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간첩 선발 기준에는 '외모'가 포함되어 있는 걸까? 어째 내려오는 간첩들마다 미모가 특출하다. 물론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어느 새 인가부터 간첩이라는 말 앞에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시작은 2010년 개봉한 '의형제'였다.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의 오묘한 동행을 그린 이 영화에서는 강동원이 남파공작원 지원으로 분했다. 매번 헝클어진 머리에 대충 주워 입은 것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지만 모델 포스가 어디 갈까. 과묵하지만 마음속은 따뜻한 지원의 캐릭터도 매력을 더했다.
2013년 극장가에 강동원에 버금가는 꽃미남 간첩이 등장했다. 그것도 3명이 한꺼번에. 지난 5일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아예 꽃미남 간첩 3인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북에서는 최정예 요원이었지만 동네 바보로 위장하라는 임무를 받은 원류환(김수현 분), 로커지망생으로 신분을 감춘 리해랑(박기웅 분), 남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두 사람을 감시하는 임무를 가지고 남한에 온 리해진(이현우 분)까지, 서로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세 명의 간첩이 두 시간을 가득 채운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더벅머리로 동네를 활보해도 김수현의 미모는 자체 발광이다. 아침마다 콧물을 장전하고, 호피무늬 바지에 여자 속옷을 입는 굴욕에도 훈훈한 외모는 빛이 난다. 후반부에 임무를 받고 머리를 자르고 수트를 입는 장면은 '아저씨'에서 원빈이 스스로 머리를 밀던 장면이 떠오를 만큼 인상적이다.
오랜 연기자 생활을 묵묵히 견디고 지난 해 KBS 2TV '각시탈'의 슌지로 대박을 터뜨린 박기웅의 매력도 상당하다. 액세서리를 오디션에 붙어 로커가 되라는 맞춤형 임무를 받은 해랑, 자유로운 캐릭터에 걸맞게 오렌지색 머리에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았다. 박기웅이 연기한 리해랑은 화려한 외모보다 오히려 깊은 속이 훈훈한 남자다. 원류환과 리해진에게 걸핏하면 "천한 것들"이라며 독설을 뿜지만 북에서 자신의 조원들의 가족을 몰래 수용소에서 빼내 줄 만큼 따뜻한 사내이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저 어린 동네 고등학생인줄 알았더니 숨겨진 실력자였다. 이현우가 연기한 리해진은 최연소 조장 타이틀을 따 낼 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외모 싱크로율로 보면 이현우는 단연 리해진에 적격이다. 쌍꺼풀 없는 동그란 눈에 앳된 얼굴로 '미소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이현우, 의외의 상남자다운 면모도 돋보인다. 젓가락 네 개로 동네 건달을 제압하지 않나, 각 잡힌 특공 무술로 날쌘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항상 동경하던 원류환과 묘한 기류도 영화의 백미다.
꽃미남 간첩 계보를 논할 때 '동창생'의 탑을 빼놓을 수 없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으로 내려와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을 연기하는 탑은 멜로 라인을 쏙 뺀 '은밀하게 위대하게'와는 달리 한예리와 로맨스도 선보인다. KBS 2TV '아이리스'에서 냉철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줬던 탑, '동창생'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극장에서 만나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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