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이 전성기를 누리면서 아이돌 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이돌 스타들의 잇단 영화 출연은 영화계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2006년 한국영화 거품이 절정이던 시절, 당시 K팝 초반 열풍과 맞물려 가수들의 영화 출연이 많았던 때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21일 FT아일랜드 이홍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뜨거운 안녕'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올해 아이돌 첫 주연영화다. '뜨거운 안녕'은 폭행사건에 휘말린 인기가수가 호스피스에 사회봉사를 갔다가 환자들로 구성된 밴드를 도우면서 감화된다는 이야기. 기획부터 한류스타 이홍기를 내세워 일본에서 투자를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개봉한 JYJ 김재중 주연영화 '자칼이 온다'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스타가 주인공이고, 일본 개봉을 염두에 두고 투자 또는 판권을 팔며, 아이돌스타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일종의 팬픽이다.
아이돌 가수 출연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와 기존에 기획된 상업영화에 조연 중 한 명으로 아이돌이 출연하는 경우다. 전자는 한류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후자는 무명의 신인배우를 쓸 바엔 인지도 있는 아이돌을 쓰자는 경우다. 어느 쪽이든 아이돌 기획사와 영화제작사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
문제는 자칫 영화 완성도가 떨어져 관객의 피로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2006년 한국영화가 1년에 100여편 이상 만들어졌을 때 신화 에릭,이민우,MC몽,하하 등 가수들의 영화 출연이 많았다. 슈퍼주니어가 총출동한 '꽃미남 연쇄테러사건'도 등장했다. 결과들은 썩 좋지 않았다.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는 그 뒤로 스크린을 멀리했다.
'무적자' '너는 펫' 등 한류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일본에서 투자를 받아 제작된 영화들도 대부분 완성도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에서 참패했다.
K팝스타를 내세운 영화들이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국내보단 일본 흥행을 염두에 뒀다하더라도 K팝스타 거점은 한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샐 리 없다.
아이돌 스타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한류를 염두에 두기보단 국내시장에 주력한다. 아이돌을 연기자로 단계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기획사의 뜻과 무명보단 이미지가 확실한 배우를 찾고 싶어 하는 영화제작사 간의 이해가 일치해서 이뤄진다.
'건축학개론'의 수지, '26년'의 임슬옹, '돈 크라이 마미'의 동호, '회사원'의 김동준, '가문의 영광5'의 윤두준,손나은,황광희, '포화속으로' 탑 등이 영화 속 주조연으로 등장했다. 성과도 좋다. 수지는 첫사랑 아이콘으로 거듭났으며, 탑은 영화배우로 인정을 받았다.
아이돌들의 조연 발탁은 신인배우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지적도 받는다. 강우석 감독은 '전설의 주먹'에 아이돌을 쓰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급적이면 신인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제작자들도 많다. 반면 한 영화 제작자는 "아이돌보다 더 좋은 신인배우가 있다면 그 사람을 쓰겠지만 그럴 만큼 배우풀이 넓지 않다"고 반박했다. 영화계 안에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단 뜻이다. 신인배우를 주조연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나 아이돌을 신인에서 출발해 주조연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돌 스타들이 배우로 성장하려 진정성을 갖고 영화에 임하고 있다는 것도 짚어야 한다. 영화내용 때문에 배우들이 출연을 꺼려했던 '26년'의 임슬옹이나 비록 연기력 논란은 있었지만 성폭행이란 민감한 연기를 한 '돈크라이 마미'의 동호, 촬영 도중 죽을 고비를 넘겼던 '포화 속으로' 탑 등 아이돌들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올해는 탑이 주연을 맡은 '동창생'과 2PM 준호가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와 호흡을 맞춘 '감시자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소녀시대 유리 등이 출연하는 '노브레싱'이 촬영에 들어간다. 카라의 구하라도 '피 끓는 청춘'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과연 아이돌들의 스크린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 팬들 뿐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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