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와 혐오를 넘어선 러브 판타지를 위해선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 소녀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꽃미남은 불패의 조커다.
그 마법 같은 효력 앞엔 한국과 미국이 따로 없다. 소녀들이 뱀파이어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 로버트 패틴슨, 늑대소년을 사랑하게 하기 위해 송중기가 쓰였다. '웜 바디스'의 니콜라스 홀트는 좀비를 위해 마련된 조커다.
1989년생 니콜라스 홀트를 한국 관객에게 처음 알린 작품은 2002년 휴 그랜트와 함께한 영화 '어바웃 어 보이'였다. 일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당돌한 소년 마커스 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는 나이답지 않은 존재감으로 관객의 눈을 붙들었다. 보는 이를 꿰뚫을 듯 투명한 파란색 눈을 지닌 소년은 그로부터 11년 뒤 훤칠한 청년으로 자라나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당당히 현역으로 입대한 유승호 못잖은, 영국 출신 잘 자란 아역 스타다.

영국 소녀들은 이 될성부른 떡잎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2007년과 2008년 니콜라스 홀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스킨스' 1편과 2편을 보고 이미 야단을 피웠다. 흡연은 기본이고 마약에 거식증, 혼전임신까지, 영국 10대의 극단적인 모습을 조명해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에서 니콜라스 홀트는 '나쁜 남자' 토니 역을 맡았다. 퇴폐미 넘치는 10대 미소년은 국내에서도 일약 화제의 스타가 됐다.

그러나 작품 속 모습과 달리 실제 니콜라스 홀트는 친절하고 사려깊은 청년인 모양이다. 2010년 한 한국팬의 팬레터에 직접 편지를 써서 사인과 함께 국제우편으로 답장을 보낸 일이 현재까지도 팬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다. 파파라치에게 찍힌 데이트 사진에도 농구, 스킨스쿠버 등 건전한 취미생활이 자주 담긴다.

'스킨스'는 시즌3 이후 홀트의 동생 역을 맡은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인공을 맡아 계속 이어졌다. 니콜라스 홀트를 보기 어려운 건 그가 할리우드로 간 탓이다. 이런 매력남을 할리우드가 그냥 둘 리 없지 않은가.
디자이너 톰 포드가 연출한 영화 '싱글맨'(2009)에서의 꽃미남 게이, 그리스 신화물 '타이탄'(2010)의 유사비오스에 이어 2011년 국내에서도 흥행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영화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서도 그를 발견할 수 있다. 괴력의 푸른색 괴물로 변하는 돌연변이 비스트 역할이었다.

니콜라스 홀트는 이 작품에서 만난 제니퍼 로렌스와 연인으로 발전해 약 2년간 사랑을 키워가기도 했다. 올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바로 그녀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11월 결별, 지금은 좋은 친구 사이로 남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다시 만난 '잭 더 자이언트 킬러'에서는 거인 잡는 킬러 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가 극을 이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잭 더 자이언트 킬러'에선 어딘지 썩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좀비 로맨스 무비 '웜 바디스'에서는 여심 잡는 데 탁월한 본연의 마력을 뽐냈다.

'웜 바디스'는 미국 극장가 최악의 비수기 슈퍼볼 시즌에도 주말 2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할 만큼 흥행에서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첫 주말 흥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랑에 빠진 좀비라는 독특한 설정, 위트 넘치는 캐릭터와 인상적인 음악, 매력적인 여주인공 테레사 팔머도 돋보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좀비 R로 분한 니콜라스 홀트의 공이 크다.
좀비 니콜라스 홀트는 기괴한 분장과 더러운 차림에도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썩는 냄새를 풍기며 퀭한 눈으로 흐느적대는 단벌 좀비가 미인을 사로잡는 이야기로 관객을 납득시키려면 좀비 비주얼이 이 정도는 나와줘야 된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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