸다. 연출은 물론이고 제작과 배급, 후반작업까지 민병훈 감독의 손이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작품을 만드는데 6년이 걸렸어요. 시나리오 상도 받고 한 작품인데 어느 제작자도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지 않았죠.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해서 배급사쪽에 보여줬는데 흥행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배급사 쪽에서도 거절했어요. 결국 직접 제가 뛸 수 밖에 없었죠."(민병훈 감독)


고군분투하는 친구의 모습은 유준상에게도 자극이 됐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이니 더욱 그러할 터, 유준상은 '터치'의 모든 홍보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


"이 친구는 정말 쉬지를 않아요. 계속 작업을 하고 제작자도 하고 배급사 역할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이렇게까지 하는데 제가 인터뷰를 안 할 수가 없죠. 일본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민 감독이 어떻게 뛰어다녔는지를 알기 때문에 굉장히 속상했어요. 아마 이 작품이 잘 안되면 당분간 민 감독은 망할 거예요(웃음). 그래도 이 경험으로 또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더 큰 힘이 되어서 언젠가는 민병훈의 진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유준상)


배우로서, 친구로서 영화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유준상에게 민 감독 영화에 투자할 생각을 없냐고 넌지시 묻자 곧 바로 "투자는 절대 안할 것"이라며 "돈 관리는 아내 홍은희가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민병훈 감독도 "친구 사이에는 절대로 돈 거래를 안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진

영화 '터치'에서 유준상 이상으로 고생한 배우는 여주인공 김지영이었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인물인 김지영은 영화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울고 소리치고 온갖 고생을 해야 했다. 김지영에게 큰 짐을 지어준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럴 수밖에 없었단다.


"그래야만 했어요. 극한까지 가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김지영이 연기 하면서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어요. 사회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정면으로 보는 영화니까요."(민병훈 감독)


유준상을 일약 국민 남편으로 만들어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영화 속 유준상은 '넝쿨당'의 방귀남과는 전혀 다른 대형 사고를 연발하는 남편이다.


"이 영화가 1년 전에 찍은 거라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지금 다시 보니까 이때는 정말 나쁜 남편이더라고요. 민병훈 감독은 저에게 내면에 있는 걸 끌어내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해보지 않은 역할도 해볼 수 있고 뭔가 전과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유준상)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결과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터치'. 민병훈 감독은 이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왔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오히려 청소년들이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영등위 심의가 청소년들을 무시하는 처사죠. 영화 속에서 알콜중독이 나온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배울 우려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기준이 모호한 거예요."(민병훈 감독)


이번 작품으로 우정도 얻고 영화도 얻었다는 민병훈 감독은 영화 '터치'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주연배우 유준상에게 영화의 흥행을 기대하는지 묻자 그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출연하는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서 감성적으로 위안을 받았어요. 관객도 제가 받은 위안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기적이 있을 거예요.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보고 스스로 정화시킬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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